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철강·자동차, 장기적 환율변동 '호재' 전망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에 국내 산업계가 환율변동 변수를 타계하기 위한 묘책을 찾느라 골몰하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금융시장 혼란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변동추이에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 유예기간(2년)이 있어 당장 수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지만 '예의주시'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29일 코트라에 따르면 영국의 EU탈퇴 결정 직후 주요국 환율동향을 조사한 결과, 유로·달러 환율은 1.113달러로 2%대 하락했고, 파운드 가치는 달러당 1.36파운드를 기록하며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102.05엔을 기록해 3%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브렉시트 결정으로 경기 불투명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점에서 일단 외환시장 추이가 최대 관건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 서울지점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영국 파운드화가 조기에 안정을 찾는다면 다행스런 일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외환시장 불안정이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상당 기간 파운드 및 유로의 동향에 주목하면서 경영 환경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주요 그룹들 역시 브렉시트 이후 당분간 영국 및 유로존 영업전략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원유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 의존하는 주요 거점"이라며 "유럽 경기 위축으로 사람들이 자동차를 덜 타거나 하면 수요 감소 측면에서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항공업계는 항공기 구매 또는 리스, 항공유 구입 등을 모두 달러로 거래하는 만큼 브렉시트가 외환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달러결제가 불가피한 유가는 항공기 운영비용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대당 수천억원에 달하는 항공기 역시 대부분 해외금융리스로 도입하기 때문에 환율변동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어 연간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의 30% 수준에서 기본 헤지를 시행하고, 급변동이 예상되는 경우 추가 헤지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자와 철강, 자동차업계는 외환시장 변동이 유리하게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의 일환으로 환율변동과 경기변화 추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다만 부품사가 대부분이고 수출 위주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오히려 호재가 된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수출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며 "차후에 FTA를 다시 맺는 부분에서 영향도 있겠지만 당장은 전자 쪽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석탄 등 원재료 구매에 드는 외환 비중과 제품 수출로 들어오는 외환 비중이 비슷해 환율 변동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며 "최근 브렉시트로 인해 달러 가치 상승 등의 우려가 있지만 이 부분 역시 자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달러 강세를 보이면 철 같은 원부자재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주로 완성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겨 수출 경쟁력이 오르는 부분이 부각된다"며 "원화 강세일 때에는 현지화폐로 결제하거나 환헤지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한다. 브렉시트는 2년간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현재는 국제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헤지는 '환'(換)과 '헤지'(hedge)의 결합어로 투자·수출·수입 등 거래 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해 환율을 현재 시점의 환율에 미리 고정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뉴시스>브렉시트쇼크, 영국 발 경제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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