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9개 업체와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 추진
배민·쿠팡·요기요, 사전출자 방식에 불만 드러내
업체 반발에 조합·유상운송용 보험 출시 지연 전망

정부가 배달종사자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제조합 설립에 나서기로 했으나 우아한형제들, 쿠팡, 위대한상상이 사전출자 방식에 불만을 품으면서 연내 설립이 어려워졌다. 3사의 반발로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이 늦어지면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주도하는 배달종사자의 유상 운송용 보험 상품 개발도 무기한 연장될 전망이다. 사진은 배달업 종사자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배달종사자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제조합 설립에 나서기로 했으나 우아한형제들, 쿠팡, 위대한상상이 사전출자 방식에 불만을 품으면서 연내 설립이 어려워졌다. 3사의 반발로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이 늦어지면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주도하는 배달종사자의 유상 운송용 보험 상품 개발도 무기한 연장될 전망이다. 사진은 배달업 종사자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배달종사자(배달라이더)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제조합 설립에 나서기로 했으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쿠팡(쿠팡이츠)·위대한상상(요기요)이 사전출자 방식에 불만을 품으면서 연내 설립이 어려워졌다. 3사의 반발로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이 늦어지면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주도하는 배달종사자의 유상 운송용 보험 상품 개발도 무기한 연장될 전망이다.

26일 배달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배달업 공제조합 추진협의체의 사전출자 방식을 최종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여기서 공제조합 추진협의체 소속 9개사(우아한형제들·쿠팡이츠·위대한상상·로지올·바로고·메쉬코리아·만나코퍼레이션·스파이더크래프트·슈퍼히어로)의 공제조합 설립을 위한 출자 방식에 대한 표결 결과가 나왔다.

표결 결과, 9개사 중 6개사가 “분리형과 일체형이 사전출자 금액의 절반씩을 납부한다”라는 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일체형 회사인 우아한형제들·쿠팡이츠·위대한상상이 표결 결과에 따르지 않겠다며 반발했다.

일체형 회사는 배달플랫폼과 배달라이더를 함께 운용하는 업체다. 분리형은 배달라이더와 배달플랫폼을 연결시켜주는 물류 관리 소프트웨어 공급사다.

국토부는 우아한형제들·쿠팡이츠·위대한상상이 표결에 불복하자 이들을 설득하고 있다. 지난 2월에 국토부는 배달업 공제조합을 연내에 출범시키기로 약속했으나 3사가 불복하면서 배달업 공제조합의 출범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3사가 표결 결과에 불만을 품고 공제조합 추진협의체에서 빠지게 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분리형 업체가 출자금 부담을 그대로 떠안아야 할 지경에 처한다.

이와 관련돼 우아한형제들와 쿠팡이츠 측은 “회사 내부의 사정을 설명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달라”고 밝혔다.

위대한상상 측은 “배달업 공제조합 사전출자 방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업체간 의견 전달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우아한형제들·쿠팡이츠·위대한상상이 공제조합 설립 출자방식에 반발한 이유를 구체적인 보상안이 없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매출 규모가 높은 배달플랫폼 업체 순으로 공제조합 설립에 필요한 출자금을 더 많이 내라고 요청하고 있다. 즉 우아한형제들·쿠팡이츠·위대한상상이 나머지 업체보다 더 큰 출자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배달플랫폼 업체가 인건비 등으로 적자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출자금을 내기란 쉽지 않다.

우아한형제는 지난해 매출로 2조 87억원을 벌어들이며 전년(1조 335억원)에 비해 2배 가깝게 늘렸으나 영업손실도 756억원으로 전년대비 7배 가까이 급증했다.

쿠팡이츠와 요기요도 올해까지 사업 확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했던 만큼 적자 상태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는 배달종사자 등에게 쓰이는 인건비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우아한형제들·쿠팡이츠·위대한상상은 기업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보험료나 공제조합 설립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나 정부에 촉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달종사자. 연합뉴스
배달종사자. 연합뉴스

당초 국토부는 지난 2월 배달종사자의 과중한 유상 운송용 보험료 부담을 덜기 위해 민관합동 이륜차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민관합동 공제조합 추진 협의체와 추진단 사무국 구성 ▲연내 공제조합 설립 인가 신청 ▲설립 인가 신속 검토 등이다.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을 통해 배달종사자들을 위한 유상운송용 보험 상품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기존 유상운송용 보험보다 15% 가량 저렴한 신규 상품이다.

배달 도중 사고가 났을 때 보상하는 기존의 유상 운송용 보험은 보험료가 비싸 가입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나이와 사고 유무 등을 고려해 보험료를 책정하는 만큼 보험료가 가정용 보험과 비교해 매우 높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기준 유상 운송용 평균보험료는 연 204만원으로 가정용 보험료의 11배 수준이다. 가입 대수는 3만 7000여대로 가입률은 19%로 추정되며 많은 종사자들이 사고 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을 통해 업계가 공제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최근 플랫폼 배달업 노동자의 산재보험 보상 대책 등을 적극 추진하며 배달업계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플랫폼 종사자의 기본적인 권익이 보호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배달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배달종사자들이 배달 업무 시 유상운송 보험을 원칙적으로 들어야 하나 금액이 비싸 대부분 출퇴근 보험을 들고 있다”면서 “이에 정부가 배달종사자들에게 보험을 지원하기 위해 배달업 공제조합을 만들고 유상운송용 보험 상품을 개발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아한형제들·쿠팡이츠·위대한상상이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 과정에서 의견이 충돌하면서 배달업 공제조합 출범이 늦어지고 유상운송용 보험 상품 개발도 미뤄지고 있다”며 “배달종사자들이 그동안 높은 비용이나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되는 등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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