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가석방에 경영 정상화 기대감
이재용, 미국 반도체 20조원 투자 결정 관심
취업제한·경영승계 재판, 경영 행보에 제약될듯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3일 가석방된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3일 가석방된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3일 가석방된다. 세계 반도체 패권다툼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행보가 주목된다.

10일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그간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해온 재계에서는 사면이 아닌 가석방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삼성의 '총수 부재'에 따른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보고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은 일제히 환영 논평을 내고 이재용 부회장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을 주문했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가장 먼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삼성전자가 따라잡아야 할 파운드리 경쟁사 대만의 TSMC와는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세계 시장 절반을 석권했고 향후 3년간 1천억 달러(114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인텔도 지난 3월에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M&A로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부문에서도 미국의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각각 176단 낸드와 DDR5 D램의 기술 개발과 생산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등 삼성전자의 초격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로 삼성전자가 미국 등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도 가석방이라는 국민과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할 상황이다.

삼성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아직 후보지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 로이터 통신은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출소하면 삼성전자의 주요 투자와 M&A 프로젝트가 가동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등과 관련한 결정도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끊겼던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도 가시화될 가능성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컨퍼런스콜에서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바탕으로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분야는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전장 사업 등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
삼성전자 반도체

삼성전자 측은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한 별다른 입장문을 내지는 않았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소식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재용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의 신분으로 시급한 투자 결정 경영에 참여하겠지만 취업제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완전한 경영은 어려워 보인다.

형 집행 면제와 함께 유죄선고의 효력이 상실되는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형기만료 전 조건부 석방이다. 법무부의 보호관찰과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제한, 거주지 제한 등을 받게 되며 해외 출국 때에는 법무부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 한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삼성전자의 경영에 손을 완전히 떼야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보수도 전혀 받지 않는 미등기 임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경제단체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상태에서 최대한 유연한 행정적 배려를 통해 경영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월에 이재용 부회장이 취업제한 대상자라고 통보한 바 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외에도 다른 재판들을 받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고 프로포폴 투약 혐의와 관련된 재판도 조만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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