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60원(5.1%↑), 코로나19 재확산 속 경영계 불만..."공약 지켜라" 노동계도 반발

소득주도성장 정책 찬성 않는 송영길 체제...더불어민주당 침묵 일관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정부가 13일 새벽 고심 끝에 내 놓은 내년도 최저임금 9160원 결정을 두고 소상공인과 노동계 모두가 반발하는 가운데 당초 문재인 정부 선거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이 공식적으로 물건너 갔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 인정이라는 평가 속에 이 정책에 찬성 의사를 보이지 않은 송영길 체제의 여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14일 정치권과 경제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발표된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9160원(5.1%↑) 결정에 대해 아무런 논평을 내지 않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는 2019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0.9%나 올렸던 2018년,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2.87% 올렸던 2019년 각각 “환영한다”, “대승적으로 수용한다” 등의 논평을 낸 상황과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14일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여당 지도부는 최저임금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이날 회의 뒤 관련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우리 정치권은 따를 수밖에 없고 존중한다”고 답했다. 전일 전국민 재난지원급 지급 문제를 두고 홍남기 부총리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자 “길은 정치가 내고 정부는 낸 길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의 발언과는 상반되는 답변이다.

고 대변인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고충을 토로하는 사용자 측 반발에 대해서는 “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교하면 금액 등을 봤을 때 우리 정부가 오히려 높지 않다"고 강조하며 "처음에 좀 급히 올려서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결정한 전년 대비 차기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추이를 보면 2014년(7.2%), 2015년(7.1%), 2016년(8.1%), 2017년(7.3%) 등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에서 결정한 전년 대비 차기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추이는 2018년(16.4%), 2019년(10.9%), 2020년(2.87%), 2021년(1.5%) 2022년(5.1%) 등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민주당 고 대변인의 설명이 틀리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문제는 최저임금이 발표된 시점이 하필 코로나19 4차 대유행 점화와 함께 이뤄졌다는 데 있다.

5.1% 인상은 앞으로 힘든 터널을 지나야 하는 소상공인 등의 경영난을 감안할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자영업자의 현실을 외면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고,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도 "코로나19 피해를 자영업자들에게 다 지우는 꼴"이라며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초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촉발된 사회적 갈등의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권 초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하며 극한 대립 양상을 보였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불만은 사용자측과 대척점에 있는 노동계에서도 제기된다. 인상률이 전년 대비 5.1%에 그친 것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 임기 내 마지막 최저임금 결정으로 대통령 후보 시절 내세웠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공수표’가 돼버린데다, 근로자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이면 소비가 증대되면서 경제성장을 유도한다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자인한 이번 결과가 여권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공약이 현 정부의 '희망 고문'에 불과했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유감을 넘어 분노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5.1% 상승이라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높이 평가하고 "노사정이 한마음이 돼 경제 위기 극복과 포용적 회복, 선도 국가 도약을 위한 구조 전환에 참여하고 힘을 모아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러한 청와대의 메시지에 민주당은 화답의 메시지를 내놓기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5월 25일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을 너무 급격히 초반에 올리는 것에 대한 부작용이 드러났다"며, "결과적으로 일자리도 없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하는 등 정부의 기본 경제정책에 반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정권 말기로 향하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 가능성이 제기된 정책과 선을 그으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제공=연합뉴스)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제공=연합뉴스)

최저임금 이슈를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모두 반발하고, 여당에서 호응을 하지 않는 이유는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골칫거리 때문이다. 다른 국가 대비 국민적 고통 분담 속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결국 백신 공급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한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탓인지 질병관리청은 날마다 고시해오던 일별 예방접종실적 총 현황을 인터넷에 고시하는 것에 늑장을 보이는 모습이다.

보도자료를 통해 전체 숫자는 공개하면서도 14일 오전까지 11일 24시 기준 현황을 게시해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오후 들어서야 13일 24시 기준 숫자를 공개했다.

한 시민은 “가뜩이나 정부의 백신 수급 정책에 불신이 커지는 이때 왜 날마다 업데이트 하던 수치를 장시간 공개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14일 오전까지 날마다 업데이트 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이 지난 11일 24시 기준 통계에 멈춰있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오전 11시 30분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캡처)
14일 오전까지 날마다 업데이트 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이 지난 11일 24시 기준 통계에 멈춰있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오전 11시 30분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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