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의 한숨은 잠시 뿐…이탈리아·독일·프랑스 '첩첩산중'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중도 좌파 후보인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이 승리하면서 국가주의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공포에 휩싸였던 유럽 사회가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간 가디언은 유럽의 중도, 사회 민주주의, 진보 진영이 오스트리아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같은 충격이 재현될까봐 두려움에 떨었다며 이 같이 분석했다.

이 신문은 판 데어 벨렌의 당선을 트럼프 돌풍과 브렉시트에 맞서는 '진보의 역습'(liberal pushback)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유럽이 안도감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잠시 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 녹색당 지지를 받은 판 데어 벨렌 후보가 이날 대선에서 극우 후보인 노르베르트 호퍼 자유당 후보를 누르면서 유럽 최초 극우 대통령 탄생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는 일단 무마됐다.

이번 대선 결과는 내년 선거에서 극우 세력과의 싸움을 앞두고 오스트리아와 같은 심정을 공유하고 있을 유럽 정치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는 소식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판 데어 벨렌은 이날 대선 투표 직전 기자들과 만나 호퍼 후보의 반 EU , 반이민, 국수주의 관점을 지적하며 "오늘 이 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유럽 전역과 연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대선 결과에 대해 "민족주의와 반유럽의 후진적 포퓰리즘의 무거운 패배"라고 평가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 장관도 "유럽 전체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대선 결과는 내년 9월 총선을 치르는 독일에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은 오스트리아와 국경이 인접해 정치 문화적 공통점이 많다. 두 나라 모두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다.

독일 역시 오스트리아와 마찬가지로 반이민 국가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은 올해 지방 선거에서 잇달아 주의회에 진출하며 빠른 속도로 세력을 키웠다.

유럽이 오스트리아 대선 결과로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판 데어 벨렌은 53.6% 대 46.4%로 호퍼를 꺽었다. 오스트리아 국론이 극도로 분열돼 있으며 과거보다 극우 입김이 확실히 세졌음을 보여준다.

같은날 개헌 국민투표를 치른 이탈리아에서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날 투표 결과 개헌안 부결이 확실시 되자 마테오 렌치 총리는 즉각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렌치 총리가 사임하면서 2018년 5월 예정된 이탈리아 총선은 내년으로 앞당겨진다. 이렇게 되면 제1야당으로서 개헌 반대를 이끈 포퓰리즘 성향의 오성운동이 정권을 손에 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에도 극우 바람이 거세다. 내년 4월 대선에서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 중도 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가 붙는다. 좌파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은 사실상 이미 설 자리를 일었다.

"오스트리아 대선 이겼어요"

"사임하겠다" 침통한 렌치 이탈리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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