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네거리 인근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도심 내 집회 금지 안내문이 놓여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0일 서울 도심에서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총파업과 대규모 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네거리 인근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도심 내 집회 금지 안내문이 놓여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0일 서울 도심에서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총파업과 대규모 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연합뉴스

“일하는 노동자를 살리고 시민안전을 도모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 고용 안정과 노조할 권리, 임단협 쟁취를 위해 총파업에 나선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일 서울 도심에서 노동자 수 만명이 집결하는 일손을 놓는 총파업을 벌인다. 이들은 코로나19 시대 노동자들의 고통을 알리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일손을 놓는 총파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7월 3일에도 종로 등 서울 도심 일대에서 8000여 명이 모여 기습 시위와 행진을 강행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의 문턱에서 총파업이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등 총파업·집회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경고해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이 총파업 명분으로 내세우는 큰 현안은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철폐·비정규직 철폐 ▲모든 노동자의 노조활동 권리 쟁취 ▲돌봄·의료·교육·주택·교통 공공성 쟁취 ▲산업 전환기 일자리 국가책임제 쟁취 등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총파업을 통해 노동 이슈를 전면에 부각하는 게 민주노총의 목표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110만명 전 조합원 참여를 목표로 이번 총파업을 준비해왔다. 총파업에는 전체 조합원의 절반 수준인 약 5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민주노총은 예상하지만,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렇게 많은 참여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이다.

그동안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은 총파업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급식조리원·돌봄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노조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공무원노조, 전국교직원노조,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건설노조 등은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노동자들이 총파업 못지않게 당국을 긴장시키는 것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대규모 집회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서울과 전국 13곳에서 동시다발 방식의 파업대회를 연다. 경북 포항은 오후 3시 30분, 울산은 오후 4시에 시작한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참여 인원 50만명 가운데 약 8만명이 파업대회에 참가할 것으로 민주노총은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 도심 집회 참여 인원은 2만5000~3만명 수준일 전망이다.

서울·경기·인천본부 조합원들은 서울 도심에서 수도권 파업대회를 개최한다. 구체적인 장소는 이날 정오 이후에나 공지될 예정이다.

서울대회는 ▲대회 선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총파업 지지 정당·시민사회단체 소개 ▲윤택근 위원장 직무대행의 대회사 ▲주요 구호 제창 ▲금속노조 등의 투쟁사 ▲문화공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옥중 편지 낭독 ▲총파업 선언문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양 위원장은 지난 5∼7월 서울 도심에서 여러 차례 불법 집회·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전날 첫 재판을 받았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사법부를 향해 "정부는 총파업과 관련해 '자제하고 대화로 해결하자'는 진정성 없는 공허한 말장난과 여론몰이만 하고 있다"며 총파업 대회를 보장하고 양경수 위원장을 석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하 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총파업에서는 선언문 낭독 이후 거리 행진 여부도 주목된다. 집회 뒤 행진이 기본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경찰이 통제하는 상황에서 가능할지는 유동적이다. 

특히 이번 총파업에서는 교육공무직의 학교 급식과 돌봄에 공백이 우려되면서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내 교직원을 활용하고 빵이나 우유를 제공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학교 급식, 돌봄 등의 업무를 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로 구성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처우개선과 복리후생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학교 급식과 돌봄, 특수교육 등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관내 각급 학교와 기관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원은 약 2만7000명에 달한다. 이에 교육청은 돌봄전담사, 특수실무사, 유치원에듀케어강사 등의 공백에 대해서는 학교 내 교직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교직원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학교 급식의 경우 식단을 간소화하고 도시락을 싸 오게 하거나 빵이나 우유 등 급식대용품을 제공하도록 했다. 이 외에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파업 관련 내용과 협조 사항을 사전에 안내하고 가용 가능한 행정력을 동원하기로 했다.

이에 교원단체는 각 시도교육청의 이런 '교원 대체 투입' 지침에 대해 반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돌봄 파업 시 교사를 포함한 교장·교감 대체 투입은 노동조합법상 '대체근로 금지 위반'이다"라면서 "학교와 교원을 범법행위로 몰아넣는 위법적 지침을 내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 소속 배달 라이더 1000이 공제조합 설립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동참한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에서 일하는 라이더가 배달앱을 끄는 '오프데이'를 진행한다. 이들은 배달 라이더 공제조합 설립, 배달앱 기본료 인상, 노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지부는 "정부가 2022년부터 배달 오토바이 공제조합 설립을 약속했으나 내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저렴한 보험료, 의무 유상보험, 안전교육, 배달 교육 등을 위한 공제조합 설립을 요구했다.

지부에 따르면 "배달앱 업체는 배달사업을 시작하고 기본배달료를 한 번도 올리지 않고 있다. 현재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와 교섭을 진행하며 기본료를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이에 대해 아직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가 플랫폼종사자보호법 통과에 급급할 게 아니라 배달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고 노동법 개정을 통해 노동 3권을 보장해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생활가전 렌탈업체 코웨이의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총파업에 동참한다. 

가전통신노조 코웨이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파업에 참여하는 직군은 코웨이 가전제품 설치·수리기사, 방문점검원, 영업관리직 등이며, 이들은 총파업 당일엔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코웨이 본사를 향한 항의행동'을 진행한다.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 중인 문재인 대통령(제공=연합뉴스)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 중인 문재인 대통령

정부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방역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고,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11월 일상 회복을 준비하는 중대한 시점"이라며 "민주노총이 대승적 차원에서 최대한 파업을 자제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총파업이 실행될 때를 대비해 급식, 돌봄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대책을 준비하라"며 "방역수칙 위반 등 불법행위는 엄정히 처리하라"고 주문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만약 총파업을 강행한다면 정부로서는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총파업 계획을 철회해줄 것을 요구했다.

경찰은 가용 경력과 장비를 최대한 활용해 집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제지·차단하고 불법 집회 주동자를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도 총파업 강행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코로나19 확산과 장기화에 따른 위기 속에서 많은 기업과 근로자가 일터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총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경제 회복 노력에 함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간산업의 국유화와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을 주장하는 이번 파업에 공감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책임있는 사회 주체로서 이념적 투쟁을 반복하지 말고 경제 회복과 감염병 예방 노력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다음달부터 위드 코로나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또다시 불법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국민의 기대를 져버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산업 현장 노사관계의 안정이 필수"라며 "총파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엄중히 물어 산업 현장의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들은 “불평등체제 타파와 한국 사회 대전환의 신호탄이 될 민주노총 총파업을 적극 지지한다"며 총파업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반면 보수단체 신전대협은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강행한다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고발할 것"이라며 총파업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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