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우리도 신탁으로 ETF 담겠다"

금투업계, "ETF는 증권업 고유의 영역"…운용사 "액티브ETF로 퇴직연금 진출"

퇴직연금 시장이 ETF의 인기에 힘입어 증권사로의 머니무브 움직임을 보이자 은행들이 상품군에 ETF를 편입시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양강 운용사가 선점한 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타겟으로 후발 운용사들이 추가 수익을 낼 수 잇는 액티브 ETF 시장에 뛰어드는 등 ETF가 금융업권별 지형 변화의 중심에 서고 있다.

16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벨류자산운용이 연내 액티브 ETF를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존 ETF시장은 대표 지수 추종 상품의 경우 이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장악한 상황에서 시장 판도를 바꾸기 어려워지자, 상품이 진화하며 같은 지수를 추종하더라도 매니저의 역량에 일부 자산을 맡겨 초과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ETF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앞선 14일 트러스톤자산운용 신임 이원선 CIO도 취임 기념 간담회를 통해 회사의 새로운 비전으로 자신의 주 전공인 퀀트를 활용, 데이터에 기반한 액티브ETF를 통해 퇴직연금시장에 도전할 뜻을 비춘 바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ETF순자산 규모는 64조1870억 원으로 전년 말 기준 52조 365억원 대비 약 18.9% 증가했다.

ETF의 인기는 작년 한 해 주식투자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투자에 눈을 뜬 일반인들이 잠자고 있던 자신들의 퇴직연금 계좌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한 증권사 퇴직연금본부장은 “지수가 부담스런 수준으로 올라온 상황에서 바이오, 2차전지 등 특정 섹터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투자자들은 개별 주식 대신 ETF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확정급여형(DB) 상품에서 확정기여형(DC) 또는 개인형퇴직연금(IRP)로 이동하는 고객들이 ETF를 통한 적극적인 수익관리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주식형펀드 또는 국내상장된 해외지수 추종 ETF매매시 발생한 배당 또는 매매차익은 15.4%의 배당소득세를 부과하고, 2000만원이 넘어가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하지만 ETF를 퇴직연금 IRP계좌에서 편입하면 추가적인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연간 계좌에서 납입한 금액 기준으로 700만원까지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인출하기 전까진 발생한 세금이 과세이연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또 연금 수령시 3.3~5.5%의 저율로 과세된다.

이런 장점이 알려지며 ETF를 활용한 퇴직연금 굴리기에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자 은행들이 가만히 앉아서 상황을 지켜보지 않을 태세다.

작년 말 기준 51%의 시장점유율로 퇴직연금 시장의 굳건한 지위를 지켜왔던 은행들은 20.2% 수준을 보이는 금투업계의 약진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특히 은행권이 강한 확정급여형(DB)이 작년 한 해 15.9조원 증가에 그치는 동안 증권사가 강한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는 18.4조원이 늘어나 변화의 양상을 보이자 긴장하는 눈치다.

그 중심에 ETF가 있다고 여긴 은행들은 퇴직연금 운용에서 증권사만 가능한 ETF를 ‘신탁’의 형태를 빌려서라도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게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가장 앞선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ETF를 실시간 매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도 ETF가 증권사의 고유 영역이라는 금융위 유권해석에 막혀 뜻을 펴지 못하다 ‘신탁’의 형태로라도 ETF를 바구니에 담아 고객 이탈을 막겠다는 움직임이다.

한 시중은행 퇴직연금팀장은 “퇴직연금 사업자 선택에 따라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는 상품에 제한이 생긴다는 것은 역차별의 문제를 나을 수 있다”며, “신탁을 통하면 실시간 매매까지는 안되더라도 상당부분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 증권사 퇴직연금 본부장은 “투자자들의 노후가 달린 삼층보장시스템의 한 축인 퇴직연금을 저금리 시대에 언제까지 경쟁력 없는 상품에 넣어둘 수 없다”며, “투자자들의 자연스런 선택에 의해 머니무브를 받아들여야지 신탁이라는 편법을 통해 그 흐름을 막으려는 것을 금융당국이 허용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반발했다.

금감원이 밝힌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율은 업권별로 금투업계(18.5%), 은행(15.9%), 생명보험(14.1%) 순이다.

이달 CIO에 취임하며 퀀트를 활용한 액티브ETF 출시로 퇴직연금시장 도전에 나설 뜻을 밝힌 트러스톤자산운용 이원선CIO(제공=트러스톤자산운용)
이달 CIO에 취임하며 퀀트를 활용한 액티브ETF 출시로 퇴직연금시장 도전에 나설 뜻을 밝힌 트러스톤자산운용 이원선CIO(제공=트러스톤자산운용)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