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7일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3개 부문 수장을 맡고 있던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을 모두 바꾸면서 '뉴삼성'의 기치를 내건 이재용 부회장이 '세대교체'라는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삼성전자를 새로운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뉴삼성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사장단 인사에 옥에 티가 보였다. 회사를 이끌 새로운 사령탑을 소개하면서, 인적사항 나이에 '재(才)'자를 사용한 것. 才는 재능(才能), 재질(才質), 수재(秀才), 천재(天才) 등의 단어에 사용되는 글자다.
지표면(一)을 뚫고(丿) 자라는 새싹(亅)을 닮은 모양으로, 사람의 솜씨나 기술이 자라는 것과 같다고 해 '재주'를 뜻한다. 재주가 사람이 살아가는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근본'이란 의미도 가진다. 거북이 등딱지에 글자를 새기던 갑골문 때부터 지금까지 才라는 한자가 '나이'를 나타낸 적은 없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왜 사장단 인사에 才자를 썼을까.
才자가 나이라는 뜻으로 가장 먼저 쓰인 곳은 일본이다. 일본인들이 나이를 뜻하는 한자 세(歲) 대신 발음이 '사이(さい)'로 같은 才자를 쓴 것이다. 歲자가 쓰기에 너무 복잡하다 보니 간단히 쓸 수 있는 才를 약·속자 형태로 빌려 와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만 쓰이던 일본식 나이 표현이었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한국에서도 어느새 才자가 나이를 뜻하기 시작했다. 일본인이 복잡한 한자 대신 간단한 한자를 쓰던 것을 그대로 따라했다. 특히, 일본과 교류가 많았던 분야에서 사용 빈도가 높았다. 광복 후 일제 잔재 청산이 시작되면서, 才자를 사용하는 곳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한국 최고 기업이라는 삼성전자 인사에 일제 잔재가 버젓이 남아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이병철 회장부터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까지 모두 일본 유학 경험이 있을 정도로 일본과 관련이 깊다"며 "삼성이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일제 잔재인 일본식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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