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정부 발표에 환영했지만…"실명계좌 발급 요원"
"주무부처 지정, 실질적 변화 이끌어낼 것" 기대감↑
실명계좌 발급 언급 없어…거래소 줄폐업 우려 커

가상자산 업계가 정부의 발표에 대해 ‘가상자산의 제도권 도입’의 첫 단추라는 기대와 함께 여전히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감도 함께 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상자산 업계가 정부의 발표에 대해 ‘가상자산의 제도권 도입’의 첫 단추라는 기대와 함께 여전히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감도 함께 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를 관리할 부처로 금융위원회를 지정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번 발표에 대해 ‘가상자산의 제도권 도입’의 첫 단추라는 기대와 함께 여전히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감도 함께 표하고 있다.

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개최, 가상자산의 주무부처로 금융위원회를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금융위가 가상자산 사업자 관리·감독과 제도 개선을 담당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맡게 된다. 지금까지 거래소와 가상자산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발생했지만 주무부처가 없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를 주무부처를 정해 관리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또 정부는 거래투명성 제고를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사업자 본인이 직접 매매나 교환을 중개·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여기에 해킹 등에서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콜드월렛(cold wallet,해킹이 어려운 지갑) 보관 비율을 상향하는 등 기술적 보완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관심을 모았던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는 예정대로 내년 소득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해당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0%의 세율로 분리과세(기본 공제 금액 250만원)를 하게 되며, 2023년 5월부터 종합소득세 신고 때 첫 납부를 하게 된다.

이외에도 정부는 오는 9월24일까지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등록을 위해 신고 요건 및 보완사항 컨설팅을 제공한다.

정부의 이러한 발표에 대해 가상자산 업계는 우선 환영의 뜻을 표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 측은 “소비자 보호와 산업 발전 관점에서 (이번 발표를) 매우 환영한다”며 “주무부처의 지정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되며, 9월 25일 이후 미신고 업자들의 기획 파산에 따른 피해를 잘 막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A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 영역을 금융위가 담당하고, 블록체인 부분을 과기부가 담당하는 정책 기준 방향이 옳다고 생각된다”며 “가상자산 관련 사기 범죄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중심의 기관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힘쓰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밝혔다.

다만 환영의 뜻을 표하는 곳들과는 달리 아직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 계좌 발급을 받지 못한 거래소들의 불만도 터져나왔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위원회 산하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정보보호관리체계(ISMS)와 함께 은행으로부터 발급받은 고객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국내 영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5월 기준)까지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좌를 갖고 있는 곳은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대형 거래소 4곳뿐이다.

이에 이번 발표가 소위 ‘빅4’ 거래소에만 유리하고 나머지 중소 거래소에 대한 사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B거래소 관계자는 “정부의 발표가 전반적으로 가상자산 사업자 폐업으로 인한 산업 전반에 대한 침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고 가장 중요한 소비자 보호 내용도 부족한 규제와 통제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자산 사업자의 투명성을 제고한다고 했지만 형식적으로 컨설팅 제공 외에 실질적인 내용이 부족했다”며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시 준수사항 요건보다는 횡령이나 해킹에 대한 규제, 통제 부분만 강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이드라인을 먼저 공개하고 법시행을 유보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거래소도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C거래소 관계자는 “특금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시간이 아직 남았다”면서도 “부실 거래소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지켜왔는데도 여전히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을 내주지 않는다면 문을 닫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고가 접수되면 신속히 심사해 조기 신고된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한편 국내 가상자산 거래가 원화 마켓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실명계좌 발급이 어렵다면 가상자산과 가상자산 간 거래만이 가능하게 된다. 게다가 가상자산 간 거래의 난이도가 높아 신규 투자자의 진입을 막을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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