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5G 서비스 구축하려면 28GHz망 구축 필수
높은 전국망 설치 비용·낮은 수익성·기술적 한계 직면
물러선 정부…"망 구축 의무 완화, 검토 가능"

제대로된 5G(5세대 이동통신)를 선보이기 위해 필요한 28GHz 주파수 대역 서비스 구축이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제대로된 5G(5세대 이동통신)를 선보이기 위해 필요한 28GHz 주파수 대역 서비스 구축이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제대로된 5G(5세대 이동통신)를 선보이기 위해 필요한 28GHz 주파수 대역 서비스 구축이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28GHz 서비스 구축에 높은 설치 비용과 낮은 수익성, 기술적 한계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이동통신사의 28GHz 서비스 투자를 완화하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8GHz 서비스에 대해 “해당 대역의 서비스 모델도 없고 단말을 붙이는 미래차 서비스 등도 모델이 확실치 않고 장비 성숙도도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사들이 투자하는 것에 대해) 좀 더 검토해야 한다”며 5G 서비스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또 임혜숙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28GHz 기지국 구축 의무와 관련해 "공동 구축을 이행사항으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한 대안 중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입장은 여당 의원들의 질의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정부가 28GHz 서비스를 활성화하겠다고 해서 그 약속 때문에 억지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 투자를 계속하라고 하는 게 과연 맞느냐“라고 물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8GHz망 구축으로 인해) 올라간 비용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정책이 잘못됐으면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질문에 임혜숙 후보자는 심도깊게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도 지난해부터 28GHz 전국망 설치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고 대신 기업간거래(B2B) 용도로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정부, 이통3사의 28GHz 5G망 구축 이행 의무 사실상 완화

통신업계에서는 정부가 이통사의 28GHz 5G망 구축 이행 의무를 사실상 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3사는 올해 말까지 28GHz 대역의 5G 기지국을 각각 1만5000개씩, 총 4만5000개를 의무 구축해야 한다. 이통3사는 지난 2018년 5G 주파수 경매에서 낙찰을 받으면서 28GHz 대역 5G망을 3년 내에 구축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3월을 기준으로 통신사가 구축한 28GHz 대역 기지국 수는 SK텔레콤이 60개, KT가 24개, LG유플러스가 7개로 3사 합산 100여개가 안된다.

이렇듯 구축된 대역 기지국 수가 적은 이유로는 높은 설치 비용과 낮은 수익성, 기술적 한계가 꼽힌다.

국내 5G 주파수 대역은 3.5GHz와 28GHz로 나뉜다. 3.5GHz는 전파도달 범위가 비교적 긴 대신 최대 속도는 그만큼 빠르지 않다. 반면 28GHz의 최대 속도는 LTE(롱텀에볼루션) 4G보다 20배 빠르지만 전파도달 범위가 짧고 잘 끊기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

문제는 28GHz 전국망 설치가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상용화 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도 28GHz 대역으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 버라이즌이 최근 3.7~4.2GHz 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무려 51조여원을 투입하면서 28GHz 서비스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NTT도코모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국내 통신사들도 B2B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으나 기술적 한계가 지적되는 28GHz 서비스를 선뜻 도입할 기업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28GHz 기지국을 공동 구축하려는 시도 역시 일반 이동통신과 달리 수주 경쟁이 불가피한 기업용 서비스의 특성상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통3사는 3.5GHz 대역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28GHz 대역까지 투자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가 이통3사의 28GHz 5G망의 1만5000개씩의 의무 할당량을 3사 합산 1만5000개로 조정하려 한다는 이야기마저 들려 오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3사(SKT·KT·LG유플러스)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5G피해자모임’과 법률 대리인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가 지난달 2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신용수기자
국내 이동통신3사(SKT·KT·LG유플러스)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5G피해자모임’과 법률 대리인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가 지난달 2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신용수기자

◇소비자, 미흡한 5G 서비스에 불만 가득

그러나 정부와 통신사가 애초에 약속한 바를 포기하고 정책을 뒤집는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통신업계가 망 구축에 난색을 보이고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런 제재 없이 의무사항을 완화해준다면 정부의 정책 신뢰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전체 5G 서비스도 품질 불만과 고가 요금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지나친 '기업 봐주기' 아니냐는 소비자 불만도 우려된다.

실제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달 5세대 이동통신(5G)이 상용화한 지 2년이 됐는데도 이동통신사 3사의 '5G 불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와 이통사들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또 네이버 카페 '5G 피해자모임'은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5G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5G 피해자모임은 “5G 개통 후 2년이 지났으나 끊김 없는 5G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서비스 불능, 제한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거나 고지하지도 않았다”며 “5G 전국망도 제대로 구축해 놓지도 않고서 왜 5G 서비스에 국민들을 가입시킨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집을 다 짓지도 않았는데 들어와서 살라는 꼴”이라며 “계속 짓고 있으니 위험해도 참아달라는 말”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정부와 통신사 등은 올해 3월 '28GHz 5G 이동통신 구축 활성화 전담반(TF)'을 발족하고 서비스 모델 창출과 생태계 조성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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