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마지막 달이 지나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막판까지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힘쓰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의 여러 지역 정비사업을 따내며 수주고 올리기에 나섰다. 단 코로나19의 위기를 맞고, 원자재값 상승 등의 여파를 겪으며 이전같이 무리한 조건을 내거는 등 '출혈' 경쟁은 사라지는 모습이다.

15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진행된 건설(건축·토목) 수주액은 197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토목 부문 수주액(42조원)은 최근 10년과 비교해볼 때 비슷한 수준이나 건축 수주액(155조원)이 크게 높았다. 여기에 올해 1분기까지의 건축·토목 실적(53조5707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47조8709억원)을 넘어서며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높은 수주액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건설이 지난달 수주한 광주광천동 재개발 사업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지난달 수주한 광주광천동 재개발 사업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수주 현황을 살펴보면 대형 건설사 중 올해 상반기 가장 높은 수주액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곳은 시공능력평가 2위인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15일 현재 7곳의 정비사업을 따내며 5조2772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다른 건설사들과 큰 격차를 보이며 6조원 클럽 입성 목표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3위 GS건설 역시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며 2조5663억원을 기록 중이다. 상반기만에 올해 1년 목표치였던 3조원과 불과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 수주고를 올렸다.

그 뒤를 이어 DL이앤씨와 롯데건설 등이 누적 수주액 2조원을 앞두고 있고, 포스코건설과 SK에코플랜트, 삼성물산,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은 누적 수주액 1조원을 향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정비사업 수의계약 비중이 증가하면서 건설사간 입찰 경쟁이 아닌 '무혈 입성'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 시공사를 선정할 때 한 곳의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하면 유찰되고, 유찰이 2회 이상 반복될 경우 정비사업 조합은 단독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건설사 기준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사례가 입찰 경쟁을 통한 수주 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수주액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은 수주에 성공한 7곳 모두를 수의계약으로 따냈으며, GS건설은 6곳 중 4곳이, 포스코건설은 5곳 중 3곳이 수의계약이다.

수의계약이 아니더라도 경쟁 대신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2일 롯데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시그니처 사업단)을 구성해 도마·변동4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부터 해외사업장이 어려워지고 건설 현장의 인력 수급에도 차질이 생기는 등 여건이 악화되자 출혈 경쟁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된 데 따른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원자재값 폭등에 따라 쉽게 입찰 결정을 내리지 않고 사업성을 따져 신중하게 입찰에 참여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건설사간 경쟁 대신 상생을 택한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입찰 경쟁이 줄어드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쟁을 통해 조합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될 수 있는데 수의계약이 주류가 되면 조합 입장에서는 제한적인 선택지로 손해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공정성을 위해 공공수주가 경쟁입찰로 이뤄지는데, 경쟁없이 수의계약 비중이 더 증가하면 시공사들 간의 담합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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