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재화와 용역을 팔아먹기 위한 세계적인 몸부림」
「브렉시트는 포퓰리즘에 휘둘린 영국민들의 정치 수준」
「제 발등 수없이 찍어온 한국, 영국을 반면교사 삼아야」

세계가 환율과 주가로 당황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인들은 더 당황하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얘기다. 영국 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묻는다.

“우리, 무슨 짓을 한 거야? What have we done?”

무슨 짓을 한 걸까? 영국인들의 이번 유럽연합 탈퇴 결정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도끼로 제 발등 찍기’다.

▲ 장고 끝 악수 ⓒconnectpa.co.uk/quoteszilla.com

세계화, 팔아먹기 위한 세계적 몸부림

작금, 세계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브렉시트Brexit라는 용어는 영국Bratain이 유럽연합EU에서 벗어난다exit는 의미를 가진 합성어다. 당연히 영국Bratain이 유럽연합에 잔류하기remain를 원하는 사람들은 브리메인Bremain을 외친다.

세계가 비록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브렉시트라는 문제의 본질은 정치가 아니라 경제이고, 세계화가 낳은 일종의 ‘부정적’ 파생상품이다. 따라서 세계화에 대한 이해 없이는 브렉시트는 물론, 현재 영국이 처해 있는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세계화의 역사로 들어가 보자.

장사의 대원칙은 이익이다. 더 많은 이익을 남기려면 더 많이 팔아야 한다.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의 직업을 단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 영업사원이다. 일반인들처럼 국가도 장사를 해야 먹고 산다. 그렇게 국가끼리 하는 장사가 무역이다.

그런데 무역에는 뚜렷이 대비되는 두 가지 태도가 있다.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이다. 한 나라의 무역정책이 보호무역인지 자유무역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상품이 역내로 들어올 때 부과하는 관세tariff다.

A국이 100원짜리 연필을 B국에 수출하려는데, B국이 500%의 관세를 매긴다면, A국은 도저히 수출을 할 수가 없다. 무역장벽으로 인해 B국에서 생산되는 100원짜리 연필과 경쟁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B국의 무역정책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보호무역이다. 입장을 바꿔보자. 이번에는 B국이 100원짜리 볼펜을 A국에 수출하려는데, A국이 1,000%의 관세를 매긴다. 당연히 B국은 수출을 포기한다.

▲ 보호무역주의 ⓒyoungvoicesadvocates.com

이처럼 A국과 B국이 자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재화와 용역에 엄청난 관세를 매긴다면, 무역을 실종된다. 실제로 세계 경제가 걸어온 역사를 보면 이런 현상이 심심찮게 있어 왔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경제 발전은 그만큼 더뎌진다.

이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기 시작했고, 그 만남의 결과, 관세와 수출입 규제 등 각종 무역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협정이 체결되었다. 바로 GATT라 불리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이다. 그게 1948년 1월의 일이다.

GATT는 IMF 체제와 함께 자유무역, 즉 세계화의 초석 역할을 수행해갔다. 그런데 모든 가입국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를 하는 구조였던 GATT는 1964년부터 1967년까지 진행된 케네디라운드, 1979년에 개최된 동경라운드를 거쳐 1987년 초에 출범한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다자간 협상의 틀이 완성되면서 1995년 1월 1일에 출범한 WTO, 즉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에 ‘자유무역 지킴이’ 자리를 내주었다.

▲ GATT에서 WTO로, 다시 FTA까지 ⓒimage.3sir.net

이후 다자간 협상이 활발해지면서 WTO 체제는 차츰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으로 이행해갔고, 그럼에 따라 세계는 끼리끼리 뭉치는 ‘블록화’ 현상을 보였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4개국을 지칭하는 BRICS,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남아메리카 지역의 자유무역과 관세동맹을 목표로 하는 남미공동시장(MERCOSUR) 등이 그런 블록들이다. 물론 이런 여정의 와중에 유럽경제공동체(EEC)로부터 출발해 지금에 이르러 있는 유럽연합(EU)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런 기나긴 과정을 거친 끝에, 2016년 현재를 지배하는 ‘미국을 포함하는 경제 블록’, ‘중국을 포함하는 아시아 경제 블록’,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을 포함하는 유럽 경제 블록’ 등이 형성되어 있다.

브렉시트, 그 포퓰리즘의 역사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가 창설된 것은 1957년의 일이지만, 영국은 창설 회원국이 아니었다. 이후 1973년이 되어서야 보수당의 주도 하에 영국도 유럽경제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 그러나 2년 뒤 집권한 노동당이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안건은 영국이 유럽경제공동체에 남을 것인가, 탈퇴할 것인가였다. 이때가 영국의 첫 번째 브렉시트 시도였다. 그러나 당시 유권자의 67%는 브렉시트가 아닌 브리메인을 택했다.

