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에 이은 뱅크시트, 그리고 프렉시트, 이텍시트 우려

세계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진 가운데, 영국의 브렉시트에 이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등으로 2017년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의한 국정농단 및 국가권력 사유화 사태가 현재뿐 아니라 거시적인 경제 전망에까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에 돌직구뉴스는 올 연말과 내년 초에 걸쳐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1%, 교역량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중국, 유로존, 일본 등 주요 경제 주체 및 한국의 2017년 경제 방향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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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출범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및 자국 중심 경제정책을 강력 추진할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유로존의 장기 경기침체와 가중되는 자국 중심주의, 그리고 정치적 불안정성이 세계교역량 감소를 부채질할 전망이다.

2017년 유로존의 경제를 전망할 수 있는 키워드는 2016년 6월 이후 현재진행형인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그에 따른 뱅크시트Bankxit, 그리고 프렉시트Frexit, 이텍시트Itexit 등이다.


○ 험난한 여정 앞둔 브렉시트

제임스 케머런 영국 총리가 이끈 국민투표에서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이후, 영국과 유럽연합 간의 브렉시트 협상에 불확실성이 증대하면서 유럽의 금융 중심지 런던에서 영업 중인 각국 은행들의 영국 탈출, 즉 뱅크시트Bankxit가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보험자협회인 런던 로이즈London Lloyds가 이미 일부 사업을 EU로 이전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다이와 캐피탈, 노무라 증권 등 일본의 금융사들도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6개월 이내에 EU로 이전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타국의 은행들도 이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 은행들이 영국, 특히 금융의 중심지인 런던을 이탈하려는 움직임은 유럽연합 측 협상단이 영국에 협상 전 위자료로 최대 600억 유로(약 74조 원)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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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은행들은 유럽연합과 영국의 협상이 지연될 경우, 유럽연합 내 하나의 국가에서 사업허가를 득할 경우 타국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는 권리인 패스포팅 권리passporting right가 사라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럽연합 협상단과 영국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유럽연합 협상단은 유럽연합 내 국민들의 권리를 내세우며 탈퇴 조건과 비용부터 정리하기를 바라는 반면, 브렉시트 연착륙을 노리는 영국은 잠정협상이라도 신속하게 개시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입장이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중앙은행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까지 나서서 “브렉시트에 따른 경제적 고통은 영국이 가장 먼저 받아야 한다”고까지 성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이라는 부두를 떠나려는 영국호가 탈퇴 조건 및 비용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각국의 은행들이 월가Wall Street와 함께 세계 금융의 중추 역할을 수행해 온 런던을 내려놓을 수 있다. 그럴 경우, 금융을 잃은 런던의 가벼움은 홀로 먼 바다로 향하는 영국호를 낙엽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 정치 일정 : 점증하는 자국 중심주의와 민족주의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3국은 유로존 경제의 66% 이상을 차지하는 경제대국이다. 이 3개국에서 최근 자국 중심주의와 민족주의가 기지개를 켜고 있어 유로존의 2017년 경제 향방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브렉시트 관련 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프랑스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e 대통령, 독일 앙헬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 이탈리아 마테오 렌치Matteo Renzi 총리(2016. 09. 20) ⓒnation.com.pk

독일은 오는 2월에 대통령 선거가, 8월27일부터 10월 23일 사이에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4선에 도전하는 메르켈 총리의 입지가 다소 약해진 반면, ‘반 유럽연합, 반 유로화, 반 난민’을 기치로 내건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약진을 거듭 중이다. 문제는 독일 내부의 선거 일정으로 인해 유럽연합의 일부 안건에 대한 합의가 미뤄지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헝가리 등에서도 유로존의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 일정이 잡혀 있다. 프랑스는 4월 23일부터 5월 7일까지 대통령 선거가, 6월 11일에는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네덜란드는 3월 15일에 총선이 치러지며, 헝가리는 5월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위 국가들에서 극우정당들이 약진할 경우, 점증하는 자국 중심주의와 민족주의로 인해 유럽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유로존 전체로 확산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대내외 투자가 감소하고 소비심리가 경직되는 등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유로존 발 자국 중심주의와 민족주의가 한층 가열되고 있는 미-중간 무역분쟁과 연결될 경우, 유로존이 보호무역주의의 또 다른 진앙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Frexit이 언급되고 있는 점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또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부채와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아온 이탈리아 역시 유로존의 2017년 경제 방향을 불확실성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2016년 9월 현재 34조8,800억 유로(약 4경4,000조 원)에 이르는 금융기관들의 대손충당금은 자칫 유로존 전체를 터뜨릴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이탈리아가 대손충당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이텍시트Itexit라도 선언한다면, 유로존의 연대에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16년 한때 유로화-달러 가치는 1.0367까지 떨어진 바 있다. 달러당 1.7을 상회하던 몇 년 전에 비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이러한 추세는 단기적으로는 유로존에 긍정적일 수 있다. 올해 초에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및 자국 중심 경제정책 기조와 맞물리면서 유로존 역내 국가들의 수출 증대에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1 : 1에 접근 중인 유로화-달러 환율 ⓒcnn.com

그러나 장기적이고 역내적인 관점에서, 유로화 가치의 하락은 유로존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고, 이는 유로존 전체의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ECB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유로존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유로화 도입(1999년) 이후 최대치인 5,288억 유로에 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경제기구들은 2017년도 유럽연합의 경제성장률을 2016년의 1.6%(추정치)보다 낮은 1.5%로 전망하고 있지만, 유로존 내 각지에서 불거져 나올 불확실성 증대 요인들로 인해 유로존의 2017년 경제는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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