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주 극단선택에 당황한 택배노조
전국택배노조 "일부 조합원의 대리점주 괴롭힘 확인돼"
"CJ대한통운도 응분의 책임져야"…원청 비판 이어가
유족 "고인, 노조 괴롭힘 명시…패륜 행위 멈춰라"

김태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택배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택배노조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택배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택배노조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택배노조와 분쟁으로 CJ대한통운 김포 대리점주 A씨가 지난달 30일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자 택배노조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A씨에 대한 조합원들의 일부 괴롭힘 행위가 확인됐다면서도 원청인 CJ대한통운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택배노조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들의 일부가 고인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글들을 단체 대화방에 게재했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CJ대한통운 대리점주 A씨가 노조를 원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사건과 관련돼 열렸다.

택배노조는 "폭언·욕설 등 내용은 없었고, 소장에 대한 항의의 글과 비아냥·조롱 등 내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숨진 대리점주가 운영했던 CJ대한통운 경기 김포 장기대리점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된 지난 5월부터 4개월여 동안 단체 대화방에서 나온 대화를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택배노조는 "사회적 비난을 달게 받을 것"이라면서 "경찰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결론과 무관하게 규약에 따라 해당 조합원을 노조 징계위에 회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했다.

A씨는 노조가 물품 배송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겪었으며 조합원들이 일부 물품을 배송하지 않는 등 업무를 거부하면서 가족과 함께 그 공백을 메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는 원청인 CJ대한통운에 대리점 포기 각서를 냈는데 포기 기한은 숨지기 전날이었다. 이를 두고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측은 노조가 대리점 설립을 위해 분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다 갈등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공문, 집회, 단체 대화방 등 어떤 경로를 통해서도 고인에게 '대리점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 원청(지사장)의 요구로 대리점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노조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김포 택배대리점주 A씨의 운구차량이 2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분향소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김포 택배대리점주 A씨의 운구차량이 2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분향소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동시에 택배노조는 이번 사망사건과 관련돼 원청인 CJ대한통운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택배노조는 기자회견에서 CJ대한통운 김포지사장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저는 제 목표대로 고인이 장기대리점에 발 못 붙이게 하려고 새로운 점주를 뽑은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고인은 집도 매각할 정도로 매우 어려운 경제적 생황에서 분할되는 대리점 1곳이라도 운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으나 김포지사장은 마지막 소망마저 짓밟았다"며 "CJ대한통운이 결정적 원인 제공자"라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김포 대리점은 월 3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었으나 대리점주 A씨는 정상적인 날짜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CJ대한통운이 김포 대리점을 2개로 나누고 9월부터 A씨를 대리점주에서 빼려고 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간부였던 이들이 김포터미널의 대리점장으로 오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현장에 퍼져있었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돼 CJ대한통운은 대리점 포기 압박과 관련돼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택배노조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원청 비판을 이어가자 유족은 분통을 터트렸다.

A씨의 유족은 택배노조의 기자회견 직후 대리점연합회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노조의 기자회견은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패륜적 행위"라며 "분노를 금할 수 없고 황망한 중이지만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족은 “고인이 유서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던 마지막 이야기가 생생히 담겨있다”며 “노조는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앞세워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마저 부정하는 파렴치한 태도를 보여 줬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쏟아낸 헛된 말들이 마치 진실인 양 탈을 쓰고 돌아다닌다면 고인을 다시 한번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인은 유언장을 통해 노조의 괴롭힘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이라고 명백하게 밝혔다. 집단 괴롭힘과 폭력을 밝히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고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라며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고인의 빈소를 찾지도 않은 노조의 애도를 진정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노조는 택배기사들이 돌아갔을 때도 이렇게 행동했는지 되돌아보라”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가족은 장례를 마친 후 유언장 내용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이러한 비극을 초래한 사람들에 대하여 책임을 묻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택배노조는 유족이 즉각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고 법적 책임까지도 묻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성실한 협조를 약속했다.

택배노조는 “만약 (이번 대리점주 사망사고와 관련돼) 경찰 수사가 진행될 경우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노조원들에게도 협조를 적극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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