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민은행장에 이재근 영업그룹 부행장 단독 후보 추천

허인 행장은 지주 부회장으로…임기 2년 남은 윤종규 회장 후계 밑그림

1일 오전, 2021년 마지막 달 문을 열며 KB금융은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이재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을 추천했음을 밝혔습니다.

이날 인사는 12월 임기 만료되는 허인 행장의 거취가 정해지면서 도미노 현상이 벌어진 결과입니다. 2017년 11월부터 4년동안 국민은행을 오늘날의 굳건한 리딩뱅크로 안착시킨 공로에 대해 이견이 없는 허 행장은 연임 대신 KB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영전이 결정됐습니다.

이재근 KB국민은행 행장 후보자(제공=KB)
                                               이재근 KB국민은행 행장 후보자(제공=KB)

이재근 행장 후보자는 서울고, 서강대 수학과, 카이스트 금융공학 MBA 출신입니다. 이미 지주 CFO를 거쳤고, 기획, 영업, 재무, 전략 모두를 겸비했다는 안팎의 평가가 나옵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단독 후보로 추천된 만큼 특별한 결격 사유가 나오지 않는 한 원안대로 자리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날 인사가 가져올 도미노 현상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행장은 될만한 사람이 추천됐다”는 평가 속에 부회장 진용이 어떻게 짜여질지에 더 관심이 가는 분위기입니다.

그 이유로는 2014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는 윤종규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 구도 구축이 거론됩니다.

윤 회장은 재직 기간 물샐 틈 없는 그룹 포트폴리오 관리로 KB금융을 부동의 1등 금융그룹으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입니다. 소위 ‘상고출신 천재’의 전형으로 외환은행에 다니며 학업을 이어 박사학위까지 받고, 행시2차 패스에 회계사 자격증까지 거머쥔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국민은행 부행장으로 시작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실력은 물론 사람을 끌어들이는 친화력, 카리스마 등이 발군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아직도 2년의 임기가 남아 있지만, 내년에는 대선이 있습니다. 관치금융은 끝났다고 공식적으로 말하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대출 총량규제 등을 보면 아직 정부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윤 회장이 임기를 완주한다고 해도 장기간 카리스마를 발휘해온 천재 회장의 뒤를 이를 주자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왼쪽부터)양종희 부회장, 허인 부회장, 이동철 사장(제공=KB금융)
(왼쪽부터)양종희 부회장, 허인 부회장, 이동철 사장(제공=KB금융)

KB금융지주의 부회장 자리는 작년에 처음 마련됐습니다.

첫 주인공인 양종희 부회장은 주택은행 출신으로 국민은행 서초지점장을 거쳐 오랫동안 지주에 머물며 부사장까지 지낸 후 KB손해보험 사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이 신설된 자리의 첫 주인으로 낙점돼 단독 부회장 체제에서 역할을 해왔습니다.

양 부회장은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를 거쳐 서강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했습니다. 윤종규 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양부회장은 보험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서도 LIG보험 인수부터 이후 사장에 올라 3연임을 거두며 능력을 검증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허인 행장이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공적으로만 치면 은행장으로 연임을 한다고 해도 이상치 않을 상황이었으나 부회장으로 영전하며 복수 부회장 체제가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진주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허인 행장은 장기신용은행 출신입니다. 주로 기관영업에 능한 수재들이 많은 조직이었지만, 허 행장은 개인금융 위주로 재편된 국민은행에서 줄곧 승승장구 했습니다. 금융권 곳곳에서 장은 출신들은 일처리의 완성도와 엄격한 원칙주의자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명의 부회장 외에 또 다른 부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 있습니다. KB국민카드의 이동철 사장입니다. 국민은행 출신으로 은행, 지주, 생명보험까지 두루 거치고 카드까지 섭렵한 전략통입니다. 제주제일고, 고려대법대를 거쳐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그런 영향인지 뉴욕지점장 경력도 눈에 띕니다.

공교롭게도 부회장 자리에 거론되는 3인이 모두 61년생입니다. 다만 색깔은 조금씩 다릅니다.

KB금융지주는 올해 압도적 수익을 거두며 한차원 다룬 조직 관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대두, 디지털전환을 통한 플랫폼화, MZ세대 고객 발굴, 해외진출 등 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이런 숙제를 해결할 그룹의 수장을 만들어 가는 KB의 진화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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