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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불투명…반도체 수급난 출구가 안 보이는 이유
내년도 불투명…반도체 수급난 출구가 안 보이는 이유
  • 고우현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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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영향으로 올해 3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소 수준으로 감소한 가운데,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자동차 업계를 시작으로 전자제품 생산에까지 압력을 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내년과 그 이후에도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차질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국내 완성차 업계가 생산한 자동차는 총 76만1975대로,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 3분기(92만1583대)에 비해서도 20.9% 줄었다.

이는 매년 3분기 기준으로 봤을 때 글로벌 금융위기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던 2008년(76만121대) 이후 13년만에 최소치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지난해보다 늘어난 90만8848대와 90만5699대를 생산하며 비교적 잘 버텨 왔으나, 올해 하반기 동남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반도체 부족 사태가 심화하면서 자동차 생산량이 80만대 선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당초 9∼10월이면 반도체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았지만, 독일 인피니온과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기지가 밀집한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델타 변이 확산으로 '록다운'(봉쇄)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엔 중국의 전력난까지 겹친 터여서 반도체 부족 사태는 좀체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에 대비해 국내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고 국내외 공급망을 보다 체계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에 대비해 국내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고 국내외 공급망을 보다 체계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업체별로 보면 국내 완성차 업체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는 올해 3분기 총 35만209대를 생산해 지난해 같은 기간(41만5992대)에 비해 15.8% 감소했다.

현대차는 반도체 부품 부족 사태로 인해 지난달 5일간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울산4공장의 팰리세이드 등 일부 생산 라인을 일시적으로 멈추기도 했다. 아산공장의 전기차 생산설비 설치 공사를 위해 7월 중순부터 약 4주간 휴업을 한 것도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3분기에 총 32만1734대를 생산해 작년(34만4212대)보다 6.5% 줄었다.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7월 오토랜드 광명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틀간 휴업했다.

반도체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음에 따라 신차 출고 지연 현상도 어이지고 있다.

현대차 투싼은 출고까지 9개월을 대기해야 하며,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코나 하이브리드는 6개월 넘게 기다려야 한다. 기아의 카니발은 출고까지 6∼7개월이 소요되며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최장 11개월까지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올해 4분기로 알려진 제네시스 G90과 기아 니로 신형의 출시 시기도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이미 감산에 들어간 한국GM은 3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10만2747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만5939대를 생산했다.

한국GM은 지난달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등을 생산하는 부평 1·2공장의 가동률을 모두 절반으로 줄이는 등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부평1공장을 2주간 휴업했다.

반도체 수급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3분기(3만1537대)에 비해 7.0% 증가한 3만3760대를 생산했다.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쌍용는 2만499대를 생산하는 데 그쳐 지난해(2만6164대)보다 21.7% 줄었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오는 2023년까지 지속된다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연말까지도 생산 차질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차질을 빚는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은 전자제품 생산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애플은 최근 출시한 아이폰 13 생산량을 1000만 대가량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올해 연말까지 아이폰13 생산량을 9000만대로 정했지만, 브로드컴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반도체 업체의 공급에 차질이 생겨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고 블룸버그가 최근 전했다.

애플은 반도체 공급 대란에도 강력한 구매력과 반도체 업체들과의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왔지만, 장기적인 공급 부족 여파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 감소에 따른 공급망 불안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까지 타격을 줄 전망이다. 올해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단기 조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물류대란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당초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해 4분기 코로나19 특수가 '피크아웃(peak out·정점을 찍고 하강)'하며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덕에 증가했던 노트북·크롬북 등 PC부터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부 PC 생산 기업들이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완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자사가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에 파운드리(위탁생산) 반도체 가격을 최대 20% 올릴 것이란 전망이 강하게 제기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메모리인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등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 생산 비중이 미미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향후 IC(Integrated Chip) 부족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듯 반도체 주요 수요처인 스마트폰 등의 생산도 차질을 빚는 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의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스마트폰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하반기 히트 상품인 갤럭시 플립3 등 폴더블폰 공급에 문제에 직면했다.

중국의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나아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애플 제품과 부품 등을 생산·조립하는 중국내 기업들이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되면서 완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물류 시장 불안도 공급망 충격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용 증가, 컨테이너선 부족 등 불안한 물류 시장 등으로 산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IT·가전 등 완제품 공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는 결국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