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륜, “입법로비 사건의 발단이 된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나로서는 할 말이 너무 많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강우일 주교, “ ‘전 의원’이라는 그런 사회적 직함을 떼고 그냥 김재윤 스테파노 형제라고 부를 터” 
강우일 주교, “세계가 칭송하는 촛불혁명으로 정권은 교체했지만, 이 세상에 정의가 진실이 바로 세워지기까지는 아직 갈 길 멀어”

[스트레이트뉴스 이제항 선임기자] 신계륜 전 의원은 5일 신정치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동료 김재윤 전 의원을 보내며, "마른 하늘의 날벼락...서울중앙지검의 이른바 ‘입법로비’ 사건이 그것이고, 2021년 6월 29일 김재윤 전 국회의원의 투신이 그것"이라며 개탄했다. 

신계륜 전 의원은 “4년간의 긴 옥고에도 늠름하며 씩씩하던 그는 2018년 출소 이후 조금씩 시들어갔다”며 “KBS의 시사직격 '메이드 인 중앙지검' 이후 활력을 보이던 그는 이내 다시 우울과 고독 그리고 죽음의 깊은 바다에 아무 소리 없이 지는 노을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신계륜 전 의원은 “카톨릭성모병원에서 지난 4일 그리고 한줌의 먼지가 돼 서귀포의 가족묘에 안장되기까지 이른바 '입법로비' 사건의 발단이 된 볍률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나로서는 할 말이 너무 많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서귀포의 작은 성당에서 있었던 추모미사에서 강우일 주교의 말씀이 가슴에 남아 나의 추모의 마음을 대신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강우일 주교의 추도사는 김재윤 전 의원의 절친으로 박근혜정부 시절 정유라 승마사건을 최초로 국회본회의에서 폭로해 모진 시련을 겪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국회의원이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강우일 주교의 추도사' 전문이다.


지난 6월 29일 친한 스테파노 형제가 적적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멍에가 져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습니다. 감옥에서 나와 제주에 오셨을 때, 이제부터 시인으로 살겠다고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이야기하신 그 모습이 눈에 선한데 갑자기 세상을 등지셨다니 너무 허탈하고 이 죽음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저도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제3자가 이런데 가족분들은 얼마나 황당하고 기가 막힐까 생각이 듭니다. 뭐라고 드릴 수 있는 위로의 말씀이 생각이 안 나. 김재윤 스테파노 형제는 그전부터 소위 국회의원이나 아니면 정치인의 이미지가 잘 맞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에서도 ‘전 의원’이라는 그런 사회적 직함을 떼고 그냥 김재윤 스테파노 형제라고 부르겠습니다.

제 마음 향한 김재윤 형제는 영혼이 맑은 분이었습니다. 정의를 목말라하고 진실을 두려워할 줄 아는 분이었습니다. 2007년 겨울 강정 구럼비바위 위에서 바닷바람이 거세게 붙어오는 날 해군기지 건설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와 미사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미사를 제가 진행하는데 얼마나 추웠는지 온몸이 덜덜 떨리고 손가락이 얼어들어왔습니다. 그날 스테파노 형제는 미사가 다 끝날 때까지 꼼짝 않고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까 옷도 별로 두껍게 입지 않으셨는데 그 추운 날 어떻게 버티셨냐고 물었더니 괜찮다며 환하게 웃어주셨습니다. 그 환한 웃음 가득한 얼굴이 지금도 또렷이 생각납니다. 그런 분이 뇌물 사건으로 기소가 되고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들었을 때, 저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재판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만났지만 스테파노 형제는 여전히 제 앞에서 환한 웃음 가득한 얼굴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분이 죄가 있었다면 그런 얼굴로 결코 저한테 다가서지 못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4년 형이 선고되고 수감되신 후에 구치소에 들어가 면회를 하러 갔을 때, 여전히 얼굴에 그 밝은 해맑은 얼굴에 거짓의 티가 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재판이 대단히 정의롭지 못한 재판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의의 보루가 되어야 할 사법부가 죄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단죄하고 형을 살게 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빼앗기까지 한 사례가 수두룩함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요즘 와서 30년, 40년 지난 후에야 재심이 받아들여져서 무죄가 선고되고 판사가 법정에서 사과하는 그런 장면도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두 사람은 억울한 옥살이에서 해방되리라고 기다렸습니다. 한 사람은 우리 스테파노 형제이고, 또 한 사람은 통합진보당 소속이었던 이석기 전 의원입니다. 두 사람 다 납득이 가지 않는 부실한 재판과정을 거쳐서 단죄되었고 정권이 바뀌면 진실과 정의가 회복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저의 그냥 소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김재윤 형제는 2018년 8월 형기를 다 채우고서야 풀려났고 이석기 전 의원은 아직도 감옥에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가 칭송하는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교체했지만, 이 세상에 정의가 진실이 바로 세워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참으로 먼 것 같습니다.

제가 김재윤 형제의 죽음을 접하면서 너무 가슴이 답답해서 스테파노 형제가 연루되었다는 입법 로비사건 자료를 여기저기 살펴보았습니다. 여러 자료를 들여다보다가 지난해 2020년 10월에 KBS에서 방영한 ‘시사직격’이라는 한 시간짜리 다큐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그 프로그램은 세분의 국회의원이 서울예술종합학교 이사장으로부터 입법로비로 뇌물을 받았다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그런 내용의 프로그램이었는데 프로그램 타이틀이 ‘made in 중앙지검’이었습니다. 중앙지검에서 짜 맞추기 한 사건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새롭게 부실한, 불의한 재판에 희생된 김재윤 스테파노 형제의 억울함과 절망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김재윤 형제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알았습니다. 그렇게 부심하고 부당한 재판을 받고 소속돼있던 정당에서도 모른 채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가운데 4년이나 되는 세월 외롭게 쇠창살 안에서 보내고 있었으니 어찌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수 있겠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시간 부조리하고 캄캄한 파도에서 혼자서 보내고 있었는데, 그를 잘 알던 사람의 하나로 좀 더 가까이 동반해주지 못하고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해 참으로 스테파노 형제에게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뿐입니다. 그러나 아주 느린 걸음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참 많이 바뀌고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우리나라 역사를 생각하면서 스테파노 형제가 견디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부당하고 부조리하던 오늘의 현실도 반드시 언젠가 뒤집어지고 진실이 온 세상에 밝혀질 때가 올 것을 확신합니다.

스테파노 형제님 혼자서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진리 자체이시고 빛이신 주님 곁에서 세상이 주지 못하는 평화와 위로와 안식을 주님으로부터 가득히 쓰임을 받으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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