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현재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4일 대만 IT(정보기술) 전문매체 디지타임스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 1510억달러(약 18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 금액은 파운드리 공장 확장과 초미세 공정을 주도하기 위한 설비 확보에 사용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미국 텍사스에 170억달러(약 20조3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공식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파운드리 고객사를 100개 이상 확보했다. 대표적인 고객사가 미국의 통신 반도체 기업 퀄컴이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차세대 반도체인 스냅드래곤 8, 1세대 SoC(시스템 온 칩)를 4nm(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3nm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3nm 반도체는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주력 공정인 7nm LPP(로우 파워 플러스)보다 35%의 성능 향상과 50%의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타임스는 "올해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해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라며 "삼성전자가 8년 뒤 TSMC와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는 위치에 올라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자동차용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반도체 파운드리는 아직 삼성에게 낯선 분야"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실제로 TSMC를 뛰어넘거나 적어도 비슷한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당장, 퀄컴이 삼성 4nm 공정의 낮은 수율을 빌미로 TSMC에 다시 주문을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TSMC도 파운드리 1위 수성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3분의 1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의 대부분은 차세대 공정인 3nm와 2nm 기술 개발에 집중된다. 

미국 인텔과 중국 반도체 업계도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19일 2025년부터 적용할 1.8nm 공정을 위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과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을 위한 핵심 장비다. 

4년 전 파운드리 사업에서 철수했던 인텔은 최근 부활을 선언하며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파운드리 2개 라인을 건설하고 있으며, 올해 만 약 200억달러(약 24조원)를 투자해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인근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중국도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뒤처진 파운드리 기술력을 빠르게 올리고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 자유무역구에 자본금 55억달러(약 6조4800억원) 규모의 합자 회사를 설립했는데, 대부분 투자를 중국 정부 펀드에서 조달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3.1%로 1위에 올라있다. 삼성전자는 17.1%로 2위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가 8년 뒤 TSMC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시장 점유율을 지금보다 적어도 2배 이상 높여야 한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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