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재정으로 위기 극복…경제 회복되면 세금 늘어 선순환 기대

문 대통령, “작년과 올해 확장적 재정 정책 효과 실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604조4000억 원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밝혔다. 올해 대비 8.3% 늘어난 규모다.

대한민국 예산이 6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최초의 일이다. 3년 연속 이어지는 적자재정에 국가 채무도 10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여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확장적 재정 지출을 통해 경제회복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회복된 경제주체가 더 많은 세금을 내면 정부 살림의 건전성도 다시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내놨다.

31일 기획재정부가 밝힌 정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제 및 반도체 업황 회복, 백신보급 확대 등을 바탕으로 경기, 고용흐름 개선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출과 투자가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경제회복을 견인할 거라는 기대다. 다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코로나19에 따른 내수회복세 제약, 이에 따른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 예산안의 확장적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가계나 기업과 마찬가지로 살림을 한다. 수입과 지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게 쓰기 위해 노력하고, 부족할 경우 추가경정을 통해 예산을 중간에 보충하기도 한다. 특히 차기연도에 쓸 자금의 수요처를 미리 파악해 전년도에 미리 그 내용을 확정하는데 31일 나온 안이 내년도 계획이다.

보통 경기가 좋을 때는 정부가 지출을 줄이고, 경제호황에 따라 돈을 많이 번 가계와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세율을 인상한다. 이를 긴축재정 혹은 흑자재정이라고 한다. 반대로 경기가 지금처럼 좋지 않을 때는 정부 지출을 늘리고, 불경기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에게 걷는 세금을 줄여주기 위해 세율을 인하한다. 이를 확장재정 또는 적자재정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예산안 편성을 발표하며,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정부는 ‘완전한 회복과 강한 경제’를 위해 내년도 예산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고 말했다.

주목할 부분은 ‘내년도 예산도’라는 부분이다.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은 8.3%로, 총수입 증가율 6.7%보다 높고, 2017년 5월 문재인대통령 취임 이후 2018년(7.1%), 2019년(9.5%), 2020년(9.1%), 2021년(8.9%), 2022년(8.3%) 등 지속해 평균 8.6% 의 증가율로 지출 규모가 확장 일로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세운 2018~2022년 국가재정계획상 연평균 증가율 5.2%보다 3.4%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문 정부가 이와 같은 확장적 재정을 유지하는 근거는 코로나19 지속에 따른 경제침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완전한 회복까지 갈 길이 멀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제무역 질서 변화 등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여전히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과 올해 확장적 재정 정책의 효과를 실감했다”며, “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이룬 것도 그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 정부는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위기 극복 정부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운명”이라며, “예산안 통과를 위해 국회와의 소통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전했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도 "코로나 위기를 완전히 종식시켜 확고하게 경기를 회복시키고 신 양극화에 대응하면서 선도국가로 도약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다 보니 불가피하게 확장적 재정운용을 유지하는 정책적 선택을 했다"고 부연했다.

이어지는 확장재정 기조로 정부는 내년 국가채무가 1068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총생산(GDP)의 50.2%에 달하는 규모다. 국가 채무가 GDP 절반을 넘는 것도 신기록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일단 주머니를 풀고 나중에 다시 채워넣으면 된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처럼 확장 재정을 통해 경제를 회복시켜 세수를 늘리고 건전성을 회복하는 재정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꿈을 가졌지만 결국 꿈에 그쳤다”며,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일단 빚을 내고 보자는 것은 차기 정부에 큰 짐으로 남길 수 있어 재정운용의 책임소재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잉태시키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 중인 문재인 대통령(제공=연합뉴스)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 중인 문재인 대통령(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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