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 환영 인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 환영 인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21일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미래 산업의 자국 생산을 강조하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에 관련 산업 선두주자인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설비 투자로 호응할 전망이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강화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그린뉴딜' 정책 등에 선제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지만, 정상회담과 맞물려 미국 측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사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순방길엔 삼성·SK·LG그룹의 주요 경영진들이 비공식 경제사절단 형태로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삼성전자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사장 등이 참석자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국내 4대 그룹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거나 투자를 검토중인 규모는 약 40조원 정도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증설하는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 이 가운데 절반을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과 반도체·IT기업들의 메카로 부상한 애리조나, 뉴욕 등을 후보지로 놓고 검토하고 있는데 이 중 오스틴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백악관 주재의 반도체 화상 회의에 국내 기업중 유일하게 참석한 데 이어 이달 20일 미국 상무부가 주최하는 화상 회의에도 초청받는 등 계속해서 투자 압박을 받고 있어 이번에 투자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견해가 보편적이다.

다만 연초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 텍사스주와 추가 인센티브 협의가 지연되면서 내부적으로 투자 승인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인센티브 협의 뒤로 최종 발표가 연기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생산설비와 수소,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에 총 74억달러(한화 8조1417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투자계획을 13일 발표했다.

미국의 친환경차 정책과 수소 생태계 확산 등에 선제 대응하고 미래 성장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 앨라배마를 포함한 투자 후보지가 공개될지도 관심사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도 미국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의 자동차회사 GM(제너럴모터스)과 미국 오하이오주에 총 2조7000억원 규모(LG 투자금 1조원)의 전기차 배터리 제2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합작공장 외에 2025년까지 미국내 2곳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독자적인 배터리 공장도 신설할 계획이다. 오는 상반기까지 후보지 검토를 마칠 계획으로, 조만간 건설 계획이 나올 전망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1, 2공장을 건설·가동중인 SK이노베이션은 현재 3조원 규모의 3, 4공장 추가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1, 2공장 투자금액 3조원을 합해 총 6조원이 투입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 방미길에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 미국에서 배터리 공장 추가 투자계획이 공식 발표될지 관심이 쏠린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미국내 배터리 합작공장(JV) 설립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상회담 결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배터리 사업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며 "에코프로비엠 역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양극재 공급 물량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