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생 신임 이재근 행장, “담대한 목표 세워 끝까지 도전하라”
사업단위별 플랫폼 조직 강화…’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완성

금융권을 중심으로 임인년을 맞이하는 각오에 비장함이 묻어난다. 코로나19 이후 벌어진 초저금리 시대 머니무브의 물결 속에서 양호한 실적을 냈던 것은 이미 지난 이야기다. 빅테크와의 경쟁 속에 플랫폼화를 통한 혁신을 부르짖는 금융회사들의 신년 조직개편 속에 숨은 각 사 전략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이재근 KB국민은행 신임 행장(제공=KB국민은행)
이재근 KB국민은행 신임 행장(제공=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지난 연말 66년생 이재근 부행장을 신임 행장으로 맞이했다. 서강대 수학과, 카이스트 금융공학 석사 출신에 지주와 은행을 오가며 전형적인 CFO의 길을 걸었던 행장으로, KB가 최근 이어온 CFO출신의 행장 선임 행보가 이어진 걸로 해석됐다.

통상 CFO는 숫자와 이론에 밝지만 실천력은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하지만 취임사이자 2022년 신년사에서 이 행장이 ‘KB승리의 길’로 가기 위해 가장 강조한 부분은 ‘실행력’이다. 허 행장은 신년사에서 “윤종규 회장과, 허인 부회장(전임 행장)이 물려주신 경영 전통을 보다 발전적으로 계승해 나가면서 미래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운을 뗐다.

신임 행장으로서 멋진 전문용어(Jargon)를 제시하며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 보단, KB가 걸어온 길을 보다 임팩트 있게 정교화, 고도화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행장의 올해 목표는 크게 고객 중심 서비스 경쟁력 강화, 미래성장 사업모델 강화, 젊고 역동적인 조직문화 창출, 사회적 책임 완수다.

빅테크의 도전에 충격을 먹었던 레거시 은행의 맹주로서 국민은행은 그룹의 맞형 답게 관계사의 서비스를 한데 통합한 슈퍼앱 ‘스타뱅킹’을 선보였다. 여러 규제와 어려움 속에 이를 한데 붙여놓은 것이 작년 숙제였다면, 올해는 1월 시작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정교화하며 축적된 데이터로 초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를 옴니채널에서 제시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게 이 행장의 생각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하려는 노력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신사업을 한다고 해서 기존의 캐시카우인 예대마진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당부다. 그 토대 위에서 비이자수익 확대 노력이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일을 가능케 하기 위해 이 행장이 강조하는 것은 ‘역동적인 조직문화’다. 물리적인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 젊고 역동적인 KB’를 위해 ‘담대한 목표를 세우고 끝까지 도전하는 사람’이 되라고 독려한다. 여기에 시대적 아젠다인 ‘ESG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새해 조직 개편에는 이러한 생각들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포석이 담겨있다.

먼저 디지털전환(DT) 담당 조직을 디지털금융그룹에서 하는게 아니라 각 사업그룹 내 플랫폼 조직 구성을 통해 한 조직에서 기획, 운영, IT개발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짰다. 이른바 개발(Development)과 운영(Operation)을 동시에 병행하는 ‘데브옵스’ 조직의 확대다.

영업, IT, 기획 등 직능별로 조직을 구성해 프로젝트성으로 협업하는 걸 넘어 아예 시작부터 융합 성장하는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다. 작년 한 해 성공적이었던 걸로 평가되는 ‘플랫폼 조직’ 2기의 출범이다.

동시에 복잡한 조직구성을 단순화했다. 본부를 확대하고 단, 실, 유닛(Unit) 등 층층이 쌓여있던 조직을 폐지해 직제를 단순화했다.

조직 신설도 이어졌다. KB스타뱅킹의 혁신적 비대면 서비스 구상을 위한 ‘금융플랫폼본부’, 고객 세대별 마케팅 전문화를 위한 ‘개인마케팅본부’, 세련되고 젊은 감각의 인터페이스를 위해 UI, UX 혁신을 꾀하는 ‘고객경험디자인센터’, 새로운 인프라를 채울 디지털 콘텐츠 전담 조직 ‘디지털콘텐츠센터’ 등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새해가 됐다고 또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오는게 아니라 확립된 전략적 방향을 기본으로 전열을 정비하고 실행력을 높이려는게 행장님의 생각”이라며, “젊고 역동적인 조직운영을 통해 올 한해 경쟁 그룹들과 격차를 더 벌이고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아 디지털유니버셜뱅크에 한발 더 다가서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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