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추가 전세대출 조건, 과정 깐깐

집단대출 은행간 깐부연합 탄생 촌극…풍선효과에 타 금융권 꿈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대출 조이기에 여념이 없는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대출을 해주는 ‘금융사’와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 모두 피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적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이를 집행하는 운영의 묘에 세심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일 5대 은행 등 은행권 여신 담당 실무자들이 온라인 회의를 통해 전세대출 관리방안을 논의 결과 전세 보증금이 오른 만큼만 대출을 해주는 방향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창구심사를 원칙으로 해 대면 창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현실적 어려움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통제에 따른 전년 대비 증가율 한도 6% 도래에 따라 대출 전면 중단사태가 발생하며 실수요자들, 특히 전세거주자들의 불편에 따른 불만 여론이 커졌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전세대출 실수요자에 대한 차질 없는 공급’을 주문하면서 전세대출에 한해 예외를 두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전세대출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대출이 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우선 지난 18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이 재개됐지만, 전세대출 최대 한도는 기존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제한되고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이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다.

또 오는 27일부터는 비대면 전세대출 자체가 쉽지 않아진다. 먼저 1주택자의 경우 비대면 방식으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고 은행 창구에서 대면 심사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비대면 창구가 마련돼 있지 않은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대출 한도 제한과 상관없이 추가 여신을 일으킬 기회 자체가 없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출범 열흘만에 대출이 멈춰선 토스뱅크는 아직 전세대출 상품이 없어 논의 대상이 아니다.

여기에 기존에는 잔금을 치른 후 3개월 이내에만 대출 신청을 하면 됐지만, 이제는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잔금을 치르기 전까지 반드시 대출 신청을 해야 하도록 바꼈다. 대출 차주들이 챙겨야 할 사항이 늘어나다 보니 이를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자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자는 취지임에도 대면 창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현실적으로 전세대출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지침”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 전세대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한 임차인은 “기존에 살고 있는 전셋집이 계약 만료 도래에 따라 재계약 과정에서 집주인이 급등한 시세를 반영해 예상을 넘어선 금액을 요청하고 있는데 한도가 기존 계약 기준으로 이뤄지다 보니 차액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출 정책 변화는 뜻밖의 은행간 ‘깐부’를 탄생시키는 웃지 못할 상황도 만들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따라 어렵게 아파트에 당첨되고도 대출을 일으키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은행들이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연말까지 입주 예정인 아파트가 집단대출 협약은행을 찾지 못할 경우 은행간 대출 현황을 공유해 여력이 있는 은행을 소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평소 같으면 타 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들의 대환 대출을 뺏어오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은행들이 자사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따른 여력 소진시 이를 경쟁사에 넘겨주는 진풍경을 보게되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금융위, 금감원, 은행연합회, 은행 합동TF를 구성해 ‘집단대출 수요 분산 작업’을 통해 4분기 입주 예정 110여개 사업장의 잔금대출 취급 현황과 은행 별 대출 여력을 공유키로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1금융권만의 힘으로 대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다른 금융권까지 넘쳐올 수요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KB국민카드는 핀테크업체 핀크와 손잡고 자사의 카드론 상품 정보를 플랫폼에 제공해 대출 한도와 금리비교를 통한 대출서비스 제공 원활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민카드의 대출 상품인 카드론 금리는 최저 3%대 후반에서 최대 10%대 후반으로 개인 신용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은행들의 대출 여력 고갈에 따라 대출이 어려워진 우량 신용자들은 4% 내외의 금리로 대출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에 급한 불을 끄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내집 한 칸 없어 전세를 사는 사람들이 올라간 전세값 마련을 위해 금융기관을 전전긍긍하게 되는 현 상황을 만든 정책적 결정을 무조건 수긍하기도 어려운 것이 솔직한 소감”이라고 밝혔다.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앞에 전세자금대출 상품 현수막이 걸려 있다.(제공=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앞에 전세자금대출 상품 현수막이 걸려 있다.(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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