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통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다. '가치소비' 트렌드가 자리잡으면서 소비자들의 ESG경영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업계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자원순환부터 협력사를 지원하는 상생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본지는 ESG경영을 선도하는 국내 유통기업의 주목할 만한 행보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이랜드 스파오의 에코 데님. 이랜드 제공
이랜드 스파오의 에코 데님. 이랜드 제공

이랜드 그룹의 패션브랜드 ‘스파오’가 지속가능패션을 강화하기 위해 2023년까지 데님 라인 전체를 친환경 소재로 생산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스파오의 친환경 데님 상품의 비중은 전체 데님 상품 중 40% 수준으로 112개 스타일에 달한다. 2022년 SS(봄여름) 시즌에 60%, 2023년까지 데님 상품 100% 친환경 소재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수량으로는 대략 100만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파오는 생산,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가 원팀인 친환경 전담 조직을 세우고 2019년, 국내 SPA 브랜드 중 최초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데님 상품을 출시했다. 이후 상품성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며 112개 스타일로 확장했다.

SPA 브랜드에서 데님은 핵심 상품에 속한다. 스파오 전체 매출로 봤을 때 데님 제품군은 매출 비중 15%를 차지하며 단일 제품군으로는 티셔츠 다음으로 가장 큰 수치다.

현재 출시된 에코 데님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좋다. ‘스파오 와이드 핏 데님’은 작년 대비 2배 이상 물량을 확대해 출시했는데 전년대비 매출이 55% 증가하며 바로 리오더에 들어갔다. 환경을 지키면서도 스타일리시한 핏과 워싱을 즐길 수 있어 고객 호응이 높다.

스파오 관계자는 “친환경 소재 확보와 오존가공, 생산국가 환경발전이라는 3가지 선순환 시스템이 갖춰지며 에코 데님의 비중을 늘릴 수 있었다“면서 “고객에게 정직한 제품을 판매하자는 목표 아래 친환경과 상품성 모두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스파오 에코데님 화보
스파오 에코데님 화보

버려진 원사를 데님으로 바꾸다

스파오의 에코 데님은 최고급 ‘RUC(RE-USED COTTON) 섬유’로 만들어진다. RUC 섬유는 원단 직조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최고급 섬유의 부산물들을 재가공해 만든 섬유다. 스파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프리미엄 데님 원단 업체인 터키의 ISKO, KIPAS 사의 원단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터키의 ISKO사 원단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데님 업계 최고급 원단으로 꼽힌다. 스파오는 3만 99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고급 데님 원단을 즐길 수 있도록 ISKO 터키 본사를 직접 방문해 스파오 단독 R-TWO(리사이클+리유저블) 소재를 확보했다.

ISKO 사에서 자신들이 가진 R-TWO(리사이클+리유저블)소재 중 이랜드 제품에 맞는 원단 5가지를 개발 및 제안했고 그중 2개는 현재까지 핵심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또 스파오 에코 데님에는 목화의 재배 과정에서 물과 살충제를 적게 사용하는 농법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친환경 인증 면사 ‘코튼 USA’가 사용된다. 실용성과 친환경성을 두루 갖춰 전 세계적으로 최상의 코튼으로 인정받는 면사다.

스파오 데님 소싱팀 관계자는 “소재의 고급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환경 보호의 효과가 큰 데님 원단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년간 노력한 결과 스파오의 에코 데님만을 위한 소재가 탄생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데님으로 시작해 친환경 상품 점차 확대

스파오가 친환경 상품으로 가장 먼저 데님을 선택한 것은 매출 비중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다. 데님은 가공 과정에서 물과 염료 사용이 높고 워싱을 위한 가공 단계도 매우 많은 제품이다.

데님의 시원하고 자연스러운 컬러를 위해서는 보통 40단계의 워싱 과정을 거치고 한벌 당 약 7000L의 물이 필요하다. 이는 4인 가족이 5일간 사용하는 물의 양과 같다. 때문에 여기서 변화를 일으켜야 가장 큰 환경보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스파오의 에코 데님은 ‘오존공법’으로 만들어진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오존공법은 환경친화적 가공 공법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JEANOLOGIA의 공법이다. 오존 처리를 통해 빈티지한 워싱 효과는 극대화하면서 물과 약품의 사용을 최소화한다. 이 과정에서 화학물질은 95%, 물 최대 95%, 전기 최대 40% 절약된다.

생산 국가의 환경 발전을 위한 사회 공헌 캠페인 역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스파오 에코 데님의 수익금의 일부는 스파오 데님의 생산 국가 중 하나인 베트남에서 식수 문제로 어려움을 겪오 있는 소수민족을 위해 쓰인다. 이랜드재단-희망친구 기아대책-스파오가 협업해 우물과 정수기 지원 사업에 쓰인다.

또 스파오는 ‘에코 린넨’와 ‘에코 레더’ 라인업을 차례로 출시하며 고품질의 상품에 친환경 가치를 담아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스파오의 ‘에코 린넨’ 라인은 생산 과정에서 물 사용량을 최대 99% 절감한 ‘에코 이노베이션 워싱’ 기법을 사용해 만들었다. 최소한의 물을 사용해 폐수를 발생율을 낮추고 워싱에 소모되는 에너지도 70% 이상 절감하는 ‘나노버블테크’ 기법을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만든 제품이다.

또 실제 가죽이 아닌 ‘페이크 레더(인조가죽)’를 사용한 ‘에코 레더’ 라인업도 선보였다. 동물을 보호하면서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어 가치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얇은 레터 재킷 특유의 흐르는 질감은 살리고 신축성 있는 소재를 사용해 가죽 재킷이 주는 불편함까지 개선해 환경과 실용성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파오 관계자는 “에코 데님과 더불어 오가닉 티셔츠, 에코 레더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탄소 배출량과 물 소비량을 줄여 나가고 있다”면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브랜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친환경 상품들을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가 고고챌린지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베트남 탕콤 R&D팀에서 일하고 있는 Ms양과 Ms안. 이랜드 제공
이랜드가 고고챌린지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베트남 탕콤 R&D팀에서 일하고 있는 Ms양과 Ms안. 이랜드 제공

한편 지난 3월 이랜드는 친환경 캠페인 ‘고고챌린지’에 참여했다. ‘고고챌린지’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여 환경보호 실천을 독려하기 위한 환경부 주관 캠페인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실천 방안을 공유하고 다음 주자를 지목해 많은 사람들이 탈 플라스틱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랜드는 캠페인을 통해 폐 페트병을 활용한 섬유를 개발한 이랜드 베트남 섬유 R&BD센터 ‘탕콤’의 활동을 소개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소재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번 고고챌린지에 동참한 섬유 R&BD센터 ‘탕콤’은 이랜드 패션의 주요 생산기지로 도레이, 렌징 등 세계 최고 기업들과 새로운 소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탕콤’은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하여 만든 Eco-PET 원사와 목재를 원료로 만든 RAYON을 친환경 공법으로 섬유화 한 Eco-WOOD 원사를 활용한 옷을 생산하고 있다.

또 물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 친환경 염색 공법을 제품에 응용해 폐수 발생량을 혁신적으로 줄여나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섬유는 실제 이랜드그룹의 패션 사업과 맞물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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