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EU심사 지연에 늦어져
EU 'LNG선 시장 독점' 노리고 심사 늦춘다는 지적나와
우리 공정위, 현대重-대우조선 합병 연내 마무리 목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과 기업결합(M&A) 심사가 2년이 넘도록 성사되지 않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기한을 또다시 연장한 가운데 인수에 결정적 역할을 할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가 아직 재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에 대한 EU의 우려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 만큼 두 조선사의 연내 결합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 산하 경쟁분과위 대변인인 마리아 초니는 "지난해 7월 위원회는 현대중공업그룹(HHIH)의 대우조선해양(DSME) 인수에 대한 심층 조사를 중단했다"면서 "조사는 여전히 (지금도)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앞서 2019년 12월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개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심사를 세 번이나 일시 유예했다.

인수합병(M&A)의 최대 관건인 EU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면서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인수 기한을 올해 12월 31일로 또다시 연기했다. 2019년 3월 인수계약을 체결한 후 네 번째 연기다.

한국조선해양은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했으며 현재 EU와 한국, 일본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초니 대변인은 조사 지연 배경에 대해 "인수합병 기한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조사에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위원회의 조사 중단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이 누락된 정보를 제공하면 조사는 다시 시작되고 위원회 결정 기한이 조정된다. 현재 (이 외에) 더는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EU 집행위는 인수 당사자인 한국조선해양이 제시한 독과점 구조 해소 방안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가 심사를 시작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만큼 한국조선해양이 효과적인 해소 방안을 제출하지 못한다면, 연말에는 시정방안 협의를 중단하고 심사를 재개한 후 합병을 승인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EU가 LNG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일부러 심사를 늦추고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유럽은 LNG선 선사들이 몰려있는 지역이다. 한국조선해양이 LNG선 대형화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추면 유럽 선사들이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 LNG선 시장점유율은 60%로 대폭 높아진다.

한국조선해양은 이 같은 EU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수년간 LNG선 가격을 동결하고 건조 기술을 이전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EU 측에서 LNG사업부 일부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조선해양 입장에서 대우조선해양의 LNG 사업부 매각이 이뤄진다면 인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EU의 심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인수 기한 내 결합은 더욱 불투명해진 모습이다.

한편 EU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공정위도 아직까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 결론을 내리고 있지 않다. 다만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현황 보고에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간의 기업결합 심사도 올해 안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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