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 거리두기 강화에 매출 54% 급감
중기중앙회 '경제활동 보장' 위드 코로나 촉구
위드 코로나 정의 불분명…청와대 "정책 수렴 중"
이스라엘, 위드 코로나 택한 후 신규확진 1만명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델타변이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가 이뤄지면서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극한까지 치닫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델타변이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가 이뤄지면서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극한까지 치닫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델타변이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가 이뤄지면서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극한까지 치닫고 있다. 그중에서도 호프집은 영업시간이 줄면서 매출이 반토막이 나는 등 생존 위기에 처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는 지난 8월 23일부터 8월 30일까지 거리두기 4단계 적용 대상인 수도권·대전·부산·제주 지역 음식점·호프집·카페·편의점 자영업자 4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피해 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평균 매출이 53% 감소했다. 영업제한 시간이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줄어드면서 매출이 21%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이전 평균 매출 감소폭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호프집이 –87%로 가장 크게 줄었다. 음식점(-62%), 카페(-48%), 편의점(-26%) 순이었다.

영업 시간 제한과 인원 제한 중 무엇이 더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지 묻는 질문엔 71%의 자영업자들이 '둘 다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응답했다. 인원 제한이 더 힘들다고 대답한 이들은 19%, 영업시간 제한이 10%였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각역 인근 유흥가가 오후 9시가 이후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서울 종각역 인근 유흥가가 오후 9시가 이후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렇듯 소상공인들이 생존 위기까지 처하자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5개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는 2일 현 방역 체계를 경제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는 '위드(with) 코로나'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두 달 넘게 이어지는 고강도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로 소상공인들은 사실상 영업을 포기하고 있다"며 "방역 수칙은 엄격히 적용하되 경제활동은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새 방역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직접적 운영 규제는 최소화하고 감염 고위험 시설과 저위험 시설을 구분하는 선별적 방역 조치 완화가 있어야 한다"며 오후 9시인 영업시간 제한을 업종과 위험도에 따라 오후 10시나 자정으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대상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는 제외하고 공적 회의와 관련된 모임이나 식사 시 PCR(유전자 증폭) 검사 결과 제출자에게도 예외 적용을 주장했다.

이어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일반 행사는 정상 개최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철저한 방역 지침 준수 하에 예정된 행사를 정상 개최해 전시산업 등 관련 업종의 피해를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방역과 경제는 양자택일 대상이 아니며 코로나19와의 공존은 불가피하다"며 "정부와 국회는 소상공인 희생에만 의존하는 현 방역 체계 대신 업종별·단계별로 정상적 경제활동을 허용하는 방역체계 개편을 서둘러 달라"고 요구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사실상 집단면역 형성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획일적인 방역 정책은 소상공인 피해만 키우고 방역 효과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만큼 마스크 쓰기와 같은 생활 방역은 엄격하게 하되, 경제활동은 최대한 보장하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기중앙회가 8월 25~30일 소상공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공존 시대에 대한 소상공인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8%는 방역 체계 개편에 찬성했다.

현 방역 체계가 지속될 경우 휴·폐업을 고민할 것이라는 응답은 63.0%였다.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도 최근 자영업자 단체들을 만나 고강도 방역 조치에 따른 애로사항과 '위드 코로나' 전환 요구를 수렴했다.

1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인태연 자영업비서관은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자영업자비대위,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코인노래방협회 등 자영업자 관련 단체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단체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체계 전환과 거리두기 단계 완화 제안 등을 담은 의견서를 인 비서관 등에 전달했다.

이렇듯 ‘위드 코로나’ 전환이 논의되고 있으나 여전히 정의가 명확하고 ‘위드 코로나’ 시행 국가 가운데 신규 확진자가 대폭 늘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현재 코로나19 방역체계를 확진자 발생 억제에서 위중증 환자 관리 위주로 전환하는 내용을 ‘위드 코로나’로 보고 있다. 이는 집단면역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사회적 논의를 통해 추가로 의미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달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대해 "위드 코로나의 개념은 정의 자체가 불분명하지만, 코로나19 위험성이 감소한 상태에서 일상회복을 하고 코로나19와 함께 사회를 운영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집단면역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위드 코로나는 집단면역의 개념을 뛰어넘어 굉장히 적극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방역조치를 최소화하는 경우를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방역조치를 완화한 영국과 싱가포르의 예를 들었다. 영국은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등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했고, 싱가포르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적모임 인원 제한 등의 규제를 유지하면서 위드 코로나를 추진하고 있다.

손 반장은 "우리도 예방접종 진행 상황에 따라 방역체계를 완화하고 일상 회복 쪽에 방향성을 두면서 논의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코로나19 4차 유행 속에 등교 개학한 이스라엘의 학교. 연합뉴스
코로나19 4차 유행 속에 등교 개학한 이스라엘의 학교. 연합뉴스

현재 ‘위드 코로나’를 택한 대표적인 국가인 이스라엘에서는 신규확진자가 1만명을 넘었다.

지난달 31일 1만 313명을 비롯해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사흘 연속 신규확진자 수가 1만 명 선을 넘고 있다.

하지만 중증 환자 수 등 다른 감염지표는 차츰 안정세를 보인다. 중증 환자 수는 지난달 29일 753명, 30일 750명, 31일 710명에 이어 이달 1일 675명, 2일엔 666명으로 단기간이지만 확연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이런 중증 환자 감소세가 최근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백신 3차 접종(부스터 샷)의 영향이라고 판단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6월 델타 변이를 중심으로 한 4차 유행이 닥쳤지만 이동 제한 등 강력한 방역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아동·청소년의 접종률을 높이고 2회차 접종 후 5개월이 지난 접종자의 3차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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