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달인 ‘권길주 사장’…2021 호실적에 구원투수 합격점
신사업 및 디지털 플랫폼 강화로 위기돌파 정면승부

전년 호실적을 이끌며 연임이 결정되 주총 승인만을 남겨둔 권길주 사장(제공=하나금융)
전년 호실적을 이끌며 연임이 결정되 주총 승인만을 남겨둔 권길주 사장(제공=하나금융)

2021년 금융권의 호실적은 카드업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4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 4사와 삼성카드 등 주요 5개 카드사 순이익은 약 2조962억 원으로 직전 년 동기 순이익 1조6047억 원 대비 약 30.6%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카드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른 카드론 사업 축소 가능성, 정부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 추진에 따른 조달 압박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 위기 극복을 위한 카드사들의 2022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하나금융은 23일 늦은 오후 비은행 관계사들의 CEO 후보 인선을 마쳤다. 주요계열사 CEO가 모두 교체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하나카드 권길주 사장만은 1년 연임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정태 회장의 퇴임을 앞두고 주요 계열사의 안정적인 운영, 갈수록 치열해지는 금융그룹간 경쟁 심화 등을 고려해 비은행 부문 CEO의 인선에 심혈을 기울였다는게 하나금융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엄격한 심사의 기준을 통과한 권 사장은 가장 확실한 연임 후보로 손꼽혀왔다.

먼저 2021년 당기순이익이 직전년 대비 62.1% 증가를 보여 선두권에 있는 회사보다 월등히 높은 성장률을 시현했다. 전임 장경훈 대표가 뜻밖의 구설에 오르며 낙마하면서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조직을 일신해 오히려 더 월등한 실적을 이끌어낸 것에 대한 안팎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룹 전체적으로 비용절감에 대한 압박이 큰 상황에서도 오히려 발군의 실적을 거뒀다”며, “자산 규모도 10조 원대로 올라서고 본업 경쟁력이 커진데다 신사업인 자동차할부 등에서도 호조를 보이며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비은행 쌍두마차로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출신인 권 사장은 주로 은행과 지주를 오가며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하나카드와는 2009년 하나SK카드 시절 1년반 정도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으며 카드마케팅에 눈을 뜰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두레시닝이라는 구매대행회사 사장을 하던 권사장이 예정에 없던 공석에 구원투수로 오게 된 배경에는 이런 요소가 적지 않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워낙 촘촘한 관리의 달인인데다 금융권의 화두인 디지털전환에 대한 이해가 높아 사업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진두지휘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권 사장은 두레시닝 대표로 가기 전까지 은행 ICT그룹 부행장과 지주 ICT총괄 부사장을 겸임하며 디지털전환을 이끈 경험이 있다.

성공적인 조직 쇄신을 마친 권 사장은 올해 최우선 과제를 ‘디지털 플랫폼 사업 확대’와 ‘ICT리빌드’로 정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권 사장은 “고객이 가치를 체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지향하겠다”며, “안정적 성장의 필요 요건인 정보통신 분야 재건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이데이터 시행 원년을 맞아 플랫폼 하나원큐페이와 하나멤버스를 통해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 고객 맞춤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각오다. 기존 플랫폼 이외에도 비금융서비스 강화를 위해 생활서비스 신청 플랫폼 LMH(Life Must Have)를 통해 쇼핑, 여행 등 구독(Subscription) 서비스, 해외여행 및 쇼핑 특화 플랫폼 ‘G,Lab’ 등을 통해 코로나19 비대면 상황 해제에 대비하고 있다.

그 중에도 원큐페이 앱은 마이데이터의 구심점이면서 동시에 하나카드 앱과의 통합을 통해 다른 그룹보다 서둘러온 마이데이터 활용이 본궤도에 올라오는 시기인 4월께 오픈으로 판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작년부터 하나카드는 간펼결제 앱 원큐페이 고도화에 속도를 높여왔다. 이 앱은 단순히 국내용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네트워크에 강점을 가진 그룹과의 시너지를 통해 국제지급결제망(GLN)을 연결해 데이터와 결제 부문의 선두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원큐페이는 지난 2016년 기존 모바일결제서비스 ‘모비페이’에 카드이용 알심서비스 ‘모비박스’를 결합한 간편결제서비스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QR코드, 근거리무선통신(NFC), 바코드 등 고객별 선호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결제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그룹 대표 결제수단임과 동시에 페이서비스를 강화하는 빅테크들과의 일전에 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요 플랫폼의 MAU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이벤트를 전개함과 동시에 작년 7월 일찌감치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고 적합성 심사를 마치는 등 슈퍼앱으로 진화할 준비를 끝냈다.

한편 과거 SKT와의 협력 관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하나SK카드 시절 한때 전국민이 열광한 OK캐시백의 파워를 경험한 마케터들이 아직 하나카드 안에 남아있다”며, “그룹 차원에서도 하나머니에 대한 마케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경험에서 오는 자신감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하나카드는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솔루션을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적용하기도 했다. 일명 TACO(SKT Autonomous Cloud Orchestrator)로 명명된 이 솔루션은 금융권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적용된 최초 사례다.

TACO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서비스 추가와 기능 업그레이드가 가능해 신속한 대응력을 가졌다는 내부 평가다.

하나금융그룹의 핵심 결제 플랫폼으로 떠오른 하나카드 원큐페이 앱(출처=원큐페이 앱)
하나금융그룹의 핵심 결제 플랫폼으로 떠오른 하나카드 원큐페이 앱(출처=원큐페이 앱)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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