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노사, 임금 인상률에 합의점 못찾아
HMM 해상·육상노조 파업 찬반투표 나서
결정권 쥔 산업은행, 책임론에도 묵묵부답

국내 최대 선사인 HMM(구 현대상선)이 임금·단체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파업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HMM 포워드호. HMM 제공
국내 최대 선사인 HMM(구 현대상선)이 임금·단체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파업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HMM 포워드호. HMM 제공

국내 최대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이 임금·단체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파업 위기에 처했다. HMM의 사상 첫 파업을 앞두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커진 상황에서 여전히 산업은행은 묵묵부답으로 결정을 피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HMM 해원연합노조(선원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HMM 해원노조는 22일 정오부터 23일 정오까지 24시간 동안 조합원 450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다.

투표 결과는 23일 오후 나올 예정이지만 노조와 사측 간 입장차가 커 가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사무직 직원들로 구성된 육상노조도 이날 파업 투표를 실시한다.

해원노조는 지난 20일 사측과의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이 조정 중지로 마무리되면서 쟁의권을 확보했다. 육상노조도 앞선 19일 3차 조정 결렬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HMM 사측은 두 노조에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연말 결산 이후 장려금 200% 지급을 골자로 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최대 8년간의 임금동결과 업계와의 격차 등을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원노조의 파업 투표가 가결된다면 HMM은 1976년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나서게 된다.

다만 선원법상 운항 중인 선박의 선원은 파업 등 쟁의행위가 불가능해 부산항에 도착한 선박의 컨테이너 하선과 출항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파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해원노조는 파업이 수출 물류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투표 가결시 HMM 선원들을 대상으로 채용 작업을 하는 스위스 해운업체 MSC로 단체로 이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파업 대신 단체 사직을 하겠다는 얘기다.

해원노조가 파업이나 단체 사직을 할 경우 수출 물류 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돼 HMM 사측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그간 함께 노력해온 직원들이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측이 수정 제시한 임금 인상률 8%는 그동안 직원들의 노고와 채권단 관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이라며 “여기에 교통비, 복지포인트를 포함시킨다면 실질적인 임금인상률은 약 10.6%의 두 자릿수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칫 잘못하면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노조에서 더욱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HMM 노사가 임단협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HMM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온다.

현재 산업은행은 HMM의 지분 24.96%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최권단이다. 산업은행은 HMM에 대해 지난 2017년부터 3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덕분에 HMM은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조3889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실적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HMM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교환하면서 1조8000억원의 전환이익을 거뒀다.

이러한 상황에서 HMM노조는 높은 실적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며 임금·단체협상에 나서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 6년 이상 임금 동결로 사측과 고통을 분담했고 실적까지 개선됐으나 산업은행이 임금 인상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HMM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설득해 임금인상 폭을 인상한 제안을 제시했으나 불발로 끝났다. 이러한 상황에도 산업은행은 여전히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HMM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는 옳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연말에도 HMM 노조가 파업을 결정하자 경영정상화를 위해 좀 더 인내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이에 시민단체도 나서 산업은행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시민단체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항사모)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산업은행이 HMM 임금인상에 유연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정부도 원만한 협상타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HMM은 1976년 창사 이래 무파업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만약 국내 유일의 대형선사인 HMM이 파업에 돌입하면 수출 물류 대란이 불가피하다”며 “산업은행도 정부도 HMM 수출물류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원만한 타결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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