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空約) 점검...문재인의 일자리 대통령론 (2)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대세론에 힘입어 공약을 내걸면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내세워 논란이 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싱크탱크인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정책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일자리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7.01.18.<사진=뉴시스>

공공부문 계정 작성 주관기관인 한국은행은 공공기관일까, 아닐까? 한국은행은 1950년 「한국은행법(제2조)」에 의해 중앙은행으로 설립됐으며 1962년 「무자본 특수법인」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이후 35년 동안이나 정부의 통제를 받다가 김대중 前대통령의 대선공약 실천에 따라 1997년 12월 정기국회에서 「중립성 조항(제3조)」이 추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은행의 경영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2015년 말 현재 13명의 임원과 2226명의 정규직(무기계약직 11명 포함) 및 112명의 비정규직(기간제 75명, 단시간 37명)이 근무하고 있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경비와 운전업무 등에 종사하는 파견·용역 직원도 174명이나 있다.

이들 임직원에게 지급된 평균연봉은 무려 9750만원(총재 3억 690만원)이었고 하다못해 신입사원(60명)도 4204만원이나 받았다. 하지만 비정규직과 파견·용역 직원의 인건비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시스템(고용노동부)」에 보고의무가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로서는 그 규모를 알 길이 없다.

추천기관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4년 임기직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도 2억 8230만원을 받았는데 5명 중 4명이 외부 출신 교수·전문가들이다. 3년 임기의 감사(연봉 2억 6840만원)는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임명권자인 대통령(2억 1201만원)보다 연봉이 높은 킹(King) 오브(of) 더 킹(King)이다.

이처럼 인건비 총액 2183억원 이상 지출하는 한국은행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한,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관리하는 공공기관이 아니다.

UN(유엔) 또는 IMF(국제통화기금)의 표준에 의하면 정부가 급여의 50% 이상을 지급하는 경우는 모두 공공부문 계정으로 분류해야 한다. 우리 한국은 대표적으로 사립학교 교원들이다. 이들의 합계는 2015년 말 현재 전국적으로 약 11만 5천명이나 된다. 이들에 대한 인건비 지원총액도 약 6조 8539억원 정도 규모다.

영국, 독일 등 유럽의 주요 선진국은 정부가 매출액의 50% 이상을 책임지는 경우 역시 공공부문으로 본다. 프랑스와 스웨덴 등 사회적(Social) 전통이 강한 나라는 「정부에 의하여 규제되고 통제되는 기관」도 공공부문으로 분류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정부의 직·간접 지원액이 총수입액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경우와 정부(공공기관) 출자·출연이 30% 이상 50% 미만이면서도 정부(공공기관)가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공공기관 요건에 해당하지만 엄격한 심사를 거쳐 제한적으로 지정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316개 공공기관에서 27만 3481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는 정원 대비 95.4% 수준이며 1만 3169명이 부족하다. 하지만 부족한 인원의 세 배가 넘는 4만 183명의 비정규직(기간제, 단시간) 근로자와 다섯 배가 넘는 파견·용역 직원(6만 9199명)으로 메우고 있다. 순자산도 총 276조원, 당기순이익은 12조 6000억원이다.

한편 한국은행처럼 사실상 「공공기관」이면서도 공공기관으로 분류하지 않아 이 숫자에 포함되지 않는 기관들은 생각 밖으로 곳곳에 널려 있다.

금융기관에 대한 막강한 검사(檢査) 권한을 가진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제24조)」에 의해 한국은행처럼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설립됐다. 정부 보조금(5억원)과 한국은행(매년 100억원)의 출연금, 그리고 검사 대상 금융회사 등이 납부하는 분담금(2363억원) 등으로 경비를 조달한다. 원장 임명권을 대통령이 행사하고 노동조합(조직률 70.5%)까지 조직되어 있으나 공공기관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2015년 결산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1858명(임원 14명 포함)이 근무하며 평균연봉은 무려 9892만원(원장 2억 9236만원, 직원 9574만원)이다. 인건비 총액은 약 1838억이 지출됐다.

