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인해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 방침에 따라 12일부터 수도권 전체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 단계인 4단계로 조정되자 국내 주요 기업들도 긴장이 역력한 모습이다.

기업들은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에 맞춰 사내 방역 지침을 격상하고,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등 단속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거리두기 4단계에 맞춰 직원간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13일 업계에 따르면 우선 삼성전자는 전날부터 강화된 사내 방역 수칙을 적용하고 있다. 유흥시설과 노래방 등 중점·일반관리시설 방문을 삼가고, 만약 방문하게 되면 사업장 복귀 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했다. 또 10인 이하로 허용하던 대면회의와 교육·행사 전면 중단하고, 회식도 금했다.

제조업 특성상 자율적으로 운영하던 재택근무 역시 가전·모바일 등 세트 부문에 한해 조직장 재량에 따라 30%까지 근무하도록 권고했다. 출장은 국내만 제한적으로 유지하는 식이다.

SK그룹은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지주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 등에서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100%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생산 시설이 자동화돼 있는 만큼 재택근무를 확대하진 않았지만 이달 초 거리두기 완화에 맞춰 잠시 폐쇄했던 사내 체육 시설을 다시 닫는 등 감염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앞서 정부의 이달 초 거리두기 완화 예고에도 불구하고 기존 방역 지침을 고수해왔다. 현재 사무직의 50%까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국내 출장 제한, 회식 자제, 외부인 출입 금지 등 기존의 강화된 방역 지침을 지속한다. 특히 최근 노조 파업 리스크에 코로나19 확산 우려까지 겹치며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LG전자 등 LG그룹은 일부 계열사는 국내외 출장과 외부 미팅, 집합교육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앞서 이달부터 재택근무 비중을 축소하기로 했던 회사는 최근 확진자 급증에 따라 재택 비중을 기존 40%로 유지해오다 8일부터 절반(50%)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한화그룹 역시 전 계열사에 대해 재택근무 가능 부서에 한해 2분의 1 이상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3분의 1 이상은 의무적으로 시행토록 하는 내용의 강화된 방역 지침을 공지했다. 대면회의와 업무 외 사적 약속과 식사, 출장 등을 금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등 한화 일부 계열사는 현재 이 지침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80% 이상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함에 따라 12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음식점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함에 따라 12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음식점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처럼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감염력이 2배 이상 강력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재확산하고 있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백신 접종을 계기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코로나 재확산 변수가 터지면서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국내선 운항을 확대하려던 항공업계는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오히려 운항 편수를 축소해야 할 상황이다. 코로나가 급격하게 퍼지면서 예약률과 탑승률도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운항이 확정됐던 사이판과 괌 노선을 제외한 국제선 운항 재개 계획도 사실상 보류됐다.

항공사들은 애초 올 여름 중국, 일본, 동남아 등 노선을 재개할 계획이었으나, 국내 코로나 확산에 따라 운항 재개를 신중히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와 방역 당국이 협의해 국제선 운항 허가를 내주지만, 방역 당국이 운항 허가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휘발유 등 수요 확대를 기대했던 정유업계 역시 강화된 방역 지침으로 인해 이동 수요에 악영향을 줄지 근심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최대 성수기 가운데 하나인 여름 휴가철에 코로나 확산세가 장기화하면서 휘발유·항공유 등 수요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자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가 가전 교체, 온라인 소비 등에서 수혜를 봤으나, 코로나 재확산이 대면 활동과 소비 심리를 다시 위축시키며 일부 타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품귀 현상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이 '셧다운'되거나 부품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면 생산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철강업계는 거리두기 강화로 건설·생산 현장 가동이 멈추면 큰 손실이 불가피해 우려가 크다. 대면 출장, 회의 등이 제한되면서 신규 사업 수주 활동에 제약이 걸릴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자체 방역 지침을 더욱 강화하고, 이달 중순께 당진제철소 주재 직영 및 협력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자체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철강사 가운데 처음 시행하는 것으로 현장이 폐쇄되지 않도록 방역지침을 최대한으로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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