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이 들어설 빛그린 산단 1공구 조성 현장의 모습.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이 들어설 빛그린 산단 1공구 조성 현장.

노·사·민·정 협력으로 추진된 '광주형 일자리'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광주 빛가람산단 내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은 '제1호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장으로서 지난달 29일 준공식을 가졌다. 국내 자동차 생산공장이 새로 생기는 것은 1998년 부산 르노삼성 자동차 공장 이후 23년 만의 일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2019년 1월 지역 노·사·민·정이 적정 근로조건 및 동반성장 등에 대한 상생협약을 체결한 이후 2년 3개월 만에 이뤄졌다. 상생협약에 따라 내년까지 신규 채용되는 총 908명의 정규직원은 초봉 3500만원을 받고 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한다. 현재까지 380여명이 고용됐고, 이달 중 150명 정도 추가 채용을 앞두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에는 3년간 총 5754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공장이 생산체제를 본격적으로 갖추게 되면 향후 1만1000여개의 간접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GGM공장 준공은 노·사·민·정이 함께 힘을 모으면 사회적 합의를 실제로 이뤄 낼 수 있다는 성공모델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가 청년들에게 지역의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경제에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광주시 제조업 매출액의 거의 절반(2018년 49.2%)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GGM 공장은 차체 설비와 조립설비를 100% 국산화해 장비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아울러 스마트 공장 운영관리와 공정 최적화로 원가 경쟁력을 가졌다. 특히 미래 자동차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친환경, 디지털, 유연화를 3대 콘셉트로 언제든지 친환경 자동차 생산 시설로 변경할 수 있다.

공장은 지난달 5일 시험 생산에 돌입했으며, 오는 9월 중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해 출시하는 국내 최초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위탁 생산할 예정이다. 차량 가격은 1400만원부터 시작하는 수준이며, 생산 규모는 올해 1만대에 이어 내년부터 연간 7만∼10만대로 예정됐다.

더불어 경형 SUV 외에도 향후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으로 생산 전환이 가능하도록 유연한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앞으로 빛그린 산단에 인공지능(AI) 기반 친환경차 클러스터까지 조성되면 지역의 신성장 동력 창출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다만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핵심 인프라인 자동차 공장 건립으로 본격화됐지만, 노사 상생과 대타협 일자리를 기치로 내건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근로자 지원, 노사 상생, 친환경 차 전환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광주시는 임금을 낮추는 대신 근로자에게 복지 지원을 하는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는 빛그린 산단에 입주 기업 근로자들을 위해 임대주택, 어린이집, 체육관, 노사동반지원센터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올해 완공되는 어린이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지난해 착공한 공공어린이집은 올해 상반기에 완공된다.

빛그린 산단 인근 광주 광산구 산정·장수동 일대에는 800세대 규모의 임대주택을 짓게 된다. 이곳은 지난 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신규 공공택지 지구로 선정돼 광주형 일자리와 연계한 주거단지로 조성한다.

내년 상반기 지구 지정을 완료한 뒤 2023년 지구 계획이 승인되면 2025년 착공하고 2029년 완공 예정이다. 주거단지 조성까지는 임시로 광주 북구 임동과 남구 효천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주택 입주자에는 보증금, 임대료, 대출 이자 등을 지원한다.

사무실, 회의실, 다목적 강당, 편의시설 등을 갖춘 노사동반지원센터는 이달 공사를 시작해 2023년 5월 완공할 예정이다. 체육시설, 작은 도서관을 갖춘 개방형 체육관은 공사 발주와 업체 선정을 마치고 지난 4월 공사에 들어가 내년 5월 준공한다.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부터 자동차 공장 착공까지 노사정은 근무 여건, 복지 등 문제와 관련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갈등을 지속해왔다. 노사정은 노사 타협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키로 하고 근무 조건 등을 논의할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시는 노사 상생 방안을 논의하고 노동 정책을 담당할 '광주 상생 일자리재단'을,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노사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생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상생 일자리재단은 지난해 12월 추진단이 꾸려지고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검토, 조례 제정, 법인 설립 등 절차를 거쳐 올해 하반기 설립될 예정이다. GGM 상생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출범했으며 노사 대표가 3명씩 위원으로 참여한다. 협의회는 생산성 향상, 성과 배분, 근로자 채용·배치, 고충 처리, 인사·노무 관리 제도 개선, 근로자 복지 증진 등을 협의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열린 준공 기념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열린 준공 기념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상생일자리재단의 설립 당위성은 인정되나, 경제성이 미흡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시가 지방공기업평가원에 의뢰·실시한 재단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노사 상생 논의 기구라는 설립의 당위성은 인정되지만, 경제적 측면 등 일부 수정·보완이 필요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재단이 수행할 사업이 제도적 요건을 충족하고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노동정책 연구, 노사 상생 등 차별성을 더욱 부각하고 추가 사업 발굴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비용, 인력, 조직 구성 등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성 분석 결과 연평균 6034만원, 5년간 1억9265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재원 규모는 연평균 53억원이지만, 광주시가 책정한 출연금 규모는 연평균 47억원으로 추가 예산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관 설립으로 5년간 52억원(연평균 10억원)의 비용 증가가 예상돼 재정자립도(2019년 기준 37.89%)가 낮은 광주시의 재정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시의 직영 운영 시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 않고 민간 위탁과 비교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책연구 사업의 경우 광주전남연구원과 업무가 중복되는 등 지역 유사 기관과의 업무 중복으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정원 40명 4개 팀으로 설계된 조직 구성안도 팀장급 이상 관리직 비율이 정원의 22.7%로 다소 높고 소규모 조직이 본부장과 같은 사무국장을 별도로 두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재단 설립 과정에서 노동계와의 갈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생산 유발 66억원, 부가가치 유발 40억원, 취업 유발 192명의 기대 효과가 예상된다. '광주형 일자리'와 연계돼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노사갈등 등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노사가 공식 대화의 장을 만들어 그간 우리나라 제조업 현장에서 나타난 갈등의 모습을 탈피하려는 노력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자동차 공장 설립과 함께 임금, 근로 시간, 노조 설립 등 논의가 본격화하면 다시 갈등을 표출해 '협의를 통한 상생 모델 구축'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등 친환경 차 흐름으로 가는 상황에서 GGM 공장이 생산하는 경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의 생산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GGM은 이 같은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공장을 위탁 생산 체제로 설계했다. 자체 공장 건설에 따른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공장 가동률 하락에 따른 고정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유연한 협업이 가능하고 다품종 소량 생산도 가능하다.

GGM은 초기에는 위탁 생산 능력을 최적화하고 납기 준수, 품질 확보, 원가 절감 등 기본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연구개발 능력을 높여 미래 차를 생산하기 위한 다양한 위탁사를 유치하고 독자적인 부품 공급망을 확보할 계획이다. 생산 기반과 법인이 안정되면 다양한 브랜드 차량을 위탁 생산하는 기지로서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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