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직원 고연봉에 데려오려는 중소형사들의 노력 결과

대형사, 고정비용 많이 드는 리테일 보유…중소형사는 고연봉 고효율 IB 집중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상반기 실적공시가 끝나고 올해는 또 누가 상반기 연봉킹이었는지가 직작인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 급여 순위 상위권을 모두 증권사가 차지해 투자 열풍을 실감케 합니다. 그런데 익숙하게 아는 대형사들보다 조금 낯선 중소형사들이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게 눈에 띕니다. 왜 그럴까요?

23일, 각 회사가 제출한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직원 100명이 넘는 상장 기업들의 1인당 연봉액 순위에서 증권사들이 1위부터 14위까지를 싹쓸이 했습니다. 상반기 늘어난 거래대금, 국내 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넓어진 투자 지평, 연금, ISA, ETF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투자 유형, 대형 IPO의 물결 등 상반기를 반추하면 이 현상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순위를 살펴보면 투자자에게 익숙한 대형증권사들이 중위권으로 밀리고 1위 메리츠증권을 제외하고는 2위 이베스트증권부터 6위 교보증권까지 지명도가 높지 않은 회사들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다수의 증권사 분들에게 취재한 결과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 현상을 설명합니다.

첫째, 리테일 규모가 크지 않은 증권사들의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다.

2위 이베스트투자증권, 3위, 한양증권, 4위 부국증권, 5위 KTB투자증권, 6위 교보증권 등을 살펴보면 타사 대비 개인고객을 상대하는 지점의 수가 매우 작습니다. 본사 영업점을 포함 지점 수가 한두개에 그치는 수준이고, 이베스트증권 같은 곳은 아예 온라인 증권사를 표방합니다.

한마디로 고정비용은 크게 나가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수수료 수익이 늘다 보니 고정비용은 적고 규모는 작은 증권사들의 평균 연봉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이들은 이베스트증권 543명, 한양증권 325명, 부국증권 276명, KTB투자증권 389명 등 많게는 3~4000명대에 이르는 타 대형증권사 대비 임직원 규모가 10분의 1 수준입니다.

둘째, 리테일 규모는 크지 않지만 IB에 강하다.

1위를 차지한 메리츠증권은 반기 급여가 1억 3468만원입니다. 똑같이 2를 곱해 온기로 환산하면 1년에 약 2억 70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메리츠증권은 전통적으로 부동산금융을 포함 IB부문 경쟁력이 업계 최고수준의 회사입니다. 코로나19로 IB부문도 투자를 위한 실사(Due Diligence)가 어려워지고, 부동산 공실이 커지며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우량한 딜을 리스크관리 하에 잘 진행한 결과 더 높은 수익을 거뒀습니다.

메리츠증권도 타 대형사 대비 상대적으로 리테일부문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막강한 리서치센터 등을 내세워 리테일부문도 함께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철저하게 실력 중심의 인사를 통해 성과에 맞는 대접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회사다운 결과입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선전한 회사 중 하나입니다. 키움증권과 같은 온라인 증권사를 표방하는 이 회사는 최근 시장의 스타로 떠오른 염승환 이사를 배출한 회사입니다. 주요 유튜브, 서점가 등에서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염승환 이사는 작년 초 차장 직급에서 하반기 이미 부장으로 승진 후 올해 하반기에는 이사로 타이틀이 바꼈습니다.

염 이사가 진행하는 이 회사의 공식 유튜브 E트렌드는 현재 구독자가 77.8만명으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타 대형사 유튜브 채널 부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점은 없지만 오히려 고효율의 결과를 냈습니다.

3~6위를 차지한 한양증권, 부국증권, KTB투자증권, 교보증권 등은 모두 지점수는 많지 않지만 IB가 강한 회사들입니다.

IB맨들은 증권가에서도 몸값이 높기로 유명합니다. 실력있는 IB맨들은 본부 단위로 팀을 이뤄 움직입니다. 수장이 새로운 증권사에 둥지를 튼다고 발표하면 휘하의 임직원들이 모두 단체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리테일 지점 운영에 고정비용을 쓰진 않지만 몸값이 높은 이들을 잡기 위해 회사 입장에선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됩니다.

셋째, 브랜드가 열위에 있지만 유능한 임직원 영입에 더 많은 베팅을 한다.

두번째 이유와 연결선상에 있지만, IB뿐 아니라 트레이딩, 채권 등 개인고객과 크게 상관없이 실력을 가진 증권맨들을 영입하는데 중소형사가 더 적극적입니다.

대형사들은 회사의 브랜드만 걸어도 상대적으로 영업이 더 잘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회사에서 실력있는 사람들을 데려오기 위해선 더 큰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인지상정.

이것이 가능한 건 대형사나 중소형사나 하는 비즈니스가 대동소이하기 때문입니다. 금융업 특성상 더 큰 자본력을 가진 회사가 더 경쟁력있는 상품을 제공할 가능성이 큽니다.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맨파워입니다.

증권업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는 일의 스펙트럼 자체가 다르진 않습니다. 대형사가 좀더 백화점식으로 많은 비즈니스를 할 수 있지만 리테일, IB, 트레이딩, PI 등 증권업의 기본은 같습니다. 대형사에 있는 인재를 높은 몸값을 지불해 데려오려는 중소형사들의 노력이 연봉 랭킹에서 중소형사가 더 위에 위치하는 이유라는 설명입니다.

 

연봉 상위 1~14위를 차지한 증권사들. (일러스트제공=연합뉴스)
연봉 상위 1~14위를 차지한 증권사들. (일러스트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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