금융권에서 아무리 권한이 센 금융감독원도 외풍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한 듯하다. 진웅섭 원장은 금융위원회(1급) 출신으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에 이어 두 번째 낙하산 보직이다. 서태종 수석부원장(연봉 2억 3310만원)도 금융위원회 1급 출신이다. 김일태 감사(연봉 2억 3316만원)는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지난해 5월 임명된 천경미 부원장보(2억 998만원)는 하나은행 전무에서 발탁됐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전혀 딴 판이다. 기간제 근로자 93명은 상여금·복지포인트 등을 모두 포함해도 연봉 겨우 2680만원(월 223만원) 수준이다. 나머지 103명의 파견·용역 직원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시스템」에 보고하지 않아서 그 구체적인 처우 수준을 알 길이 없다.

코스콤(주)은 한국거래소 자회사(지분율 77.6%)이지만 임직원수는 709명으로 엇비슷하다. 정연대 사장은 2015년 연봉으로 기타성과상여금 등을 포함해 모기업 사장보다 훨씬 많은 3억 4039만원을 받아갔다. 상근임원 평균도 2억 7316만원이다. 41명의 기간제 근로자들이 포함된 직원들도 1억 5,580만원으로 억대 연봉이다.

현 노희진 감사는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신이며 직전 김상욱 감사는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선임행정관이었다.

금융결제원은 10개 은행이 사원社로 참여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이중 한국·산업·중소기업은행 등 3개 국책은행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 및 국가사무를 수탁하고 있는 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영향력으로 인해 한국은행 출신만이 당연직 이사로 참여한다. 또한 한국은행 총재는 특별하게 지급결제 제도의 운영·관리와 관련해 이사회 소집 등 주도권을 행사한다. 물론 기본회비의 40%를 한국은행이 납부한다.

금융위원회가 실시한 특정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금융결제원은 지로, 전자금융(ATM) 등 수수료 수입비중만 2013년을 기준으로 60%인, 땅 짚고 헤엄치는 「신(神)의 직장」이다. 당시 627명 직원에 대한 인건비 총액은 574억원으로 1인당 평균이 9155만원이었다. 국정감사 때 공개된 원장 연봉은 4억 3400만원(성과상여금 포함), 감사와 전무는 각각 2억 8천만원, 그리고 4명의 이사들도 2억원을 받았다.

관행적으로 원장은 한국은행 부총재보의 낙하산, 감사는 금융위원회 또는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 맡아왔다. 현 이흥모 원장은 한국은행 부총재보, 황문연 감사는 기획재정부 국장 출신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한때 정치권 출신(김 모 前전북도의회 의장)이 감사를 맡은 적도 있다.

2009년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던 한국거래소(임직원수 788명)가 지난해 민간 기업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유가증권 및 선물거래 중개를 통해 얻는 수입이 여전히 평균 70%가 넘는, 시장 독점사업자이기 때문에 결코 순수한 민간 기업이 될 수 없다.

지난해 9월 임기를 마친 최경수 이사장은 조달청장(차관급)을 지낸 전형적인 모피아(Mofia, 재무부 출신 인사를 비꼬는 말로 Ministry of Finance와 Mafia의 합성어) 출신이다. 그는 2015년 연봉으로 2억 5657만원의 연봉(경영평가 성과급 포함)을 챙겼다.

761명 직원들의 평균연봉도 무려 1억 693만원이다. 이는 대부분의 직원이 상장, 공시, 파생상품 불공정거래 조사 등 전문 인력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연봉을 2억 533만원 수령한 권영상 감사(변호사)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경남선대위 정책본부장 등을 맡는 등 親여권 인사다. 금년 1월 13일 임기만료에 따라 모피아 출신으로 교체됐다.

