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기업회생절차 개시에 따른 조기 정상화 민ㆍ관ㆍ정 협력회의'가 열린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본관 모습.
쌍용자동차 기업회생절차 개시에 따른 조기 정상화 민·관·정 협력회의'가 열린 21일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본관 모습.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다시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한 쌍용자동차가 조기 정상화를 위해 우선 임원 수를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반적으로 임원을 구조조정한 뒤 명예퇴직 등으로 직원 전체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기업의 사례가 상당했던 만큼 사측과 노동자 간 갈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쌍용차는 회생계획안의 일환으로 일부 조직을 통폐합한 뒤 임원 수를 30%가량 감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쌍용차 임원은 지난달 말 기준 33명으로, 이 가운데 투자 유치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예병태 사장과 정용원 법정관리인을 제외하고 10여명이 물러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는 조만간 임원의 퇴직금 예산을 확보하고 자금 집행을 위해 법원의 승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고정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 삭감 등의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쌍용차는 유동성 위기로 올해 들어 이달까지 직원 임금을 50%만 지급하고 나머지 50%의 지급을 유예한 바 있다. 다만 이후 회생계획안에는 임금 지급 유예가 아닌 직군별 임금 삭감률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노조가 인적 구조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임원 감원 등을 우선 실시해 향후 노조에도 고통 분담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쌍용차 노동조합은 일방적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기업회생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난다면 대응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2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쌍용차의 고용유지와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노조가 고통분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만이 대안이라며 노동자들에게만 뼈를 깎는 노력을 하라는 게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은 바란 적도 없고, 산업은행이 대출만 해 주면 일을 열심히 해서 갚겠다는 것"이라면서 "일단 쌍용차를 정상화시킬 방안을 강구해 정책적 지원을 통해 협력업체까지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선 이유도 투쟁하겠다는 게 아니라 답답함을 전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뿐 아니라 다른 외국계 완성차업체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임금과 사람을 줄이기만 할 게 아니라 외국계 투자기업과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쌍용차는 일부 협력업체가 부품 납품을 거부하면서 공장 가동을 디시 중단한 상태다. 반도체 수급난이 겹친 이달 8∼16일에 이어 19∼23일에도 평택 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쌍용차 협력업체 350여곳으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이 납품 재개를 결의하기도 했지만 일부 외국계 부품업체는 여전히 납품 재개를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쌍용차는 오는 26일에는 생산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부족한 부품을 제외하고 조업을 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올바른 매각을 통해 쌍용차의 새로운 주인이 들어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며, HAAH오토모티브도 아직 설득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납품을 거부하는 협력업체 설득에 나서는 등 쌍용차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쌍용자동차 정일권 노조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쌍용자동차 정일권 노조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조기 정상화를 위해 지역 사회와도 접점도 넓히고 있다. 쌍용차의 회생 여부가 평택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지역 사회가 함께 나서 '쌍용차 살리기 운동'에 나선다는 취지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21일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열린 쌍용차 조기 정상화를 위한 민·관·정 협력체는 정 위원장은 이번 경영 위기에 대해 "대주주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한데 일차적으로 대주주가 투자를 방치하고 신차 개발을 연기한 것이 원인이 됐다"며 "이차적으로는 경영진의 무능함 때문이다. 이 모든 위기를 극복하는 데 노조의 희생만 강요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다만 "노조는 법정관리를 통해 기업회생 절차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사측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쌍용차 6500명, 협력업체 포함 20만 노동자의 일자리 보장을 위해 각계각층의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협력업체의 납품 거부로 조업이 중단된 생산 라인을 재가동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쌍용차 측은 "협력업체의 부품 납품 거부로 중단된 생산라인을 재가동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업체에 지급할 납품 대금을 현금 지원해주거나, 은행이 부품 납품 대금을 공익채권으로 간주해 담보로 대출해 주도록 건의해 주는 것이 가능하냐"고 했다.

공익채권은 회사 정리나 기업 재건 과정을 위해 쓴 비용에 대한 청구권으로, 회생 절차와 관계없이 변제받을 수 있다. 쌍용차의 공익채권 규모는 이미 37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평택시는 기업 지원 정책 자금이 대부분 중소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대기업인 쌍용차에 현금을 직접 지원하기는 어렵고, 공익채권 담보 대출 또한 은행 측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 해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31일까지 쌍용차가 유력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하지 않자 이달 15일 쌍용차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쌍용차는 HAAH오토모티브 외에도 다수의 인수 의향자가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은 26일 외국계 부품업체의 납품 재개와 정부의 금융 지원을 촉구했다. 채권단은 정부가 신용보증기금에 200억원을 출연하면 협력사가 보유한 회생채권과 어음을 담보로 협력사에 신용보증서를 발급해 대출 문턱을 낮춰주는 정책을 유의동·홍기원 의원을 통해 정부에 건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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