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이익 대변’ 강조한 약속 어디로
작년까지 금투업계 호황에 존재감 ‘미미(微微)’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의 3년 임기가 반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개인들의 투자 열풍이 식고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삼중고에 투자자 고통은 커지고 있다. 금투업계는 거래대금 급감으로 인한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 IB 및 PE, VC업계 냉각, 채권 평가익 및 수수료 수익 저하, 펀드 수익률 급락 등 전반에 먹구름이 가득하지만 업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금융투자협회의 적극적 활동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편집자 주>

2020년 취임 직후 신년 기자회에서 당국에 정책 건의 의지를 천명한 나재철 회장(제공=금융투자협회)
2020년 취임 직후 신년 기자회에서 당국에 정책 건의 의지를 천명한 나재철 회장(제공=금융투자협회)

“협회장으로서 정부, 국회 등에 정책 건의를 지속 확대해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회원사를 대변하는 협회 본연의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020년 1월 9일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내건 약속이다.

2019년 말 다년간의 증권사 CEO 경력을 무기로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된 나재철 회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자산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투자환경 구축’, ‘모험투자 및 혁신기업 적극 발굴로 자본시장 미래역량 확보’, ‘회원사간 채널 확대를 통한 적극적 중재자의 역할’, ‘금융당국과 국민의 금융 이해도 제고’ 등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CEO들은 이 때의 약속을 어떻게 평가할까?

A증권사 사장은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말했다.

그는 “신임 협회장 투표 당시 오랜 증권사 경력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업계 CEO들이 표를 몰아줬지만, 그 기대에 부응할 만한 적극적인 활동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금융권별 이해가 상충되는 이슈에 있어 업계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B증권사 사장은 “최근 주식과 코인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부채를 탕감해주는 것이 이슈가 되는 것처럼, 경제가 비상 상황에 이르자 시스템을 유지하는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며, “사모펀드는 판매자인 증권사나 은행에 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를 관리감독했어야 할 감독당국의 잘못을 따져 묻고 싸워야 할 카운터파트(상대방)가 불완전 판매의 원죄를 안고 업계의 목소리를 내길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말했다.

C운용사 대표는 “나재철 회장은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가 창궐하며 대면 활동이 제한돼 업계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고 나서지 않는 것이 용인되는 것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특히 동학개미운동으로 대변되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로 증권사와 운용사 곳간이 넉넉해지자 업권의 이익을 대변할 금융투자협회의 역할에 대한 비중 자체가 줄어들어 가만히 있어도 행복한 2년이 흘러갔다”고 말했다.

취임 1년 후 기자간담회에서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 개선을 강조하며 금투업계의 신뢰 회복을 내세운 나재철 회장(제공=금융투자협회)
취임 1년 후 기자간담회에서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 개선을 강조하며 금투업계의 신뢰 회복을 내세운 나재철 회장(제공=금융투자협회)

2021년 취임 둘째 해를 맞으며 나 회장은 또다른 약속들을 꺼냈다.

작년 신년사에서 나 회장은 “선제적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 개선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자들의 금융 상식을 높이기 위한 금융투자테스트 도입과 업계의 디지털, 글로벌화로 성장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선 B증권사 사장은 “취임 당시 ‘금융당국과 국민의 금융 이해도 제고’를 목표로 제시한 것을 두고 업계 CEO들 사이에 너무 강한 발언 아니냐는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고 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업의 본질에 대해 잘 몰라 오해가 생긴거 같으니 금융당국에 전문가로서 한 수 지도해 주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같은 듯 다른 표현이 둘째 해에 나오면서 기대를 접었다는게 이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미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 이야기를 꺼낸 것 자체가 금융회사들의 자체 시스템 이슈로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을 돌리는 것이고, 투자자 스스로도 금융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불완전판매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다소 원론적이지만 뼈 있는 문구라는 지적이다.

C운용사 사장은 “국민들의 투자 이해 수준은 나 회장이 취임하기 전보다 훨씬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저금리 고착화에 따른 투자 관심 증가로 투자자 스스로 공부에 나섰기 때문이지 금융투자협회의 공만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만약 국민들의 금융 지식이 높아졌다면 삼프로TV 같은 증권방송이나 투자유튜버, 증권사나 운용사에서 제공하는 투자컨텐츠 덕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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