한국증권금융은 증권담보대출 및 투자자예탁금 운용 등을 담당하는 국내 유일의 증권금융 독점회사이다. 현재 금융위원회 상임위원(1급) 출신 사장(정지원)과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기록비서관 출신 감사(조인근), 그리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 부사장(양현근) 등 3명의 상근임원을 모두 낙하산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산업·우리은행 13%, 한국거래소 11.35%, NH투자증권(NH농협금융지주의 자회사) 6.17% 등 공적기관 우위의 지분구조 때문이다.

2015년 당시 333명(비정규직 38명 포함)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무려 1억 200만원인, 숨겨진 「신(神)」의 직장이다. 2015년 12월 초 퇴직한 박재식 前사장의 11개월치 연봉은 무려 5억 2200만원, 감사도 2억 9500만원이었다.

유독 감사 자리는 2012년부터 3연속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 내려오고 있는데, 2015년 7월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돼 관피아 재취업 제한금지 규정까지 규정은 없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2004년 6월에도 당시 노무현 후보 선대위 지역책임자 출신 백 모씨가 감사에 임명된 적이 있다.

금융보안원은 디도스(DDOS·서버분산공격) 공격 발생, 신용카드사 정보 유출 등 금융부문 개인정보유출 재발 방지대책의 일환으로 「금융보안 전담기구」 설립 필요성 때문에 2015년 4월 10일 설립된 신설 기관이다. 금융결제원 및 코스콤의 정보공유분석센터와 금융보안연구원의 기능을 통합한 비영리사단법인이다. 169개 금융회사 등이 사원기관으로 참여해 177명(임원 4명 포함) 조직으로 출범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실시한 종합감사결과를 살펴보면, 2015년 결산 기준 1인당 인건비는 (연간 환산) 9700만원 수준이나 된다. 초대 원장 역시 감독 당국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인 김영린씨가 선임됐다. 2016년 예산서 상으로는 1억 421만원이다. 원장 기본급은 2억 9000만원, 성과상여금이 확정되면 3억원이 훌쩍 넘어간다.

김영린 초대 원장과 허창언 현 2대 원장 모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이다. 2016년 채용공고문을 살펴보면 기간제 연봉도 3200만원(시간외수당, 연차휴가보상금, 퇴직금 별도)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로 이용되거나 국무총리 후보자가 주로 인사청문회 준비 장소로 사용하는 금융연수원도 삼청동에 위치한 공직유관단체이다. 14개 사원기관 중 산업·중소기업·수출입·수협·우리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 그리고 농협은행이 참여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조영제 현 원장과 직전 이장영 前원장 모두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이다. 원장 연봉은 기본급만 2억 8000만원(성과급 제외)이다.

이상이 금융관련 주요 공직유관단체 현황이다. 청년들이 선망하는, 한 마디로 신(神)의 직장인 것이다.

노무현 前대통령이 국가통계시스템의 구축 및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국정연설에서까지 강조한 이후 2004년과 2005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앞 다투어 한국은행을 질타했다. “경제통계의 작성범위를 확대하고 통계의 적시성을 제고하여 활용도를 증대하는 한편 국민계정 작성의 새로운 기준(1993 SNA, 유엔 기준)에 따라 관련 시계열 통계를 조속히 보완할 것.”

하지만 노무현 前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야당의원들조차 통계관리의 중요성에 대하여는 관심에서 멀어졌다.

한국은행 통계로는 2015년 현재 공공부문 인건비(피용자보수)는 총 129조 5915억원이다. 이는 전체 GDP 대비 8.31%이다. 만약 문재인 前대표의 주장이 옳다면 2015년 공공부문 일자리는 전체고용의 7.6%인 약 197만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사립학교 교원,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 등등을 합하면 이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1만개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을 내 건 문 前대표의 뜻을 도대체 모르겠다. 인건비 조달을 위해서만 매년 수십조원의 세금이 더 필요할 텐데 국정의 핵심에서 활동한 인물의 인식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정말로 청년실업 대책이 맞는가? 혹시라도 당선 후 고생한 캠프 참여 인사들의 배려용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최 광 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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