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걸린 쿠팡 현수막과 태극기. 쿠팡 제공
지난해 3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걸린 쿠팡 현수막과 태극기. 쿠팡 제공

쿠팡이 지난해 미국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했으나 이후 연일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주주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그린옥스캐피탈이 쿠팡의 주식을 매각하면서 주가 하락을 더욱 부추기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비전펀드는 쿠팡의 보통주 5000만주를 주당 20.87달러에 매각했다. 총 매각 규모는 10억 4350만 달러(약 1조 2910억원)에 달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는 지난해 9월에도 보호예수 해제일이 되자 지분 5700만 주를 17억 달러(한화 약 2조원)에 매각했다. 비전펀드는 지난해에 투자 수익 악화가 나타나면서 투자 규모를 최근 줄이는 상황이다. 이에 쿠팡 등의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쿠팡의 또다른 주요 주주인 그린옥스캐피탈도 지난해 12월에 쿠팡 주식 5000만주를 처분했다. 그린옥스캐피탈은 작년 8월에 쿠팡의 주식 보호예수가 해제된 이후 5차례에 걸쳐 약 6조원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변동이 있는 상황이지만 쿠팡의 주요 주주는 소프트뱅크, 그린옥스캐피탈, 캐피탈그룹, 매버릭 캐피탈 등이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후 주요 주주들의 주식 대량 매매가 연달아 나오는 상황이다.

한때 쿠팡 주가는 50.45달러까지 주가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고점 대비 60% 이상 떨어진 18달러 인근에 머물러 있다. 주가 하락의 이유로는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에 진입하면서 투자자들이 기술주를 매도하고 가치주를 사들이는 경향이 지목된다. 여기에 투자자들이 쿠팡의 수익성 개선에 대해 우려하는 탓도 큰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으로 184억 637만달러(약 22조 2260억원)를 기록했다. 전통 유통강자인 이마트와 롯데를 넘어서 ‘유통 최강자’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동시에 적자 규모도 늘어나면서 영업손실은 무려 약 1조 8000억원으로 늘었다.

쿠팡 물류센터
쿠팡 물류센터

업계에서는 쿠팡의 누적적자 규모를 약 6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문제는 누적적자가 당장 줄어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쿠팡은 SSG닷컴, 마켓컬리, 네이버 등 업체와 이커머스 경쟁을 이기기 위해 국내 물류센터 확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산, 창원 등 전국 10개 지역에 신규 물류센터를 열기 위해 1조 5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러한 투자 양상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쿠팡은 투자자의 마음을 붙들어놓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우선 배달서비스 ‘쿠팡이츠’와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의 ‘쿠팡플레이’의 이용료 인상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와우멤버십 신규 가입 요금을 2000원 인상하고 쿠팡이츠의 가입자 프로모션을 종료하면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 것이다.

이어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을 롤모델로 삼아 3자 물류 사업에 나서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7월에 쿠팡 글로벌 풀필먼트 등 물류 대행 서비스와 관련한 상표권을 출원하고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채용에도 나섰다.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통해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 사업자 자격을 취득했다.

3PL이란 기업고객에 배송·보관·유통가공 등 다양한 물류기능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물류회사가 보유한 창고를 기반으로 물건 보관과 발송까지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쿠팡의 롤모델인 아마존의 3PL 자회사 ‘FBA(Fulfillment By Amazon)’ 2020년 거래액은 3000억 달러(약 355조원)에 달한다. 아마존의 온라인 사업부문 적자를 3PL 사업이 메울 정도다. 이에 쿠팡도 국내 여러 지역에 구축한 대규모 물류센터를 바탕으로 3PL 진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을 비롯해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업계의 경쟁도 격화되는 상황에서 물류센터 등에 투자되는 금액도 커 적자 규모를 당장에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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