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첨단 산업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필요한 인재 확보를 위해 대학과 손을 잡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산업체 요구에 따라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계약학과' 제도를 이용하면 꼭 필요한 준비된 인재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어서다. 


학비 무료에 보조금까지 주는 학과


SK하이닉스는 한양대학교·서강대학교와 차세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학교는 각각 '반도체 공학과', '시스템 반도체 공학과'를 설치하고, 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전문인력을 키운다. 이 학과 학생은 대학과 SK하이닉스가 공동 개발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반도체 관련 전문지식과 실무적 소양을 갖춘 전문가로 성장하게 된다. 

특히, 모든 학생은 학비가 전액 무료다. 매달 학업 보조금도 지원받는다. 졸업만 하면 SK하이닉스라는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 입사가 보장되며 연구실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미국 실리콘밸리 및 해외 학회, 연구소 방문 등을 견학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수 협력사와 취업준비생을 연결해주는 '청년 Hy-Five' 프로그램도 올해로 7기째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엔지니어가 강사로 참여 학생에 반도체 직무를 교육하고, 인턴십 기회도 제공한다. 입사 후에도 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직무교육 플랫폼 '반도체 아카데미'를 통해 지속해서 공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차세대 지능형 메모리 PIM(Processing-In-Memory).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차세대 지능형 메모리 PIM(Processing-In-Memory).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도 연세대, 성균관대, 카이스트, 포스텍과 반도체는 물론 차세대 통신 등 첨단 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거나 새로 설립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등록금 전액 지원은 물론 별도의 학비보조금도 지원한다. 경제적 걱정 없이 최대한 공부에 전념하라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울대와의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 놓고 경쟁 중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앞다퉈 대학 계약학과 개설에 나서는 이유는 그만큼 인재가 부족해서다. 올해부터 앞으로 10년간 반도체 업계에서만 약 3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인재도 적극 유인


배터리 업계는 인재 확보를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독일 뮌스터 대학 내 배터리 연구센터인 MEET, 독일 국가연구기관 헬름홀츠 연구소 뮌스터 지부(HI MS)와 함께 FRL(Frontier Research Lab)을 설립한다. 국내외 유수 대학 및 기관이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공동 연구센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UCSD), KAIST와도 FRL을 설립한 바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직접 유럽에서 우수 인재 모집에 나섰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타이겐베르거 호텔에서 영국 옥스퍼드 대학,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독일 훔볼트대학 등 유럽 주요 대학에서 온 30여명의 석·박사 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BC(Business & Campus)투어'를 회사를 소개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신사업 분야 기술을 보유한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이었다. LG화학은 고려대에 친환경 소재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센터도 세워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설립한 브랜드 경험 공간 '현대 모터스튜디오 스나얀 파크(Hyundai Motorstudio Senayan Park)'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설립한 브랜드 경험 공간 '현대 모터스튜디오 스나얀 파크(Hyundai Motorstudio Senayan Park)'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은 내년부터 고려대와 수소·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 관련 인재 양성을 위해 국내 최초로 채용조건형 학·석사 통합과정을 운영한다. 5년 만에 학사와 석사 학위를 모두 딸 수 있는 과정이다. 현대차 소속 연구원이 겸임교수로 참여하며, 졸업 후 별도의 직무 연수 없이 일선 연구개발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울 계획이다. 

기아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다른 현대차그룹 계열사도 국내 주요 대학과 협력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자제어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석사 과정의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200여명의 현대차그룹 연구원이 탄생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H-모빌리티 클래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올해로 3년 차를 맞은 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차는 차량 전동화, 자율주행, 로보틱스 분야 학생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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