김범석 쿠팡 의장, 그룹 총수 지정여부 논란
공정위, 쿠팡 총수 지정 문제 본격 논의 중
"특혜 시비" VS "외국계 기업 형평성 안 맞아"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상장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상장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의사회 의장의 그룹 총수(동일인) 지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범석 의장이 미국 국적자인만큼 공정위가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는 없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 김범석 의장이 실질적인 총수인 상황에서 총수 지정을 피하는 것은 특혜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전날 공정위는 김범석 의장의 총수 지정 여부를 전원회의 긴급 토의안건으로 올리고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동일인 지정은 일반적으로 사무처(검찰 격) 내부 검토를 거쳐 위원장이 결정하는 사안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논의를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를 내린다. 쿠팡에 대해서는 전원회의(법원 격)를 거쳐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경우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지주회사 등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고 내부거래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대기업집단 동일인이 되면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한 공시 의무도 생긴다.

쿠팡은 지난해 기준 자산 총액이 50억6733만달러(5조7000억원)를 기록하며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 요건을 갖추게 됐다.

이에 김범석 의장의 그룹 총수 지정 문제도 불거졌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에서 가장 많은 의결권(차등 의결권 적용 기준으로 76.7%)을 갖고 있다. 그간 공정위는 외국인에 한해 기업의 총수를 지정하지 않았다. 외국인의 경우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총수로 지정한다고 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 총수 지정 문제에 대해서는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세울 경우 외국인은 총수로 지정하지 않는다는 그간의 추세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에쓰오일, 한국GM 등 기업 사례를 들면서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모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이며 최대 주주는 사우디 황실이다. 한국GM은 미국 GM의 자회사다.

이에 공정위도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그러나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쿠팡의 매출이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나오고 있고 김범석 의장이 사실상 쿠팡의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총수 지정을 피하는 것은 특혜라고 반발했다.

반발이 거세자 공정위도 이례적으로 쿠팡 총수 지정건에 대해서 다시 한번 논의하기로 했다.

쿠팡 입장에서도 이번 총수 지정 이슈는 매우 민감하다. 만약 김범석 의장이 쿠팡 총수로 지정되면 국내 기업과 같은 규제가 적용된다. 최근 쿠팡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많은 상황에서 김범석 의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하게 될 수도 있고, 정부 및 기관의 감시 단계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흔히 ‘일감 몰아주기’로 불리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 공시의무(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기업집단현황·비상장사) 등의 규제도 받게 된다.

다만 쿠팡이 이미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상황에서 ‘이중 규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시장에 공시 의무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우리나라에서도 공시 및 규제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범석 의장이 미국 국적자인만큼 미국 기업에 불리한 취급을 해서는 안된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혜국 대우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범석 의장이 총수로 지정될 경우 쿠팡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해당될 수 있다”며 “쿠팡의 해외 사업까지도 국내법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계열사 간 거래나 지분 출자 등이 금지당하거나 법적 책임이 커진다. 공정위 입장에서도 이중규제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돼 매우 골치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전원회의 논의를 거쳐 오는 30일 김범석 의장의 총수 지정 여부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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