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공세가 성공할지, 실패할 지는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두고 볼 일

설을 앞두고 베트남 전쟁이 떠오른다. 그 역사를 돌아보자.

베트남 전쟁의 분수령이 된 이 사건은 1968년 1월 30일, 구정(설) 때 북베트남의 구정 대공세이다. 우리와 같은 유교 문화권인 베트남 전쟁은 명절을 앞두고 휴전이 내려졌으나, 북베트남과 베트콩은 이를 무시하고 사이공을 비롯해 남측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파죽지세로 밀려오는 북베트남을 맞아 미군과 남베트남군은 고전했고, 전투는 2월까지 계속되었다. 당시 미국은 대학생을 중심으로 반전 운동이 세를 얻어 가던 중이었다. 설 공세로 계속되는 전투와 파괴된 도시의 이미지들이 미국의 TV 뉴스와 신문 지면을 장식하면서 미국인들 사이에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결국 존슨 대통령은 남베트남 지원을 철회해야만 했고, 그 후임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 철군을 단행해 북베트남은 전쟁에 승리하였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 관련 기록 전투에 참가한 한국 병사들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우리나라에서도 효과 여부를 떠나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설과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눈물겨운 노력을 자주 목격한다.

그런데 선거나 전쟁이 아닌 재판을 앞두고 설 대공세를 취하는 세력이 있다. 최순실과 그 변호인, 박근혜 대통령과 그 변호사들, 탄핵반대세력이다. 그들은 지금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선거와 전쟁을 하고 있다. 그들은 민주주의적 특검과 언론 탄압 즉 언론의 자유를 외치고,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의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모든 국민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이들 권리를 누릴 자유가 있다.

아시다시피 이러한 권리는 많은 국민들과 인권 변호사들, 언론인들이 피와 땀을 흘리고 많은 사람들의 희생 속에 얻은 것이다. 그들은 그 동안 이러한 권리를 침해하는 편에 섰고, 그 권리를 위하여 투쟁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방해하고, 심지어 박해까지 한 무리들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이 생각나는 것은 나뿐인가? 박근혜 측의 이러한 주장을 보면서, ‘이러려고 헌법적 권리를 위하여 투쟁한 분들의 희생이 필요 했는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그들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수년 후 선거라는 전쟁을 승리하기 위하여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고 이러한 선전전을 시도했다면 몰라도 탄핵재판과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으려고 의도한 것이라면 그 목적 달성이 어려울 것이다.

법률전문가로서 이경재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분석하면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

먼저 이변호사는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강압수사를 받았다고 하면서 제3기관에서 이를 밝히자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제3기관을 경찰, 검찰,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예시한다. 그런데 이러한 강압수사, 변호권 침해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제도적 보장이 이미 형사소송법에 있다.

최순실 측이 이러한 보장된 절차를 전혀 밟지도 않았으면서 뒤늦게 이 주장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수사기관과 피고인이나 피의자 사이의 이러한 다툼에 대비하여 형사소송에서 이를 판단하는 제3기관으로 법원임을 명시하고 있다.

즉 이러한 경우 최순실이나 변호인은 아직 수사단계인 경우에는 관할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에 준항고라는 이의를 제기하면 그 법원에서 그 위법을 판단 받을 수 있다. 또 공소를 제기한 후에는 유, 무죄 여부를 재판하는 재판부에 그러한 위법수사 주장을 하면서 수사기관의 행위로 인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투면 재판부가 그 증거의 채택 여부를 판단한다. 이러한 절차를 도외시 한 채 새로운 제3기관을 운운하는 것은 법률전문가가 할 주장이 아니다.

다음으로 검찰이 이미 최순실을 강요죄로 기소하였는데, 특검에서 뇌물죄를 수사하고 있어, 서로 모순되고 있어 어떤 죄를 방어할지 알 수 없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준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필자가 지난 번 글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강요죄에서 협박과 공갈죄에서 협박의 정도는 차이가 거의 없고, 다만 재산 즉 돈이 오고 갔으면 강요죄가 아닌 공갈죄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은 재산범죄이므로 강요죄가 아니라 최소한 공갈죄로 최순실을 기소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뇌물을 받은 사람이 뇌물을 주지 않으면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는 등 공갈을 하면서 뇌물을 주면 이득을 주겠다고 하여 뇌물을 받은 경우에 대법원은 뇌물을 받은 사람(공무원)은 직무집행의 의사가 있기 때문에 뇌물죄와 공갈죄가 같이 성립한다고 한다(이를 전문 용어로 상상적 경합, 즉 하나의 행위로 두 개의 죄를 범함). 이 경우 뇌물을 준 사람(재벌 등)은 공갈의 피해자이지만 뇌물공여죄가 되는가에 대하여는 판례가 없다.

학자의 다수 견해는 뇌물공여죄가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공무원이 직무집행의 의사 없이 또는 직무처리와 대가적 관계없이 타인을 공갈하여 재물을 교부하게 한 경우에는 공갈죄만이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이러한 경우 공무원이 공갈죄만 저질렀기 때문에 재물의 교부자(재벌)는 공무원의 해악의 고지로 인하여 겁이난 결과 금품을 제공한 것이어서 공갈죄의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이다. 공갈죄는 물론 뇌물죄의 경우도 공무원이 아닌 사람(최순실)도 공무원과 공모하여 죄를 저지를 수 있다.

그리고 특검의 수사결과 최순실이 뇌물죄의 공범이라면 검찰이 2심 선고 전까지 뇌물죄로 공소장을 변경할 수 있고, 공갈죄만 성립한다면 공갈죄로 공소장을 변경하면 된다. 이는 검찰이나 특검의 권한이다.

따라서 검찰이 최순실을 강요죄로 기소하였더라도 특검이 최순실과 대통령이 공갈죄나 뇌물죄 및 그 공모 여부를 다시 수사한다고 하여 전혀 잘못이 아니다. 피의자나 변호인은 그 수사 즉 혐의사실이나 기소장 즉 공소사실에 맞추어 방어하면 된다.

이런 점을 보면 그들은 법적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다. 최순실과 박근혜의 설 대공세가 성공할지, 실패할 지는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두고 볼이다.

 

정한중(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돌직구뉴스>후원회원으로 동참해 주십시오. 눈치보지 않고 할 말 하는 대안언론!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당당한 언론! 바른 말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 서겠습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