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사측과 임단협 교섭 재개
노사, 성과급·정년 연장에 입장 차 커
품질문제·반도체 수급난까지…정의선 리더십 발휘 시기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미루고 사측과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파업 위기를 넘겼다. 사진은 마주 앉은 현대차 노사 교섭 대표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미루고 사측과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파업 위기를 넘겼다. 사진은 마주 앉은 현대차 노사 교섭 대표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미루고 사측과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파업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노사가 성과급과 정년 연장에 이견이 커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현대차 품질 문제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까지 이어지면서 현대차그룹에 3겹으로 겹친 위기가 도래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리더십 발휘가 중요해졌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오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 등 쟁의행위 돌입을 유보하고 이날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앞서 하언태 현대차 사장이 9일 이상수 현대차노조 지부장을 직접 찾아가 교섭 재개를 요청하고 사측이 노조에 교섭을 재개하자는 공문을 보내면서 교섭 재개가 이뤄졌다.

노조는 14∼20일을 성실 교섭 기간으로 정했다. 노사 모두 여름 휴가 전 임단협 타결 의지가 커 기간 내에 교섭이 이뤄지면 늦어도 다음 주 중에 잠정합의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노사가 성과급 규모와 정년연장 등을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 후 쟁의권을 획득한 상황이다. 사측의 추가 제시안이 노조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전면 파업 혹은 부분 파업이 이뤄질 수 있다.

노조는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작년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금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64세),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해왔다. 사측은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등을 1차로 제시했다가 노조에 거부당했다.

현대차가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의 호실적을 이어가는 만큼 이후 재개되는 교섭에서는 성과급 지급 규모를 놓고 추가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년연장의 경우 전기차 등 미래차 전환을 고려하면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출범한 사무·연구직 노동조합도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어 정년연장보다는 성과급 지급에 더욱 초점이 맞춰진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어 업계 안팎에서는 자동차 업계의 연쇄 파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낸다면 다른 자동차 노조도 연달아 파업할 가능성이 나와 여론의 역풍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인 기아 노조도 최근 내부 소식지를 통해 "현대차지부의 압도적 쟁의행위 결의를 지지하며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GM 노조도 지난 1∼5일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6.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현재 중노위 조정 결과를 기다리며 출근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지동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렇듯 현대차 노사간에 파열음이 격화되면서 파업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파업이 확정된다면 정의선 회장의 취임 첫 파업으로 기록된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회장직에 취임한 후 17일 만에 노조 집행부를 찾아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우호적인 노사관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총수가 노조지도부와 공식 만남을 가진 것은 19년 만의 일이다. 이에 현대차 노조도 사측의 긍정적인 접근에 맞춰 2년간 무분규 노사관계를 구축해왔다.

실제로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19년에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회사 안정화 차원에서 임단협을 빠르게 타결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노사가 11년 만에 임금동결에 뜻을 같이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구축해왔다.

현대차는 노사 문제 뿐만 아니라 품질 문제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그룹 차원에서 최대한 빨리 노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개시한다면 업계 전체에 파업 분위기가 형성된다”면서 “코로나19 시국에도 현대차가 높은 성과를 올린 만큼 성과급 문제가 해결된다면 파업위기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이 발휘된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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