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사장, LG에너지솔루션 출범 11개월만 용퇴
GM 리콜사태로 IPO 차질 등 책임 물어
‘고객가치’ 강조한 구광모, 권영수 배치로 악재 돌파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겹악재’를 맞은 LG에너지솔루션의 수장 교체를 택했다. 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의 수장 교체를 택했다. 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의 수장 교체를 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볼트 전기차(EV) 리콜과 이에 따른 품질 논란으로 상장마저 늦어지자 ‘최측근’ 권영수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 수장으로 임명해 악재 극복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25일 이사회를 열고 권영수 ㈜LG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돼 LG에너지솔루션은 다음 달 11월 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 CEO 선임을 승인할 예정이다.

권영수 부회장은 임시주총 승인 및 이사회 후 내달 1일 자로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이사 부회장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제 중국 CATL과 글로벌 배터리시장 1, 2위를 다투는 LG에너지솔루션의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려야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 GM, 스텔란티스 등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4개의 연이은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공장 설립과 수주물량 200조원 규모를 최고수준의 경쟁력으로 순조롭게 공급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일단락된 리콜을 마무리하며 성장기반을 탄탄히 해 글로벌 1등 배터리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중차대한 경영현안들을 앞두고 있다”며 “이사회는 사업적으로 중요한 전환기에 새로운 CEO가 구성원들의 구심점이 돼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고히하고 고객과 시장에 신뢰를 주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권영수 LG 부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권영수 부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8월에 지주회사 LG대표이사를 맡으며 회장에 오를 때 함께 LG 각자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즉 구광모 회장을 근접해 보좌해온 최측근이라는 뜻이다.

그는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완성차 업체의 수주를 끌어내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두 배 늘리기도 했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이 높고 고객과 투자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높은 신뢰를 줄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영수 부회장의 LG에너지솔루션 CEO 임명으로 기존의 김종현 사장은 지난해 12월 에너지솔루션 출범 후 11개월만의 임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김종현 사장의 용퇴 배경에 GM 등의 잇따른 리콜 사태 탓이 크다고 본다.

GM은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볼트EV에서 연이은 화재가 발생하자 총 14만 3000여대의 차량의 리콜을 결정했다.

지난 2016년 생산을 시작한 이 차종의 모든 차량이 대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볼트 리콜로 2분기에 리콜 충당금을 910억원 반영했고 3분기에 추가로 6200억원을 반영하기로 했다.

미국 버몬트주에서 화재가 발생한 쉐보레 볼트 EV. 연합뉴스
미국 버몬트주에서 화재가 발생한 쉐보레 볼트 EV. 연합뉴스

LG전자도 2분기에 충당금 2346억원을 반영했고 3분기에도 4800억원을 추가로 설정했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현대차 코나 EV 리콜 여파로 6500억∼7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반영했다. 지난 2019년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최근까지 충당금을 쌓았다.

이번 GM 건까지 포함하면 전기차 배터리에서 LG화학과 LG전자가 2조원 이상의 리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GM의 볼트EV 리콜은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상장도 지연시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고 8월 중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이달 내로 증시 입성이 유력했다.

그러나 GM 리콜 사태로 인해 상장심사가 길어져 빨라야 올해 연말에 상장이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그룹 차원에서의 핵심사업인 만큼 구광모 회장이 수장 교체를 통해 변화를 꾀한다는 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는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까지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그룹도 권영수 부회장을 내정하며 “고객과 시장에 신뢰를 주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권영수 부회장을 선임하기로 했다”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경영자를 선임해야 한다는 구광모 회장의 의지와 믿음이 담겼다”고 말했다.

LG화학 차동석 최고재무책임자(CFO)도 25일 콘퍼런스콜에서 “이번 GM 리콜을 비롯해 몇건의 리콜이슈가 발생한 것을 놓고 시장의 우려가 매우 컸음을 인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품질혁신 활동을 최우선 경영과제로 놓고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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