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왕 중에 조종의 묘호를 받지 못한 두 명의 임금이 있다. 그중 한명이었던 광해군은 우리가 흔히 알기로 '비운의 왕'이나 '붕당 정치의 피해자'로 기억한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것이 광해군의 몰락 이유를 전부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광해군의 실패는 '폐쇄적인 소수세력이 이룬 정권의 말로'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림에서 시작한 조선의 붕당은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기 시작해서, 정권을 번갈아 가져가는 과정에서 동인이 남인과 북인으로 분파되었고, 다시 북인이 대북과 소북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광해군이 왕위를 계승할 때 정권을 차지한 세력은 대북이었다. 그런 대북 세력은 정권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세력의 크기로 볼 땐 소수였다.

광해군은 어렵게 군주가 되어 몇 가지 개혁정치를 했으나 자신과 함께해야 할 세력을 확장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함축해버리면서 나머지 세력의 힘을 막지 못했다. 그에 더해 자신의 이복동생이자 선조의 유일한 적자인 영창대군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대비를 유폐하는 등 확산의 정치가 아닌 뺄셈의 정치를 한 것도 광해군의 몰락을 한층 부추겼다.

광해군은 스스로가 고립되어 간 것이다. 소수에서 또 소수로 갈라진 세력만으로 국정을 운영하다보니 서인이 주도하고 범 동인(소북)세력까지 합세한 인조반정을 막지 못한 것이다. 광해군의 실패는 폐쇄적인 소수세력에 의한 권력(정치)이 나은 것이었고, 광해군의 몰락이 가져온 풍선효과는 민족의 최대 수난 중 하나인 병자호란을 막지 못했다.

이처럼 소수 측근 세력에 의한 폐쇄적인 정치 그리고 뺄셈의 정치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도 충분하게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잘못된 시스템이 방조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소수 세력이지만 잘못된 시스템 덕택으로 권력의 전부를 장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이자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 정부이다. 

박근혜 정권은 패권세력인 친박 세력만의 정권이나 다름없다. 박근혜 정부는 무능한 야당(야당 대선후보)에게 신승을 하며 탄생했다. 이후 친박 세력은 친박을 진박으로, 진박에서도 십상시로 나누어 가면서 국정을 함께해야 할 세력을 갈수록 함축시키며 폐쇄적인 국정운영을 했다. 그러다보니 정권 초기 국무총리 인선에서부터 인물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에 일명 '주사 아줌마'가 들락거려도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비서실장인 김기춘 실장이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김기춘 실장이 모를 리가 없지만 정말로 몰랐다면 박근혜 정권과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를 더욱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정치에서 폐쇄성과 뺄셈의 정치 혹은 소수세력의 권력독점 및 패권정치를 얘기할 때, 친문세력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러한 친문세력의 특징들은 이미 필자가 몇 차례 언급했으니 지금은 더하지 않겠다. 어찌됐든 차기 대선에서 친문세력 단독으로 승리는 불가능할 것이다. 승리할 일도 없겠지만 설사 집권을 해도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현재의 대한민국 시스템과 정당구조 그리고 아무 쓸데없는 이념적 대립과 폐쇄적인 소수세력 간에 불신의 깊이 등을 감안한다면 차기대선을 누가 승리해도 박근혜 정부보다 좋아질 수가 없다. 누가 대선승리를 해도 여소야대이다. 누가 승리를 해도 득표율 50% 미만에 소수세력이다. 그런데 권력은 거의 모든 것을 차지한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상황이다.

해답은 개혁세력에 의한 연합정부(연정)이다. 그런데 연정을 하려면 이상적인 운영체제가 의회제(일명 내각제)이므로 개헌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패권을 거머쥔 신 기득권 세력인 친문세력이 개헌을 반대한다. 친문세력은 패권과 권력욕에 눈이 멀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국적인 판단을 하지 않으며 전형적인 기득권 세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연정이 필요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개혁세력의 연정이다. 당장 개헌을 하면 좋겠지만 기득권 세력인 친문 진영의 반대로 끝내 (개헌을)못한다면, 개혁연정 세력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에 바로 개헌을 추진하는 방법도 있다. 지금은 다당 체제(4당 구조)이다. 그리고 이제는 다당제가 우리나라 정치의 대세가 되었다.

다당제는 진정한 합의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는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구조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당제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의 개편도 함께해야 한다. 소수(세력)가 국민의 절반도 되지 않는 지지를 받고도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비정상적이고 잘못된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국가발전과 민생안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노무현 정부는 17대 총선으로 여당 단독에 국회의석 과반을 이루었다. MB정부와 박근혜 정부 중반까지도 정부여당이 단독으로 국회의석 과반을 차지했었다. 그렇지만 어느 정부도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서로를 인정하는 합의의 정치밖에 없다. 또한 개헌으로 정치구조와 국가운영 체제 및 시스템을 새로이 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더 큰 대한민국이 돼야한다. 만약에 친박 정권에 이어서 또다시 소수에, 폐쇄적인, 패권주의로 뭉친 기득권 세력이 제왕적 대통령제로 권력독점을 하게 되면 '박근혜 정부 시즌 2'를 결코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되면 광해군의 몰락이 병자호란을 막지 못한 것처럼 대한민국은 엄청난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현재의 기득권 세력인 친문세력이 개헌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을 비추어보면, 결국 개혁세력의 연정이 아니고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연정은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 반드시 해야 한다. [“하든지 하지 않든지 둘 중에 하나야. '해본다'는 없어!” - 영화 '스타워즈'의 등장인물인 제다이 그랜드 마스터 '요다'의 대사 중에..]

“을乙들의 한비韓非동행同行”의 공저자. 김효태.

<돌직구뉴스>후원회원으로 동참해 주십시오. 눈치보지 않고 할 말 하는 대안언론!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당당한 언론! 바른 말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 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