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과 영국의 협상 지연에 따른 뱅크시트Bankxit 우려

영국과 유럽연합 간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에 불확실성이 증대하면서 영국, 특히 런던에서 영업 중인 각국 은행들의 영국 탈출Bankxit이 가시화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보험자협회인 런던 로이즈London Lloyds가 이미 일부 사업부문을 EU로 이전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다이와 캐피탈, 노무라 등 일본 금융사들도 영국과 유럽연합 간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6개월 이내에 EU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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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영국 탈출 계획은 유럽연합 측 협상단이 영국에 협상 전 위자료로 최대 600억 유로(약 74조 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속도가 붙고 있다.

영국 소재 각국 은행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유럽연합과 영국의 협상이 지연될 경우 패스포팅 권리passporting right, 즉 유럽연합 내 한 국가에서 사업허가를 얻으면 다른 국가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 현재 유럽연합 협상단과 영국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브렉시트 연착륙을 노리는 영국은 잠정적인 협상이라도 신속하게 시작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유럽연합 협상단은 협상 개시 전에 유럽연합 내 국민들의 권리 등을 포함하는 탈퇴 조건과 최대 600억 유로에 달하는 탈퇴 비용부터 정리하자는 입장이다.

유럽연합 협상단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10월 영국은행인연합의 앤서니 브라운 대표가 “소형은행들은 성탄절 이전에, 그리고 대형은행들은 2017년 1분기에 이전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던 발언과 유럽중앙은행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브렉시트에 따른 경제적 고통은 영국이 가장 먼저 받아야 한다”고 했던 발언에서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양측이 협상 시간표와 협상 전 조건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이유는 양측 모두 브렉시트의 부정적인 여파를 최소한으로 줄임과 동시에 각자 최대한의 이익을 챙기려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이라는 부두를 떠나려는 영국호가 탈퇴 조건 및 탈퇴 비용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각국의 은행들이 월가Wall Street와 함께 세계 금융의 중추 역할을 수행해 온 런던을 내려놓을 수 있고, 금융을 잃은 런던의 가벼움은 홀로 먼 바다로 향하는 영국호를 낙엽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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