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20개 가상자산 거래소 불러 간담회 개최
계좌발급 안된 거래소 "계좌발급 적극적 임해달라"
금융위, 원론적인 답변 계속…"은행이 알아서 할 일"

금융위는 3일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 20곳을 불러 간담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금융위는 3일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 20곳을 불러 간담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기존과 다를 바 없는 간담회다. 계좌발급 요건에 대해 구체적 입장도 나오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크다.”

A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는 금융위원회가 전날(3일) 주최한 '가상자산거래소 신고등록안내'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후 이렇듯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하며 오는 9월 24일까지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등록을 위해 신고 요건 및 보완사항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후 가상자산 사업자를 관리할 부처가 된 금융위는 3일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 20곳을 불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ISMS 인증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을 발급받아 ‘4대 거래소’로 불리는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과 함께 여타 ISMS 인증을 받은 16곳의 거래소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 안건은 4대 거래소와 나머지 중소거래소 간 입장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 것으로 전해진다.

4대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이미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만큼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시켰다. 그러나 나머지 중소거래소는 ISMS인증을 받은 이후로도 실명계좌 발급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원화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실명계좌 발급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고 유예기간은 9월 24일까지로 결정된 상황이다.

A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한 것처럼 ISMS 인증을 받았고, 이후 필수요건인 실명계좌 발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금융위에 전달했다”면서 “금융위에게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공식적인 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금융위는 이전과 동일하게 은행에게 실명계좌 발급 권한을 위임했고, 사기업이 하는 일인만큼 개입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4대거래소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아무래도 중소거래소가 실명계좌 발급에 따른 요청을 강하게 이야기했다”면서 “금융위가 원론적인 이야기를 계속 하다보니 답답한 점이 많았다”

C거래소 관계자도 “기존에 나왔던 이야기가 반복됐고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면서 “계좌발급이 먼저인 상황에서 은행이 거래소와 미팅마저 회피하는 상황에서 보여주기 식 간담회 밖에 안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국내 은행들에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 시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신용도 낮은 가상자산 취급 여부, 취급하는 가상자산 수 등의 위험평가 기준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가이드라인 배포 이후 KB국민은행, 하나, 우리은행 등 3개사가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실명계좌 발급을 안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 여러 거래소가 오랜 기간동안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협의를 진행해왔으나 결국 신규 계좌 발급은 없었다. 이는 금융위가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을 할 때 거래소 보안과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해 검증하도록 요구하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금융위의 요구 수준이 높은 만큼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져야할 책임마저 가중돼 가상자산 거래소에 신규로 실명계좌 발급을 해주기는 쉽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사실상 중소형 거래소의 정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면서 “주요 거래소만 남기고 중소형 거래소가 폐업되면 소비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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