이후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의 보수당 정권 때에도 국민투표당, 영국독립당 등에 의한 브렉시트 시도가 줄곧 이어졌다. 그러한 시도가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브렉시트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서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정당이 금세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0년에 결성된 영국독립당은 그동안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투표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덕에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마침내 영국 내 제 1당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유럽공동체로부터 이탈할 것인가 잔류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영국의 국론이 분열된 것은 오래되었다. 그동안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까지 탈퇴파와 잔류파로 나뉘어 표를 의식한 끊임없는 공방을 벌여왔다. 터키처럼 못 사는 나라 사람들이 영국으로 밀려들어와서 일자리를 다 빼앗아 갈 거라는 루머, 유럽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영국이 지불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국내로 돌리면 복지의 수준이 대폭 상승할 거라는 의도된 공약空約 등이 그런 것들이다.

▲ 탈퇴와 잔류의 포퓰리즘 역사 ⓒcagle.com

그러한 시도는 2012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까지 이른다. 국민들의 요구가 있다면 가까운 미래에 국민투표를 실시할 용의가 있다고 했던 그는, 2015년 총선 당시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보수당이 승리하자마자 국민투표 법안이 발의되었던 것이다.

혹자는 영국 국민의 이번 결정을 대영제국이 몰락하는 분기점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국의 몰락보다는 포퓰리스트들의 승리, 다시 말해서 영국 정치의 몰락으로 보는 편이 옳다. 국민투표로 탈퇴 결정을 낸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400만 명에 육박하는 국민들이 “우리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하는 자조 섞인 한탄에 서명한 것이 그 증거다.

영국의 미래

유럽연합 탈퇴를 선언한 영국민들은 이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그들이 탈퇴에 표를 던진 이유는 엘리트 정치의 폐해, 소득의 양극화, 비정규직 양산 등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낳은 부정적인 결과들 때문이다. 자유무역의 단물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퍼지는 게 아니라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현실, 그리고 문호 개방으로 인해 몰려들어왔고 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몰려들 이민자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인들, 특히 잘사는 사람보다 못사는 영국인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동분서주하는 영국인들, 소득 양극화로 절망에 휩싸인 영국인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타당하다. 그리고 정치권이 그런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것도 타당하다. 그러나 그 모든 사람들이 선택한 고립주의는 영국 경제를 위축시킬 테고, 경제가 위축되면 이민자들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더라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피해는 누가 볼까? 당연히 잘사는 소수가 아니라 위에 언급한 모든 사람들, 브렉시트에 표를 던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번 브렉시트 결정은 ‘도끼로 제 발등 찍기’다.

▲ 브렉시트를 외치며 거리로 몰려나간 자해자들 ⓒnbcnews.com

영국인들은 이미 세계경제시스템의 대세로 자리 잡은 세계화의 초석을 누가 깔았던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누구였던가? 바로 마가릿 대처 총리 아니었던가! 지금까지 그토록 추앙해왔던 여성 정치인이 자국민들의 발등을 찍는 상황, 꽤나 아이러니하다.

이번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보수당마저 중립을 선언한 사실은, 그동안 영국의 각 정당들이 브렉시트를 얼마나 우려먹었는지 짐작케 한다. 이제 영국민들은 탈퇴 캠페인 당시 공식 케치프레이즈였던 ‘Vote Leave’를 버리고 잔류 캠페인이었던 ‘Britain Stronger in Europe’으로 갈아타려 하고 있다. 성질머리 난다고 우루루 들고 있어났던 게 후회막급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네덜란드가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들고 나섰다. 유럽연합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온 스코틀랜드도 영국이 그만큼의 돈을 주지 않을 경우 독립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에 매주 바치던 거액의 돈을 바치지 않으면 영국인을 위한 복지가 대폭 확대될 거라던 탈퇴파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때마침 미국의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영국 정부의 약한 재정능력에 비추어 외부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위험이 있다면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두 단계나 낮췄다.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도 분 단위로 떨어지고 있다. 유럽연합 탈퇴가 러시를 이룰까?

전 세계 어느 경제 전문가도 그렇게 보지 않는다. 세계 안보지형이 다소간 변할 수는 있어도, 영국이 장기 경기침체에 빠지고 주변국이 어려워질 뿐, 세계 경제지형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제아무리 과거 대영제국이라 해도, 경제선진국 모두가 참여하고 있는 세계화를 혼자 거부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대세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 지금으로 봐서는!

영국 의회는 ‘유럽공동체법’을 폐지하기만 하면 곧바로 유럽연합에서 자의적으로 탈퇴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정치경제적 변수가 있기에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남는 방법은 유럽 이사회에 탈퇴를 신청하는 것이다. 신청과 동시에 2년간의 협상이 시작되고, 협상 결과는 유럽 의회에서 승인받아야 하며, 유럽연합 회원국 중 72%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국은 유럽연합과의 협상뿐 아니라, 유럽 각국과도 따로 협상을 벌여야 한다.

대처 총리가 본격적으로 기치를 올린 신자유주의로 인해 영국이 처한 미래는 암담하기 짝이 없다. 특히 못사는 사람들이 더 그렇다. 이번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은, 정치꾼들에게 실컷 놀아나는 국민의 수준이다. 정치꾼들의 포퓰리즘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린 나머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자신의 목을 조여 올 부메랑을 보무도 당당히 날려버린 그 국민의 수준 말이다.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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