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벽 1시 5분 반도체와 전자장비 관련 화물을 포함해 총 60여t의 화물을 실은 아시아나항공 OZ987편(보잉747)이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 모습. 아시아나항공 제공
반도체와 전자장비 등 화물을 실은 아시아나항공 OZ987편(보잉747)이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 모습. 아시아나항공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은 물론 해상 화물운임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해운업계와 항공업계가 수익성 증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반대로 비용이 증가하는 국내 수출기업로서는 그만큼의 걱정이 늘고 있는 형국이다. 

항공사와 해운사는 운임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수출기업은 높아진 운임 부담에 심지어 수출품을 운송할 비행기와 배도 구하지 못하며 난관에 직면했다.

우선 지난달 항공 화물 운임지수인 TAC 지수의 홍콩∼북미 노선 항공 화물운임은 1㎏당 9.74달러였다. 기존 최고 기록인 5월의 8.70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 9월보다 80% 오른 수준이다.

항공 화물운임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3월부터 상승했다. 항공사들의 항공 화물 운송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화물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졌고, 운임이 올랐다. 

국제선 여객기 운항 중단으로 여객기 화물칸을 통한 운송량이 줄어들면서 항공 화물 운송 공급량이 줄어든 것이다.

작년 2월 1㎏당 3.19달러였던 홍콩∼북미 노선 화물운임은 3월 4.03달러로 오른 뒤 5월엔 7.73달러까지 크게 증가했다. 작년 3분기 일시적인 물동량 감소로 운임이 4~5달러대로 하락했으나 올해 초부터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화물 운임 상승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의 실적을 이끌었다. 대한항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3조7000억원의 매출에 3213억원의 영업이익을, 아시아나항공은 1조7000억원의 매출에 8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로만 좁혀보더라도 두 항공사 모두 2분기 역대 최대 화물 실적을 낸 것으로, 3분기에도 흑자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2992억원, 아시아나항공은 6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분석됐다.

두 항공사는 작년 3월 코로나19로 여객 운송이 줄어들자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고, 화물 전용 여객기를 운항하며 화물 운송에 사활을 걸었다. 대한항공은 여객 없이 화물만 실은 화물전용 여객기를 65개 노선에서 운항했다.

화물기가 없는 저비용항공사(LCC) 역시 화물 사업 강화를 통해 코로나 위기에 대응했다.

제주항공은 여객을 태우지 않고 화물만 운송하는 화물 수송 전용 여객기를 운항 중이다. 화물 수송 전용 여객기는 8월 577t을 수송해 10개월 만에 운송량이 10배 늘어났다. 티웨이항공도 인천∼홍콩, 인천∼베트남 호치민·하노이 노선에서 기내 화물 운송에 들어갔다. 내년 A330-300 중대형기를 도입하면 크기가 큰 특수 화물도 운송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MM 누리호
HMM 누리호

해상 운임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8일 기준 4천647.60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3.2배가량 오른 수준이다.

국내 수출기업이 자주 이용하는 미주 서안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6371달러, 유럽 운임은 7714달러다.

이러 상황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은 해상과 항공 화물운임이 급등하면서 수출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부와 해운사, 항공사까지 나서 화물 운송 공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당분간 운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 대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해운운임 급등 등에 따른 물류비 상승이 최소 내년 6월 이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조사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1000대 수출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해운 물류 애로 조사에 따르면 수출 대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물류비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0.9% 증가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23.8% 늘 것으로 진단했다.

기업들은 물류비 정상화 기간도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류비 인상이 정상화되는 시점에 대해 수출기업들은 '내년 연말' 27.4%, '내년 6월' 26.0%, '내년 3월' 23.3% 순으로 답했다. 올해 내 정상화될 것으로 본 기업은 7.3%에 불과했다.

특히 내년 6월 이후로 보는 기업 비율이 70%에 달했다. 이는 물류비 문제가 해결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방증이다.

아울러 운송계약 형태와 관련해선 장기 해운 운송계약(33.0%), 단기 해운운송계약(31.5%), 단기 항공운송계약(19.2%), 장기 항공운송계약(13.8%) 순이었다.

수출 대기업은 장기 해운 운송계약이 절대다수여서 물류비 인상에 대한 영향이 적다는 인식이 많은데 단기 형태도 3분의 1에 달해 예상보다 큰 충격을 받는다.

물류에 어려움을 겪는 주된 원인은 '해운 운임 급등'(26.3%)과 '운송 지연'(25.4%) 등이었다. '선박확보 어려움'이라는 응답도 18.6%나 됐다.

또 물류비 증가에 따라 기업들은 '영업이익 감소'(38.9%)와 '지연 관련 비용 증가'(36.2%)도 겪고 있었다. '거래처 단절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한 기업도 2.7%였다.

상·하반기 물류비 증가율, SCFI 지수 추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물류비 증가를 어떻게 부담하느냐는 질문에는 58.5%가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다고 답했다. 원가에 반영해 전가하는 기업 비중은 25.5% 뿐이었다.

항공 등 대체 물류를 이용하거나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도 각각 5.9%, 1.3%였다. 최근 해운업계 현안인 공정위의 해운업계 운임 담합 과징금 부과에 대해서는 기업들은 물류대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해운법상 담합 허용을 위한 구체적 절차를 추가하는 등 장기적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답이 49.3%로 가장 많았고, 과징금 철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22.0%였다.

수출기업의 물류 안정화를 위한 정부 노력에 대해선 '국적 해운사 육성'(26.8%), '임시선박 투입 확대'(26.4%), '선·화주 장기계약 인센티브 강화'(12.4%), '컨테이너 확보 지원'(12.4%) 등을 꼽았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물류비용 증가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박 확보 애로, 거래처 단절 등 어려움을 겪는 수출 대기업에 대한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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