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부동산 경쟁력은 그대로

자사주 꾸준한 매입…주주가치 제고 진행중

지난 5월 14일 중순 고배당 종목으로 알려져 있던 메리츠금융이 갑작스런 배당축소 공시를 내며 주가가 급락했으나 이후 오히려 2배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며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동 기간 코스피는 등락을 거듭하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데요, 배당 축소를 발표하고도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어디 있을까요?

정확히 석달 전인 5월 14일 메리츠금융그룹은 1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돌연 배당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선언했습니다. 전통적인 고배당 종목인 메리츠금융,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등 그룹 상장 회사들의 배당 축소였습니다.

직전 3개년 평균 메리츠금융,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의 배당성향은 각각 각각 66.27%, 35.03%, 38.42%였는데요, 앞으로는 ‘중기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10%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다만 배당을 줄이는 채찍 대신 자사주 매입소각이라는 당근을 제시했습니다.

단기 시세차익을 중시하는 개인투자자와 달리 기관투자자나 외국인들은 배당정책에 매우 민감합니다. 안정적인 배당(Income Gain)을 확보한 상황에서 추가로 시세차익(Capital Gain)까지 얻기를 희망합니다. 또 우량주들은 배당성향이 높고 궁극적으로 주가가 우상향 할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배당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은 곧 높은 이익력을 반증하는 것이니까요.

그런 차원에서 메리츠금융의 배당 축소는 기관과 외국인 세력에게 분명 악재로 다가갔을 겁니다. 실제 주가흐름을 살펴보면 배당축소 공시 전일인 5월 13일 메리츠금융지주 종가는 2만450원입니다. 연속 이틀 급락한 주가는 5월 17일 종가 기준 1만6550원까지 미끌어져 2거래일 만에 19.1% 하락을 기록합니다. 이는 자회사들인 메리츠화재나 메리츠증권에게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후 이들 종목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급등을 이어가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해 왔습니다. 정확히 석달 뒤인 9월 13일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종가는 3만8050원입니다. 배당축소 공시 직전 대비 약 86% 상승입니다. 불과 석달 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첫번째로 꼽히는 이유는 자사주 매입의 성공입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배당 축소 발표 당시엔 구체적인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지 않아 주가 하락 등 일시적인 충격을 초래했으나 한달 뒤인 6월 17일, 24일, 30일 연이어 금융지주, 증권, 보험의 신탁계약에 의한 자사주 취득을 공시하면서 주가 상승에 본격적인 불을 당깁니다.

원래 NH투자증권과 신탁 계약을 맺고 자사주 매입을 이어왔던 메리츠금융지주는 6월 17일에 500억 원, 8월 30일 다시 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을 밝혀 시장에 믿음을 주고 있습니다. 이미 6월 8일 공시된 자사주 취득 내역만 보더라도 1만2000원대부터 2만원대까지 3월 8일부터 6월 4일에 걸쳐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 주식을 사들여 강력한 주주가치 제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당을 갑자기 줄이겠다고 할 때 시장이 우려했던 것은 그 원인이 이익 감소에서 기초한 것이냐의 유무입니다. 쉽게 말해 돈을 못 버니 배당을 줄이겠다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것이지요. 실제 부동산금융과 대체투자(AI)에 강점이 있던 메리츠금융그룹은 보다 강력한 리스크관리를 요구하는 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관련 익스포져(Exposure)를 줄여나가는 상황이고 이것이 이익의 감소와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기우로 보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상황에 따라 증권업이 호조를 보이며 메리츠증권의 실적이 급증했고, 메리츠화재는 여전히 안정적인 이익을 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리츠증권의 완전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도 상황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2020년 기준 메리츠금융의 연결 영업이익은 1조 3721억원으로 2019년 대비 약 43% 성장을 보였습니다. 2021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9008억원으로 전년 실적을 다시 압도합니다.

메리츠금융지주 연결 재무추이(출처=한국신용평가 보고서)
메리츠금융지주 연결 재무추이(출처=한국신용평가 보고서)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혹시 지금의 호조가 코로나19 상황 정상화 이후 수익성에 변화가 오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입니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부동산금융 부문 축소에 따른 수익성 축소가 나타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생깁니다.

이에 대한 답은 한국신용평가가 10일자로 발표한 자료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신평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이 작년 3월 부동산 익스포져를 줄일 계획을 공개한 이후 작년 한해 순수 익스포져(Net Exposure)가 11조 원에서 6조 원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런 기조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져 현재도 6조 원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자기자본을 동원해 직접 영업에 나서는 대신 투자 물건을 여러 투자자에게 재분배 해(Sell Down)해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의 영업으로 돌아섰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메리츠화재의 부동산 순수 익스포져(Net Exposure)는 2017년 4조 원에서 2021년 상반기 말 기준 11조원으로 늘어났다는 게 한신평의 분석입니다. 메리츠증권 자회사 메리츠캐피탈의 경우 부동산PF와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역시 순수 익스포져가 2조원에서 4조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즉 메리츠금융그룹이 경쟁력을 가져온 부동산 금융 사업은 그 주체가 메리츠증권에서 메리츠화재로 이동한 것이지 본원적인 그룹 경쟁력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에서의 불투명성과 배당 축소로 놀랐던 주주들이 다시 주식을 사모으기에 충분한 이유를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배당 축소를 발표한 지난 5월 14일부터 석달 뒤인 9월 13일까지 외국인은 메리츠금융 주식을 121억 5400만원어치 순매수 했고, 기관은 412억 1200만원어치 순매수를 기록했습니다. 동 기간 개인들은 382억 5900만원 어치 순매도했네요. 메리츠금융지주 주식이 동 기간 거의 2배 가까이 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배 아픈 일입니다.

다만 한가지, 자사주 매입은 소각까지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자사주를 매입했다가 다시 시장에 풀어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일”을 합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한 일시적 유통주식수 감소가 아닌 전체 주당 가치가 실제 올라가는 소각까지 이뤄질 지 함께 체크해 볼 일입니다.

배당축소 발표 이후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추이(출처=한국투자증권 MTS)
배당축소 발표 이후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추이(출처=한국투자증권 M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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