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노사, 연봉 인상률 두고 입장차 뚜렷
노조 "해운 재건 앞장 직원들 희생 보상해야"
사측, 산은 눈치에 전전긍긍…"협상에 최선"

HMM 선박
HMM 선박

과거 현대상선의 이름을 달았던 HMM이 임금단체협상 난항을 겪으면서 파업 위기를 겪고 있다.

노조 측은 지금까지 업계 형편을 이유로 인내해왔던 만큼 보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사측은 과거에 공적자금이 투자됐다는 이유로 향상된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노사는 지난 3일까지 임단협 3차 교섭에 나섰으나 임금인상률과 격려금 규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육상노조(사무직 노조)에 이어 해원노조에게도 임금 5.5% 인상과 기본급 100%에 해당하는 격려금을 제시했지만 해원노조가 25%의 인상률을 고수하면서 교섭은 결렬됐다.

해원노조는 오는 11일 4차 교섭도 소득 없이 끝나면 육상노조와 마찬가지로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두 노조는 중노위 조정도 무위를 끝날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HMM 파업에 대한 우려에도 노사 모두 물러날 여지를 보이지 않아 이번 임단협 협상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급기야 HMM노조는 임단협 난항으로 파업 위기에 처하자 청와대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HMM 육상노조(사무직 노조) 김진만 위원장과 해원 노조(선원 노조) 전정근 위원장은 지난 4일 오후 청와대 내 연풍문에서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를 만났다.

두 위원장은 HMM 직원들이 회사 회생과 해운 재건 계획을 위해 수년간 열악한 근무환경을 인내했지만 사측과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투입을 이유로 임금인상에 난색을 보이는 상황을 전달하고,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국내 유일의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수출 물류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전하며 노조가 파업에 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해원노조는 전정근 위원장 명의로 선원들의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는 '대통령께 보내는 서신'도 전달했다.

전정근 위원장은 "대통령의 결단과 추진력의 결실인 해운 재건 계획으로 수출 대란은 물론 수출입기업 몰락도 막을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 해운 재건에는 선원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교대자가 없어 1년 넘게 승선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더는 견디지 못하는 선원들이 떠나고, 배는 설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정부와 회사는 배를 또 만든다는 자축만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사람이 먼저다'라고 강조했는데 '배가 먼저다'라고 느껴지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떻게든 배가 서는 일이 없도록 파업에는 나서고 싶지 않지만 지금 형국이 저희를 파업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배가 서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현재 HMM은 노사가 임금인상률과 격려금 규모와 관련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육상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해원 노조도 4차 협상 결렬 시 중노위 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두 노조는 중노위 조정에서도 소득이 없으면 HMM 사상 첫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이렇듯 HMM 노조가 두 자릿수 인상률을 내세우며 파업 카드를 내세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10년 이후 해운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빠지자 주요 해운사들은 규모를 키우며 운임 경쟁에 나섰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운임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크나큰 타격을 입었다.

이 여파로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2016년 말 파산했고 국내 2위 업체였던 HMM의 전신 현대상선은 채권단 관리 아래 구조조정에 나섰다. 직원들도 임금 동결 등을 받아들이며 회사 살리기에 동참했다.

HMM은 직원들의 노력과 코로나19 등에 따른 해운 환경 변화,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등에 힘입어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영업수익을 올리며 부활에 성공했다. 곧 발표될 2분기 영업이익도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HMM노조는 이러한 성과를 희생에 동참한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며 낮은 임금은 인력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1년 반 동안 총 141명이 퇴사했고 세계 2위 선사 MSC가 HMM 직원들을 겨냥해 연봉 2.5배를 내세우며 한국인 선원 채용 공고를 낸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특히 HMM의 육상직은 8년간, 선원직은 6년간 임금 동결을 감내해왔다. 노조가 제시하는 비용이 1200억원 정도인데 이는 과도한 요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HMM 누리호
HMM 누리호

하지만 사측은 채권은행이자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채권단은 HMM이 투입된 공적자금이 출자전환과 영구채 직접 지원 등을 합쳐 3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임금과 성과급을 대폭 올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HMM 임단협이 난항을 겪자 "대규모 공적자금이 지원된 점,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원활한 해운물류 지원이 필요한 상황 등을 고려해 임단협 갈등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와중에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SCFI는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전주 대비 96.24포인트 오르며 사상 최고치인 4196.24를 기록했다.

특히 미주 동안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만67달러를 나타내며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넘었다. 이에 국내 수출기업들은 HMM 임단협 상황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국내 유일의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HMM 파업 시 국내 기업들의 수출길이 완전히 막혀 물류대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서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2016년 초 105만TEU에 달했던 한국 선복량은 2016년 말 46만TEU로 떨어져 국내 기업들은 극심한 물류난을 겪었다. 현재 HMM이 초대형선 20척을 투입했는데도 한진해운 파산 전 선복량은 회복되지 못했다.

HMM 사측은 "이어지는 임단협 협상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노사간 입장차가 있다보니 임단협 결과가 안 나오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파업까지는 진행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업은 일반 제조업과 다르게 파업 시 회사차원의 수익에 영향을 끼치는것에서 나아가 업계 전체에 영향이 갈 수 있다"며 "어려운 시기에 HMM이 주요항로에 추가선복을 투입해왔던 만큼 앞으로의 임단협도 잘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