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SK배터리 정관, 주주가치 훼손우려 독소조항 포함돼"

SK이노베이션 헝가리 배터리 2공장
SK이노베이션 헝가리 배터리 2공장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분사 여부가 16일 결정된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분사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 등이 찬성 의사를 밝힌 만큼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부 시민사회에서는 분사 결정 약관에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 E&P 주식회사(가칭)'의 물적분할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안건 의결을 위해서는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은 올해 반기 기준 ㈜SK 등 특수관계인 33.4%, SK이노베이션 자기주식 10.8%, 국민연금 8.1%, 기타(외국인 및 국내 기관, 개인주주) 47.7% 등이다. 기타 지분 중 외국인·국내 기관이 약 26%, 개인주주가 22% 수준이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최근 "분할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나, 핵심 사업부문인 배터리사업 등의 비상장화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반대표를 던지기로 정했다.

다만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를 비롯해 대신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의결권 자문 기관들이 찬성 의사를 밝혀 이날 임시 주총에서도 배터리 사업 분사 안건이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날 분사안이 의결되면 내달 1일부로 신설법인이 출범하게 된다.

SK배터리 주식회사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생산을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 사업, ESS(에너지 저장장치) 사업을 맡는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아직 신설회사의 사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회사는 특허청에 새 사명 후보로 거론되는 'SK 온(on)'과 'SK 배터러리(betterery)', 'SK 넥스트(next)' 등 상표권을 출원했다.

배터리 신설법인의 대표는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사업을 총괄해온 지동섭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분사 후 투자금 확보를 위해 이르면 내년 배터리 법인의 기업공개(IPO)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신설 법인인 SK E&P는 석유개발 생산·탐사 사업,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수행한다. 현재 SK이노베이션 석유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명성 대표가 계속해서 신규 법인의 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SK이노베이션 주총 안건으로 주주 이익배당을 금전 외 주식과 기타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 안건도 상정된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물적분할 이후 주식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기존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조만간 주식 배당 등 방식으로 '주주 달래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시민사회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사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SK배터리의 정관을 살펴본 결과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독소조항이 다수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SK배터리 신설 정관이)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종류주식의 발행을 허용한 것은 지배주주의 지배권 방어 목적 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며 "이는 향후 SK배터리 상장 시 외부주주의 정당한 경영참여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는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했다.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 소집공고 상 SK배터리 정관 제8조 제2항을 보면 회사는 의결권 배제 또는 제한에 관한 주식과 전환에 관한 종류주식(주주가 전환권을 가지는 종류주식)의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또 제9조의 6은 전환에 관한 종류주식의 전환 사유로 ▲회사의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가 있는 경우 ▲특정인 및 그 특수관계인이 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5%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 ▲회사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단체는 "의결권에 차등을 둔 주식 발행을 통해 외부 일반 주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소수지분만으로도 회사를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평상시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발행한 후 지배권 위협이 있는 경우 회사의 선택으로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변형된 형태의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을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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