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오를 호재 없고, ELS 숙려제 발목

중국 정부 규제에 단골 기초자산 ‘H지수’ 폭락 ‘발 동동’

한때 국민 재테크 상품의 하나로 자리잡았던 ELS가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여겨지며 만기 및 조기상환시 새로운 상품에 재투자하던 투자자들이 최근 호재 없는 증시 분위기에 신규 가입을 꺼리는 분위기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 발 규제 이슈로 촉발된 H지수 급락에 따라 ELS투자자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월 한달 간 발행된 ELS 규모는 총 3조 3879억 원으로 직전 월 대비 약 7000억원 가량 줄었다. 지난 5월 3조 8144억 원 발행으로 쇼크에 가까운 급감을 보였던 때 보다 더 줄어든 상황이다.

한 증권사 PB센터장은 “ELS 신규 발행이 늘려면 시장 지수 변동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 유지돼 조기상환이 지속 이뤄져야 그 자금이 재투자로 이어진다”며, “단골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가 2월 중순 이후 급락을 이어가고, 그 효과로 ELS 조기상환에 제동이 걸린 5월부터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직 상환되지 않은 상태로 운용중인 ELS 발행잔고는 8월말 기준 53조 2380억 원 수준이다. 1년 전인 작년 8월말 기준 70조 원을 넘어섰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9월 헝다그룹 이슈로 H지수가 또 급락했던 걸 감안하면 잔고 기준 50조원 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보통 기초자산이 두개인 투 스톡(2 Stock) 형태의 ELS가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삼성전자나 아마존 등 대표 종목이 섞이기도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ELS는 지수형이다. 특히 투자자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코스피200, 닛케이225, S&P500, 홍콩H지수 등이 주종이다. 해외투자가 일반화된 이후엔 유로스톡스50도 많이 활용된다. 미국지수를 비롯해 대부분 글로벌 지수가 연초 이후 플러스를 기록중인 상태지만 유독 H지수는 쉼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단기 조기상환 불발을 넘어 만기 전 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할 경우 원금 손실 감수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증권사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LS는 일정 구간 내에서 움직일 것을 가정해 시기별 기초자산 움직임을 관찰해 약속된 구간 내에서 움직이면 계약된 수익금을 돌려주는 구조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투자된 자금을 채권 등에 투자해 원금을 확보하고 나머지 이자를 파생상품으로 적극 운용해 투자자들의 수익금을 돌려주고 증권사도 나머지 수익금을 챙기게 된다.

이런 윈윈이 가능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변동성이 있돼, 너무 큰 변동폭은 피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특히 자체 헤지를 하는 증권사도 있지만 작년 3월 증시 폭락장에 증거금 부족현상인 ‘마진콜’ 규모가 불어나며 증권사들의 존망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되자 위험을 외부로 전가하는 백투백 헤지로 상당 수 돌아선 상황이다. 조기상환이 되지 않는 것은 이 비용 부담이 커지는 증권사 입장에서도 반갑지 않은 결과다.

여기에 증권사 입장에선 또 다른 암초가 있다. 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만든 이른바 ‘숙려제도’다.

금융소비자보호법 발효와 함께 지난 5월부터 ELS에 가입하려면 투자자들이 계약 전 2영업일 동안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게 한 조치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주요 지수가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에서 정부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내건 조치다.

원금 손실률 20% 이상이 가능한 구조의 ELS를 대상으로 하지만 상당수의 상품이 이에 해당하기 떄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영업에 더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이다. 고객이 고민해 볼 시간과 숙려 결과 가입의사를 확인하는 시간을 더하면 물리적으로 5영업일 전에는 청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입을 위한 장벽이 늘어난 셈이다.

한 강남권 증권사 지점 PB는 “전에는 한번 결정하면 그걸로 확정이라고 생각됐던 ELS 투자가 이제는 하루하루 변하는 시장 상황이나 뉴스에 민감해진 고객이 최종 의사 철회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노력이 드는 ELS 상품 판매를 하느니 다른 종목 상담을 통해 주식매매 한번 더 하는게 낫다는 의견이 PB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ELS 투자자와 증권사 모두에게 우려를 안겨주고 있는 H지수의 연초 이후 추이(출처=한국투자증권 MTS)
ELS 투자자와 증권사 모두에게 우려를 안겨주고 있는 H지수의 연초 이후 추이(출처=한국투자증권 MTS)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