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아라칸주(州) 해상 A-3광구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시추 중인 시추선.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미얀마 아라칸주(州) 해상 A-3광구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시추 중인 시추선.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 아라칸주(州) 쉐(shwe) 가스전 2단계 사업을 강행한다. 지난 2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의 돈줄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는 곳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세계적인 큰손 투자자가 이탈하면서 모기업인 포스코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쉐 가스전과 쉐퓨 가스전이 있는 0A-1광구 2단계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군부가 장악한 미얀마 해양수산부는 작업을 위해 지난 14일(현지시각)부터 인근 지역 선박 운항을 통제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서널이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처음 뛰어든 것은 지난 2008년 12월이다. 당시 미얀마 북부 해상 A-1광구의 쉐·쉐퓨, A-3광구의 미야 등 3개 가스전 사업권을 따냈다. 이후 한국가스공사, 미얀마국영석유회사(MOGE), 인도국영석유회사(ONGC) 등과 합작사(포스코인터내셔널 지분 51%)를 설립해 1단계로 쉐 가스전 일부를 개발했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쉐 가스전에서 생산하는 천연가스는 하루 약 5억ft³(입방피트), 모두 중국국영석유공사(CNPC) 자회사인 중국연합석유(CNUOC)에 판매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부터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쉐 가스전과 쉐퓨 가스전을 추가 개발하는 2단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포기할 수 없는 '황금알 낳는 거위'

그러나 올해 2월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미얀마가 군부가 쿠데타에 항의하는 반(反)정부 시위대를 잔혹하게 진압하면서, 군부와 협력하는 기업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이 악화했다. 특히, 미얀마 군부의 핵심 자금줄인 MOGE와 협력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사업 중단 압력에 시달렸다. 

실제로 함께 미얀마 사업을 하던 포스코인터내셔널 계열사 포스코강판은 미얀마 국제 여론의 압박으로 군부와의 합작 관계 청산하기로 했다. 미얀마이코노믹홀딩스(MEHL)가 보유하던 현지 합작사 지분 30%를 인수하기로 한 것. 미얀마 군부와의 합작 형태가 아닌 100% 자회사를 통해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함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달랐다. 국내외 비판에도 쉐 가스전 추가 투자를 강행하고 있다. 그만큼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천연가스와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해외 자원 개발은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됐다. 지난해 포스코인터내셔널 영업이익(4745억원)의 64%가 미얀마 가스전에서 나왔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이달 현재 천연가스 가격은 1mmBtu(열량 단위)당 5달러 정도로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지난달 한때 6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2014년 2월 이후 최고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모습.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모습.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모기업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

문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가스전 추가 투자를 강행하면서 모기업인 포스코 등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이다. 연기금 등 세계적인 투자 기관이 포스코 등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할 수 있어서다. 이미 7000억달러(약 832조원) 규모 자금을 굴리는 네덜란드 연기금 '네덜란드공적연금(APG)'은 지난 4월 포스코에 미얀마 군부와의 합작 투자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보유 중인 포스코 지분을 모두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APG 관계자는 "내년까지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에서) 큰 진전을 보여주지 않으면 투자를 철회할 것"이라며 "12개월이면 많이 기다린 것"이라고 했다. 내년 상반기 APG가 보유한 포스코 지분이 대거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얀마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시민단체 '미얀마를 위한 정의(Justice for Myanmar)'의 야다나르 마웅 대변인은 "(외국 기업이) 미얀마 군부와 관계를 끊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일 것"이라면서도 “군부의 잔학 행위에 가담하는 것을 중단하고 미얀마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책임감 있게 군부와 단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반정부 인사와 시민 1270명 이상을 살해하고, 1만명 이상을 체포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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