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간편조리세트인 '밀키트'(Meal Kit)의 인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밀키트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간편한 '집밥'을 찾는 가정이 늘고 있어서다. 

국내 즉석조리식품 시장 규모가 4년 새 145.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18일 발간한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출하액 기준 국내 즉석조리식품 시장 규모는 2조118억원으로 2019년보다 18.7%, 2016년보다 145.3% 각각 증가했다. 즉석조리식품 시장 규모가 커진 요인으로는 편의점 확대, 코로나19로 인한 집밥 수요 증가, 가정 내 에어프라이어 보급 증가 등이 제시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 밀키트, 즉석조리식품 판매대.
국내 즉석조리식품 시장 규모가 4년 새 145.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18일 발간한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출하액 기준 국내 즉석조리식품 시장 규모는 2조118억원으로 2019년보다 18.7%, 2016년보다 145.3% 각각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밀키트, 즉석조리식품 판매대.

밀키트는 손질된 식자재와 양념을 제공해 조리법만 따라 하면 요리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을 말한다.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과 달리 조리를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메뉴가 다양하고 필요한 재료를 추가해서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즉석조리식품 시장의 국내 규모는 4년 새 145.3% 성장했다. 

지난 2020년 출하액 기준 국내 즉석조리식품 시장 규모는 2조118억원으로 2019년보다 18.7%, 2016년보다 145.3% 각각 증가했다. 시장 규모가 커진 요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집밥 수요 증가, 편의점 확대,  가정 내 에어프라이어 보급 증가 등이 꼽힌다.

최근 3개월 내 즉석조리식품을 산 적 있는 20∼69세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구매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즉석밥의 응답률이 82.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카레·짜장·덮밥소스류(77.4%), 국·탕·찌개류(75.6%), 간편조리세트(밀키트)(63.6%)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이 사는 품목으로는 밀키트(66.0%), 국·탕·찌개류(54.2%), 즉석밥(42.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생) 사이에서는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해 공유하거나 인기 조리법을 따라 요리한 뒤 인증하는 '홈쿡' 문화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바쁜 일상 속에 간편하게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려는 3040 세대의 밀키트 이용률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나를 위한 가치 있는 한 끼'를 요리하려는 청년층의 이용률이 높아졌다.

지난해 9월 오픈서베이 설문조사(소비자 1300명) 결과에 따르면 밀키트 제품을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은 84.3%로 전년 대비 9.8%포인트 증가했다. 밀키트 제품을 구매해 봤다는 응답은 59.0%로 8.9%포인트 늘었다.

밀키트 구매 품목(복수 응답·한식 기준)은 국·탕·찌개(68.2%), 요리류(49.8%), 면류(32.5%), 밥류(19.8%) 등의 순이었다. 밀키트를 주로 사는 곳은 온라인·모바일 마켓(46.8%), 대형마트(35.4%), 동네마트(15.1%), 백화점(1.1%) 순으로 많았다.

식품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양가가 있으면서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밀키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밀키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매우 크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밀키트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밀키트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스타트업인 프레시지다. 2016년 세워진 프레시지의 매출은 2018년 218억원, 2019년 711억원, 2020년 1271억원으로 급등했다. 

프레시지는 현재 300종이 넘는 밀키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밀키트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현재 헬스장과 PC방 등 사람이 모이는 공간에 맞는 간편식을 기획하고 직납하는 '비욘드 리테일(Beyond Retail)' 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전략적 M&A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건강·특수식 전문기업 '닥터키친'부터 올해 간편식 기업 '허닭', 물류업체 '라인물류시스템'에 이어 업계 2위인 테이스티나인을 인수해 선두 굳히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 밀키트 '쿡킷'
CJ제일제당 밀키트 '쿡킷'

 

CJ제일제당은 2019년 4월부터 '쿡킷'(COOKIT)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밀키트 사업에 집집중하고 있다. 쿡킷의 메뉴는 글로벌 특급 호텔 경력을 가진 한식· 양식 각 분야 최고의 셰프 11인이 직접 개발한다. 격주로 신제품 4종을 출시해 밀키트 메뉴의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CJ그룹 계열사도 쿡킷에 힘을 싣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쿡킷의 식재료 공급하고 CJ대한통운은 새벽배송을 전담한다. CJ프레시웨이는 밀키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농산물 전처리 국내 1위 업체인 제이팜스와 제이앤푸드를 인수한 바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간편식 브랜드 '잇츠온'의 밀키트 사업도 순항 중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20년 3월 한식요리 전문가 남성렬 셰프와 공동으로 메뉴를 개발했고, 현재 37종을 판매하고 있다. 잇츠온의 밀키트 매출은 2020년 43억원에 이어 지난해 1~8월에만 51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마트는 식품 자체브랜드(PB) 피코크를 통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협업한 밀키트도 선보였다. 이번에 출시하는 제품은 '매콤 제육 비빔면 밀키트'와 '맑은 국물 파육개장 밀키트'다.

동원F&B는 밀키트 전문 기업 마이셰프와 손을 잡고 밀키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국민셰프 레시피 서바이벌 밀키트 데뷔전'을 진행, 최근 수상작을 발표했다.

수상 메뉴는 ▲볼케이노참치 크림 누들떡볶이▲낙골새▲통리챔 짜글이 등으로 1등과 2등 수상작인 볼케이노참치 크림 누들떡볶이와 낙골새는 마이셰프의 신제품으로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출시해 판매할 예정이다.

식품기업들도 밀키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SPC삼립은 지난해 8월 밀키트 기업 '푸드어셈블'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밀키트 사업을 본격화했다. SPC삼립이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밀키트 사업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었다.

SPC삼립은 푸드어셈블과 공동으로 지역 맛집 메뉴를 밀키트로 개발하고, 자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통해 판매한다. 

삼성웰스토리도 지난해 6월 프레시지와 밀키트 상품 공급 확대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삼성웰스토리는 프레시지에 식자재를 공급해 헬스케어 전용 밀키트 제품 개발을 지원한다.

밀키트 인지·구입 여부와 구입 채널·품목.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제공
밀키트 인지·구입 여부와 구입 채널·품목.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제공

다만 이렇게 밀키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외식업 소상공인이 진입하기에는 문턱이 높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식점 자영업자가 밀키트를 만들려면 기존 매장에 별도의 즉석판매제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음식점에서 나오는 음식은 밀키트가 속한 '식품가공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자영업자가 기존에 운영하던 음식점을 유지하면서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을 하려면 주방 안에 밀키트 제조 공간을 마련해야 하고, 면적변경신고서를 관할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밀키트를 만들어도 이를 내다 파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마켓컬리, 아이디어스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판로를 개척할 수밖에 없는데 입점·판매 수수료와 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15% 안팎의 수수료를 떼 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 소상공인의 밀키트 제조와 유통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컨설팅과 공공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며 "인건비와 식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외식업계에 밀키트는 새로운 판로로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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