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금융당국 처분...악화되는 시장상황

IPO, 연내 해도 고민 안 해도 고민

IPO 재수에 도전했던 카카오페이가 삼수를 선택해야 할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 전반에 대한 정치권의 강도 높은 비판에 모기업이 집중 포화를 맞자 연내 상장을 강행하는 것이 맞는 지에 대해 내부에서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의 연내 상장이 불투명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물리적인 이유와 정서적인 이유 두 가지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7월 2일 1차 증권신고서 제출 후 공모가 과도 논란, 2대주주 관련 리스크 등으로 신고서 정정신고를 하면서 당초 8월 6일 상장한 카카오뱅크에 연이어 같은 달 12일 상장하려 했던 카카오페이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절치부심하여 공모가 산정의 근거가 되는 비교회사를 변경하고, 2대주주 관련 문제 해결 의지까지 적시하며 지난 8월 31일 야심차게 정정신고서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금소법(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에 따라 카카오페이의 금융상품 유통 행위가 ‘단순 광고대행’인지 ‘중계행위’인지에 대한 유권해석 문제로 또 다시 철퇴를 맞으며 이제는 연내 상장이 가능할 것인지도 불분명하게 됐습니다.

물리적으로만 보면 연내 상장이 아예 불가능하진 않아 보입니다. 당초 카카오페이가 고집을 피워온 금융상품 비교, 보험 서비스 등을 잠정 중단해가면서 금융당국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또 다시 정정 신고서를 내게 되더라도 평균 소요되는 3주 정도의 시간을 감안하면 연내 상장이 어렵지만은 않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키를 쥐고 있는 금융당국이 과연 명쾌한 유권해석을 통해 카카오페이의 ‘쾌속 상장’을 도와줄 지는 미지수라는게 업계의 전망입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저희로서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부 서비스를 내리면서까지 당국의 유권해석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한만큼 이젠 기다리는 일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2대주주인 알리페이의 입장은 어떤 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거긴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이 더 심각해 카카오페이 상장을 신경 쓸 겨를이 없지 않겠냐”며 반문했습니다.

중국 당국에 밉보여 지주회사 체계로 변신하는데 여념이 없는 알리페이 입장에서 카카오페이의 국내 상장에까지 관여할 여력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한 증권사 법무팀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금융업이 왜 규제산업인지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채 무조건 혁신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에 집착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것이 패착”이라는 설명을 했습니다.

그는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타 금융사와 제휴해 간접적으로 금융서비스에 접근했으나 카카오의 경우 직접 자회사를 만들고, 당국이 유예기간까지 주며 창구지도를 한 것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은 상장을 앞둔 회사로서 무모한 선택”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금융업 담당 한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금소법의 취지가 무엇인지 카카오가 오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는 “마치 사모펀드 사고가 난 후 책임 통감의 범위에 대해 판매사가 전적으로 무거운 책임을 지듯, 금융상품을 유통, 판매하는 과정에서 생긴 책임에 대해 판매 채널에 두터운 책임을 지우려하는 금융당국의 취지를 기술적인 부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IT를 통해 금융업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카카오의 착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카카오페이가 연내 IPO를 마치는 데는 또 다른 고민이 있습니다. 먼저 공모가를 또 한번 손을 대야하는지 말아야 할 지 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의 다수설은 업 자체가 훼손된 것이 아닌 만큼 공모가 자체가 크게 낮아질 이유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결제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를 확보하고 이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연결해 수수료를 챙기겠다는 기본 가정이 무너진 상황에서 기업가치 훼손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 만약 금감원의 유권해석이 잘 내려지고 카카오페이가 부지런히 준비해서 연내 상장이 이뤄진다면 이는 빨라야 11월, 늦으면 12월이 될 것입니다. 현재도 테이퍼링, 인플레이션, 고용, 거기에 과도한 가계부채까지 경제 전반의 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 상장 당시 시장이 급한 조정을 받게 된다면 투자심리가 급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금융당국의 처분, 급변하는 시장 상황, 카카오 그룹 전반에 대한 싸늘한 시선. 이를 뚫고 카카오페이는 연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요? 해피앤딩까지 넘어야 할 산이 높아 보입니다.

카카오페이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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